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28 12:47:00]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단체전 금메달 따고 편히 쉬겠습니다.“
새 역사를 쓴 '꽃미남 펜서' 오상욱(28·대전광역시청)의 시선은 단체전으로 향했다. 오상욱은 2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튀니지의 파레스 페르자니를 15대11로 꺾었다. 지난 도쿄 대회서 8강에 머물렀던 오상욱은 절치부심하며, 올림픽 포디움 정상에 섰다.
최초, 최초, 최초 금메달이었다. 오상욱은 이번 파리올림픽,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개회식 후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가 시작되는 첫 날, 앞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수확했던 한국 선수단에 기분 좋은 금메달을 안겼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개인전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전까지 2016년 리우 대회, 지난 도쿄대회, 두 번의 올림픽서 김정환이 획득한 동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한국 펜싱이 개인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은 2000년 시드니 남자 플뢰레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김영호, 2012년 런던 여자 사브르에서 깜짝 금메달을 딴 김지연, 2016년 리우 남자 에페서 '할 수 있어'의 감동을 준 박상영에 이어 네번째다.
이번 금메달로 오상욱은 '첫' 개인전 그랜드슬래머가 됐다. 2019년 아시아선수권과 세계선수권,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한 오상욱은 마지막 퍼즐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개인전 그랜드슬램의 위엄을 달성했다. 한국 선수가 개인전에서 그랜드슬램에 오른 것은 오상욱이 처음이다. 단체전에서도 일찌감치 그랜드슬램에 성공한 오상욱은 명실상부 사브르의 'GOAT' 반열에 올랐다.
“엄청 기쁘다“는 말로 운을 뗀 오상욱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 첫 금메달인지 사실 몰랐다. 끝나고 나서 주변에서 이야기해주더라. 첫 금메달에 대한 의미도 있고, 그랜드슬램을 했다는 의미도 있다. 이번 메달이 큰 영광을 안겨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쉽지 않은 금메달이었다. 오상욱이 꼽은 고비는 8강이었다. 당초 올림픽 3연패를 한 헝가리의 아론 실라지를 예상했지만, 그를 꺾은 캐나다의 파레스 아르파가 올라왔다. 오상욱은 “사실 실라지와 겨뤄보고 싶었다. 아르파가 올라올거라 생각도 못했다. 데이터가 하나도 없었다. 힘들고 안좋은 생각이 들었는데, 원우영 코치가 '너를 이길 사람이 없다. 네 플레이만 하면 된다'고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결승전도 어려운 경기였다. 초반 상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낙승을 거두나 했는데, 단 1점을 남겨두고 상대에게 거센 추격을 허용했다. 오상욱은 “오히려 결승 상대가 더 까다로운 선수였다. 사실 상대전적도 밀렸다. 상대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들어 올 것이라는 판단을 빨리한게 주효했다“며 “상대가 쫓아오는데 진짜 온몸에 땀이 엄청났다. 그만큼 긴장도 됐고, 설마 여기서 잡히겠어라는 생각도 들더라. 뒤에서 코치님이 '잘한다, 잘한다' 하시는데 진짜 잘하는줄 알고 했다“고 했다.
도쿄 대회의 실패는 오상욱을 깨웠다. '막내 에이스'에서 '진짜 에이스'로 거듭났다. 항저우 대회에서 개인전에서 '맏형' 구본길의 4연패를 막고 첫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하며 진정한 1인자에 올라섰다. 안주하지 않았다. 스타일까지 바꿨다. 스타일부터 바꿨다. 그는 “옛날에는 무승부 판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누군가가 득점을 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막 달려들기 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는 펜싱을 할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발목과 손목 등 부상에 온 슬럼프도 극복했다. 그는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였다. 부상을 당하고 안되겠지 했는데, 그래서 정진하지 못했다. 그냥 몸을 최대한 굴리면서 훈련했는데 이게 트라우마를 극복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래서 도쿄 때 함께한 동료들이 고마운 오상욱이었다. 오상욱은 구본길-김준호-김정환, 이른바 '어펜져스'와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오상욱은 “도쿄 대회 이후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김준호와 김정환 선수가 은퇴할때다. 형들이랑 함께하면서 컸는데, 나가니까 큰 변화가 있었다“며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금메달을 땄을 것이다. 그게 형들 덕분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도쿄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제 오상욱은 또 한번의 '최초'에 도전을 한다. 한국 펜싱 역사에 없는 올림픽 3연패와 단일 대회 2관왕이다. 31일 펼쳐지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 만들 수 있는 역사다. 오상욱은 “개인전은 그냥 홀로서기를 잘한거라 조금 더 맛없다고 해야 하나, 단체전은 뭔가 같이 이겨내고 메꿔주는 맛이 있어서 더 좋다“며 “결과는 정해져 있다고 코치샘들이 이야기 하신다. 열심히만 할 생각이다. 단체전 금메달까지 걸고 편히 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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