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7-28 17:17:0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수영할 때 목걸이를 차면 방해되지 않나?' '목걸이 때문에 물의 저항이 커져 기록을 줄일 수 없을 것 같은데?'
한국 수영의 올림픽 출전사에 길이 남을 경사가 펼쳐졌다. 더불어 2024 파리올림픽 초반, 대한민국 선수단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려줄 경사이기도 하다.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불꽃 직진남' 김우민(23·강원도청)이 2012년 런던올림픽 박태환의 은메달 이후 12년만에 수영에서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혼신을 다한 역영으로 만들어낸 자랑스러운 성과였다.
김우민은 28일(한국시각) 파리 라데팡스아레나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2초50로 3위를 기록하며 귀중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민과 동갑내기인 루카스 마르텐스(독일)가 3분41초78, 일라이자 위닝턴(호주)이 3분42초21로 각각 금, 은메달을 가져갔다.
▶김우민의 값진 성과를 흐리는 '무쓸모 논란'
그런데 이런 값진 성과를 앞에 두고 일부 네티즌과 팬들 사이에서는 '무쓸모 논란'이 벌어졌다. 김우민이 예선과 결선에서 한결같이 목에 걸고 나선 '금목걸이'를 둘러싼 논란이다.
일부 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나 기사 댓글을 통해 '0.01초 단위의 승부인 수영에서 목걸이를 착용하면 기록단축을 방해할 수 있다. 일부 선수는 물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 전신제모도 한다'며 '김우민이 목걸이를 빼고 수영했으면 더 빠른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논란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여러 측면에서 하등 쓸데 없는 '무쓸모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결선 레이스가 끝났고, 김우민이 최선의 활약을 펼쳐 값진 메달을 획득했기 때문에 무의미한 논란이다. 또한 최첨단 장비와 최신 훈련 방식을 통해 올림픽을 준비해 온 수영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김우민도 충분히 검토한 뒤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으로 착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김우민과 다른 메달 경쟁자들의 올해 기록 페이스를 보면, 이번 동메달은 그야말로 '최선의 역영'을 펼친 결과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시즌 자유형 400m 최고 기록은 마르텐스의 3분40초33였다. 위닝턴(3분41초41)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시즌 기록 페이스를 유지하며 차례로 금, 은 메달을 따냈다. 김우민의 시즌 최고 기록은 지난 5월 마레노스트럼 대회에서 찍은 3분42초42였다. 마르텐스나 위닝턴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심지어 호주의 새무얼 쇼트도 3분41초64로 김우민보다 앞서 있었다. 쇼트는 예선에서 김우민을 압도하는 스피드를 보여주기도 했다.
▶목걸이는 방해요인이 아닌, '집중력의 원천'이었다
그러나 김우민은 결선에서 '1번 레인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자신보다 시즌 기록도 앞서는 데다 예선에서 좌절을 안긴 쇼트를 제쳤다. 쇼트는 사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수영전문매체 스윔스왬이 뽑은 유력한 400m 금메달 후보였다. 이런 쇼트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는 건 김우민이 혼신의 역영으로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뜻이다.
기록도 시즌 베스트에서 불과 0.08초 차이나는 3분42초50이었다. 1위 마르텐스는 베스트 기록 대비 1.45초 느렸고, 2위 위닝턴은 1.20초 차이를 보였다. 김우민이 결선에서 얼마나 뛰어난 레이스를 펼쳤는 지 이것으로 설명된다.
설령 김우민이 시즌 베스트 기록과 타이를 했다고 해도 2위 위닝턴을 이기긴 어려웠다. 선수들의 기록이라는 게 그만큼 단축하기 어렵다. '목걸이논란'이 개입될 수 없는 영역이다. 그게 승부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목걸이는 김우민의 정신력과 집중력을 최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을 보태준 '메달 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피지컬 컨디션과 마찬가지로 멘탈 컨디션도 중요한데, 목걸이는 그 부분을 책임져줬다. 바로 부모님이 선물해 준 '가족 목걸이'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김규남씨도 같은 목걸이를 차고 한국에서 김우민을 응원했다.
실제로 김우민은 동메달 획득 후 “부모님이 선물해주신 목걸이인데, 이걸 차면 없던 힘도 난다“고 말했다. 이걸로 '무쓸모 논란'은 끝이 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과로 증명해 낸 선수가 “힘이 된다“고 말했다. 더 이상 어떤 말도 필요치 않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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