스포츠뉴스
[24-07-28 13:25:00]
[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끝까지 내 수영을 한 것이 올림픽 메달의 비결이다.“
'불꽃 직진남' 김우민(23·강원도청)이 1번 레인에서 그토록 간절했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쏟았다. 김우민은 28일(한국시각) 파리 라데팡스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50로 3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 대회 박태환의 은메달 이후 대한민국 수영에 12년 만의 메달을 찾아왔다.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가 3분41초78,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이 3분42초21로 금, 은메달을 가져갔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였다. 외신들이 일제히 메달후보로 점찍었던 김우민이 예선서 뜻밖에 고전했다. 3분42초42의 개인최고기록에 걸맞지 않은 3분45초52의 기록, 300m 이후 스퍼트가 올라오지 않더라고 했다. 조4위에 그친 후 다음조 경기 결과에 맘 졸인 끝에 전체 7위, 극적으로 결선 1번 레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내린다. 위기는 기회였다. 김우민에게 1번 레인은 행운으로 작용했다. 1번 레인은 물 저항이 크고, 상대 견제가 어려운 자리지만 김우민 스타일엔 딱이었다. 예선에서 '라이벌' 새뮤얼 쇼츠(호주)와 바로 옆 레인에서 경쟁하며 페이스가 흔들렸다. 전동현 대표팀 코치는 김우민에게 “네 수영을 해라, 하던 대로만 하면 무조건 메달“이라고 공언했다. '부산 사나이' 김우민의 수영이란 '직진본능'이다. 지난 2월 도하세계선수권 챔피언에 오를 때도 세계신기록 페이스로 미친 역영을 펼쳤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앞만 보는, '밀당' 없는 '직진남'의 수영,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올림픽 승부수를 띄웠다. 1번 레인에서 거침없는 직진으로 포디움의 꿈을 이뤘다. 나만의 레이스에 오롯히 집중하며 마르텐스에 이어 꾸준히 2위를 유지했다. 마지막 350~400m 구간 상대 선수들의 레이스를 보면서 오는 상황도 버티는 데 도움이 됐다. 마지막 50m 구간에서 위닝턴에게 2위를 내줬지만 새뮤얼 쇼트(호주·3분42초64)를 0.14초 차로 꺾고 포디움을 지켜냈다. 김우민은 “350m를 갈 때 다른 선수들을 봤었는데 해볼 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350m 갈 때 굉장히 힘들었다. 마지막 턴 후 사지가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지만 올림픽 메달을 위해 감당해야 될 무게라고 생각했고 참고 이겨냈다“며 메달을 확정지은 순간을 설명했다. 김우민은 “스피드감이 좋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에게 말리지 않고 전반부터 달려나가는 게 내 수영이다. 그걸 끝까지 뒷받침하는 체력이 필요했는데, 오늘 잘 버틴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김우민의 반전 동메달 뒤엔 '원팀' 황금세대 선수, 지도자들이 있다. 1번 레인이 결정된 후 황선우 등 절친들과 전동현 코치, 박지훈 트레이너 등은 '멜버른 8번 레인'의 추억을 이야기했다. '룸메이트' 황선우가 지난해 멜버른쇼트코스세계선수권 당시 검지가 꺾이는 부상 직후 예선 8위로 결선에 턱걸이했지만 8번 레인에서 기적같은 금메달을 목에 건 이야기다. 13년 전 '레전드 선배' 박태환도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1번 레인'의 기적과 함께 자유형 4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은 “오늘 1번 레인을 받을 때부터 얘기가 나왔다. 대한민국 수영이 1레인, 8레인에 강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 힘이 되더라“며 활짝 웃었다. “저희 팀이 돈독하고 파이팅 넘치기 때문에 항상 서로에게 믿음과 힘을 실어준다. 힘든 훈련을 할 때면 코치님, 트레이너님이 '분명 메달 따겠는데, 사고 치겠는데' 이런 말들을 장난처럼 던져주시는데 장난이 아닌 '진짜 마음'이셨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경기 전 만난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 역시 “(메달은)무조건 딴다. 믿으시면 된다. 우민이가 메달을 못 따면 우리가 망명할 것“이라는 호언장담으로 절대적인 믿음을 표했다.
김우민은 3년 전 도쿄올림픽 때는 개인전 티켓을 따지 못했다. 남자계영 800m에만 나섰다. '동갑내기 금메달리스트' 루카스 마르텐스 역시 도쿄에선 이 종목 12위(3분46초30)였다. 3년의 세월, 폭풍성장한 수영청춘이 나란히 포디움에 올랐다. 뭐든 해낼 수 있는 젊음이다. 김우민은 “올림픽 메달은 수영을 시작할 때부터의 꿈이었지만, 도쿄올림픽 땐 이렇게 금방 될 줄은 몰랐다“면서 “오늘 제 메달을 보며 자극을 받는 후배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선수들이 더 많이 올라와 함께 더 성장하고 싶다“고 했다.
황금세대의 선두주자, 김우민이 파리올림픽 스타트를 잘 끊었다. 김우민은 “첫날 메달을 따 선수들이 자신감과 용기를 가질 것이다. 대한민국 수영의 좋은 스타트다. 자유형 200m (황)선우와 남자계영 800m 서도 또 하나의 기적이 나오지 않을까“라더니 '촌철살인' 한마디를 남겼다. “1번 레인도 나름 좋은 것 같습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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