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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발롱도르 후폭풍이 거세다. 이케르 카시야스까지 나서 로드리의 수상에 불만을 드러냈다.

스페인과 맨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가 세계 최고의 별로 우뚝 섰다. 로드리는 2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열린 2024년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남자 선수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랑스 축구 전문지 프랑스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는 직전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축구선수가 받을 수 있는 가장 영예로운 트로피다.

올해 68회째를 맞은 발롱도르 시상식은 유럽축구연맹(UEFA)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2023년 8월 1일부터 2024년 7월 31일까지 뛰어난 활약을 펼친 30명의 최종 후보를 대상으로 전 세계 100명의 기자단 투표를 통해 수상자가 결정됐다.

관심을 모았던 남자 선수 부문 수상자는 로드리였다. 목발을 짚고 참석한 로드리는 '라이베리아 축구 영웅' 조지 웨아로부터 발롱도르를 건네받았다. 로드리는 1960년 루이스 수아레스 미라몬테스 이후 64년 만의 스페인 출신 수상자가 됐다. 로드리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1957·1959년 2회 수상), 수아레스에 이어 역대 3번째 스페인 출신 수상자로 이름을 남겼다.

1990년대생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로드리는 1996년생이다. 1985년생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5회)와 1987년생 리오넬 메시(8회)가 장기간 독식했고, 이변을 일으킨 루카 모드리치는 1985년생, 카림 벤제마는 1987년생이었다. 로드리는 이번 수상으로 맨시티 구단 역사상 첫 발롱도르 위너가 됐다.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후 16년만에 탄생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 발롱도르 수상자기도 했다.

발롱도르의 최종 선택은 로드리였다. 로드리는 의심할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다.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맨시티지만, 로드리를 대신할 선수는 없다. 펩 과르디올라식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언제나 강력한 맨시티지만, 로드리 부재시 성적은 썩 좋지 않을 정도다. 맨시티는 로드리가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52경기 연속으로 패하지 않았다. 중원을 든든히 지킨 로드리의 활약을 앞세워 맨시티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 시절 맨유도 달성하지 못한 전무후무한 EPL 4연패를 이뤄냈다.

로드리는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으며, 유로2024 우승으로 이끌었다. 로드리는 대회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로드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뛰지만,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발롱도르에서 5위에 올랐다. 올 시즌 더욱 강력한 후보로 꼽혔고, 수비형 미드필더로 발롱도르를 받는 놀라운 역사를 이뤄냈다.

당초만 하더라도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레알 마드리드·브라질)였다. 스페인 현지에서는 지난달부터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 수상을 확정지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각종 베팅 업체들 역시 비니시우스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봤다.

비니시우스는 레알 마드리드 2관왕의 주역이었다. 리그에서 15골-6도움을 올리며 우승에 힘을 보탠데 이어,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골-5도움을 터뜨리며 팀에 15번째 빅이어를 선사했다. 특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하는 등 큰 경기마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사상 초유의 2000년대 수상자가 예상됐지만, 막판 요동쳤다.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 수상식에 불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기류가 묘해졌다. 비니시우스를 포함해, 주드 벨링엄, 킬리앙 음바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등 레알 마드리드 선수단 전체가 이번 발롱도르 시상식에 불참했다. 레알 마드리드 측은 비니시우스가 실력이 아닌 외부 요인에서 밀렸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레알 마드리드는 “비니시우스가 수상하지 못하면 다니 카르바할이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발롱도르와 UEFA는 레알 마드리드를 존중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고 했다.

비니시우스는 자신의 SNS를 통해 '필요하다면 10배 더 뛰겠다. 그들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상식 후 브라질에서는 난리가 났다. 정치계까지 나섰다. 30일 영국 BBC는 '브라질 언론과 정치인들은 로드리가 비니시우스를 제치고 발롱도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난했다'며 '브라질 뉴스 해설자들은 비니시우스의 수상 불발을 보복 조치라 전했다. 역사상 논란이 가장 많은 결정이라고 결론지었다'고 보도했다.

비니시우스는 이번 수상 불발이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판단하는 모습이다. 영국 통신사 로이터는 비니시우스 측근의 말을 빌려 '비니시우스는 인종차별에 맞선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다른 브라질 매체의 해석도 다르지 않았다. 브라질 글로부 뉴스는 '비니시우스는 스페인 축구와 유럽의 인종차별 표적이다. 그는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고 있다'며 '로드리가 수상한 건 비니시우스를 향한 편견과 인종차별 때문일 수 있다. 분명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ESPN의 해설가 호드리구 부에노노 “로드리 수상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 에스타다오도 '비니시우스에 대한 대우는 발롱도르 역사상 가장 큰 불의'라며 '비니시우스가 브라질인으로서 레알 마드리드에 뛴다는 사실은 더 유리하게 작용했어야 한다'고 했다.

비니시우스의 대표팀 동료인 히샬리송도 “축구를 위해 사는 모든 사람들은 매 시즌 개인상을 간절히 기대한다. 오늘 축구를 사랑하는 모든 브라질 국민들은 오랜만에 브라질 선수가 세계 최고의 상을 받게 될 것을 기대하며 일어났다“며 “불행히도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수상에 실패했다“고 분노했다. 그리고 “오해하지는 마라. 로드리는 최고의 선수며, 최고 중 한 명이 될 자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것은 창피한 일이다. 오늘 유일하게 패배한 것은 축구뿐“이라고 맹폭했다.

히샬리송은 또 “비니시우스는 브라질 전체가 자신을 응원하는 것을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그 날이 오늘이었다“고 아쉬워했다. 비니수스를 향해서는 “너는 거인이고, 세계 최고의 선수다. 어떤 트로피도 그걸 바꿀 수 없다. 계속해라, 그리고 절대 입을 다물지 마라. 우리가 함께한다“고 응원했다.

카시야스는 “내가 봤을때 발롱도르는 불합리한 상이다. 그 어떤 명확한 기준이 없다. 후보 선정 기준이나 투표 기준이 일관성이 없다. 만약 스페인인에게 발롱도르를 줄 생각이었다면 카르바할이 받았어야 한다. 로드리는 한달 반째 부상 중“이라며 “이어 기준이 없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스페인 선수들이 발롱도르를 받지 못했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특히나 우리가 월드컵에서 우승했을때 말이다“라고 맹폭을 퍼부었다.

헌데 카시야스는 2013년 당시 재투표 논란에도 수상을 했던 호날두에게는 “수상할 자격이 있다“며 지지했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에서 트레블을 이끌었던 프랑크 리베리의 수상이 유력했지만, 재투표 끝 호날두가 수상자로 선정되며 많은 논란이 일었다. 그때는 옳고, 지금은 아니다라는 카시야스의 반응에 많은 이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 심지어 로드리는 카시야스의 이름을 언급하며 그의 공로를 기렸다. 로드리는 “이건 스페인 축구를 위한 보상이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이케르 카시야스처럼 수상하지 못한 수많은 선수들의 승리“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자 발롱도르의 총책임자인 뱅상 가르시아가 나섰다. 가르시아는 레퀴프를 통해 “레알 마드리드 팀 동료들이 비니시우스의 발롱도르 수상 가능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그는 “발롱도르 수상자는 100명의 기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레알 마드리드 선수인 벨링엄과 카르바할이 상위 후보 4위 안에 포함됨에 따라 비니시우스의 표가 분산됐을 것“이라며 “이에 비니시우스가 표를 잃었다“고 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나 맨시티 중 그 누구도 수상자를 알지 못했다는 점은 보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르시아는 레알 마드리드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도 표시했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가 비니시우스가 수상자가 아니란 것에 확신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바르셀로나에 0대4로 패배한 엘 클라시코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결정을 내렸을 당시, 비니시우스가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사실을 100% 알고 있었는지 확신할 수 없다“라며 “나는 레알 마드리드의 부재에 매우 불쾌했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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