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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4위하면 불행할 줄 알았는데…, 얻은게 많네요.“

동메달까지 딱 1점이 모자랐다. 하지만 아쉬움의 눈물은 없었다. 오히려 4년 뒤를 꿈꾸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최세빈(24·전남도청)은 30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 동메달결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가 카를란에 14대15로 패했다. 2012년 런던 대회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지연 이후 두번째로 여자 사브르 개인전 메달리스트를 노렸던 최세빈은 아쉽게 눈 앞에서 동메달을 놓쳤다.

10-4까지 앞서가며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막판 연이어 실점하며 결국 역전패를 당했다. 최세빈은 “이기고 있다가 잡힌거라 많이 아쉽다. 지고 있다 이긴 적도 있고, 이기다가 진 적도 있는데. 오늘은 후자였다. 즐기자고 말을 했지만, 메달을 못따서 많이 아쉽긴 아쉽다“고 했다. 이어 “상대도 급했는데, 오히려 이기고 있는 내가 더 급했다. 마지막에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들어가려고만 했다“고 했다.

예상치 못한 성과였다. 최세빈은 초등학교 6학년 당시 체육교사의 권유로 쌍둥이 최수빈(익산시청)과 함께 펜싱을 시작한 최세빈은 2018년 주니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고교 졸업 직후인 2019년에 전남도청 펜싱팀에 입단했다. 두각을 나타낸 것은 최근이었다. 세계랭킹 24위인 최세빈은 올해 1월 튀니스 그랑프리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처음으로 국제대회 개인전에 입상했다. 이어 아시아선수권에서는 단체전 동메달에 일조했다.

꿈에 그리던 첫 올림픽, 최세빈은 아무도 예상 못한 4위에 올랐다. 16강에서는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에무라 미사키(일본)를 15대7로 격파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그는 “올림픽 준비하면서 나를 많이 의심했다. 언니들이 좋다라고 해도 나를 믿지 못했다.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더라. 이제 나를 믿고 경기를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타이밍을 잡지 못하고 원포인트까지 싸움까지 끌고 간 경기가 많았기에 이번 올림픽은 70점을 주고 싶다“고 했다.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역시 8강전이었다. 막내 전하영과 집안 싸움을 했다. 최세빈은 1-8로 뒤지던 경기를 15대14로 뒤집는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그는 “이렇게까지 지다가 뒤집은 경기가 처음이다. 하영이랑 서로를 너무 잘 안다. 처음에는 끝났다고 했는데, 끝까지 해보자고 했던게 주효했다. 하영이도 메달을 딸 수 있는 선수기에 아쉽다. 끝나고는 서로 고생했다고 이야기 했다“고 했다.

비록 동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세빈은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4강전을 치르기 위해 계단 위에 섰을때 '나도 저기에 있으면 멋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이어리에 썼는데, 이루어져서 좋다“며 “사실 4위가 되면 되게 불행할 줄 알았는데 얻는게 많았다. 4년 뒤 올림픽에 나오면 나 자신을 의심하지 않고 믿는 선수였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여자 사브르의 새로운 희망이 된 최세빈의 커리어는 지금부터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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