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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바꾸는 게 좋지 않겠냐고 물으셨는데….“

지난 3일 한화 생명이글스파크에스 열린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 경기. KIA 선발투수 양현종(36)에게 코칭스태프는 2회말 '교체 의사'를 물었다.

최재훈에게 3점 홈런을 맞은 직후. 그러나 이유는 아니었다.

양현종은 최재훈에게 홈런을 맞은 뒤 이원석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후속타자는 요나단 페라자. 그 때 한화생명이글스파크의 모든 전력 공급이 끊겼다. 폭염으로 인해 과부하가 생겨 전기가 나간 것.

전기는 4분 만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예열 등 과정으로 약 30분 정도 시간이 걸리게 됐다.

마운드에 있는 양현종의 어깨가 식을 수 있는 상황. 코칭스태프는 컨디션 관리 및 부상 등을 우려해 교체를 이야기했다.

양현종은 더 던지겠다고 했다. 어깨가 식지 않기 위해 폭염에 달궈진 그라운드에서 꾸준하게 몸을 풀었다. 38분 뒤 전기가 들어왔고, 양현종은 페라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결국 양현종은 이후 실점없이 6이닝을 책임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타선은 5회까지 4점을 내면서 경기를 뒤집었고, 결국 7대3으로 승리했다.

KIA는 이날 경기 전까지 4연패에 빠져 있었다. 최근 10경기 3승7패에 머무르면서 2위 LG 트윈스에 4.5경기 차 추격을 받았다. 선두 수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 '에이스' 양현종은 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마운드에 오르게 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숙명이다. 에이스라는 게 어려운 상황에 올라가서 잘 던져주고 이겨내주고 하는 게 (양)현종이에게는 숙명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기를 마친 뒤 이 감독은 “경기가 도중에 중단되어 흐름이 한 차례 끊기긴 했지만 양현종 선수가 끝까지 6이닝을 책임져 주며 오늘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베테랑으로서 끝까지 책임감을 잃지 않은 모습에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양현종은 “연패 중에 나가서 부담이 많이 됐는데 선수들 전부 연패를 깨려고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연패가 길어지면 순위를 유지하는 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열심히 던졌던 거 같다“고 했다.

2회 정전 상황에 대해 양현종은 “금방 불이 들어올 거라고 생각했다.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이 바꾸는 게 낫지 않냐고 하셨다. 그래도 선발로 던지는 경기만큼은 (일찍) 바꾸고 싶지 않았다“라며 “어제 중간 투수도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내가 최대한 컨디션 조절하면서 던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크게 무리는 안 갔다“라며 “최대한 라커룸에 안 들어가려고 했다. 라커룸으로 들어가면 찬바람 에어컨도 있고, 땀이 식으면 좋지 않다. 날씨가 더워 최대한 밖에서 걸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KIA는 양현종이 등판한 21경기에서 17경기를 승리했다. 양현종의 승리는 8승이었지만, 팀 자체로는 웃는 날이 많았다. 양현종 역시 이 기록을 반겼다. 양현종은 “내가 나가는 경기에 팀이 진 적이 거의 없다. 저도 그런 운이 많이 따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등판하는 날에는 야수들이 정말 집중한다는 모습을 느꼈다. 그래서 이런 승률을 유지하고 싶다“라며 “내가 나가는 경기는 내가 이기지 않더라도 좋은 승리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목표로 내걸었던 170이닝을 위해서도 순항이 이어지고 있다. 21경기를 치르는 동안 소화한 이닝은 127⅓이닝. 올해도 달성하게 되면 10년 연속 170이닝 소화를 하게 된다. 양현종은 “올 시즌 시작 때부터 내 목표였다. 그렇다고 그걸 내가 맞춰서 하기보다는 팀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니 최대한 버티자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4연패에서 탈출하면서 KIA는 LG와 승차를 5.5경기 차로 벌리며 선두 질주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양현종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연패를 해서 무거운 감은 있었지만, 그래도 고참들이 '1위를 하고 있지 않냐'라고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팀 승리에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대전=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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