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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셔틀콕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3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에 2대1(15-21 21-17 21-8) 역전승을 거뒀다. 안세영은 4강행 티켓을 거머쥐며, 금메달까지 단 2승만을 남겨뒀다. 안세영은 지난 도쿄 대회에서는 당시 배드민턴 대표팀 최연소로 나서 1번 시드였던 천위페이(중국)에게 패하며 8강에서 탈락한 바 있다.

안세영은 한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희망이다. 2012년 런던 대회부터 2021년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3회 연속 노골드'에 그친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고 성적을 노렸다. 최대 금메달 3개에 도전했다. 하지만 아쉽게 혼합복식에서 은메달 1개만을 수확했다. 남자복식은 아쉽게 4위에 머물렀고, 여자복식은 모두 8강에서 여정을 멈췄다.

안세영은 현재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여자단식 1위다. 한국 선수로는 방수현 이후 27년만에 등장한 세계 톱랭커다. 안세영은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차원이 다른 경기력으로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거머쥐었다. 훈장도 있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서 당한 오른 무릎 부상으로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렸다. 재활에 집중한 안세영은 다행히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최근 펼쳐진 싱가포르오픈과 인도네시아오픈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올림픽 금메달 기대감을 높였다.

첫 경기는 다소 고전했다. 28일 세계 74위 코비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에 2대0 승리를 거뒀다. 내용은 썩 좋지 않았다. 7주 전 인도네시아오픈 결승전을 끝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한 안세영은 실전 감각을 찾는데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잦은 실수로 점수차를 크게 벌리지 못했다. 다행히 2게임 들어서는 영점을 잡으며 본래의 기량을 과시했다. 스트로크의 예리함을 회복하며 대승을 거뒀다.

경기 후 안세영은 “긴장을 많이 해서 많이 헤맸다. 제 실력의 70%도 발휘하지 못해 부끄럽다“면서 “점점 나아질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다시 밟은 올림픽 무대에 만감이 교차하는지 눈가는 촉촉해졌다. 안세영은 “이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되게 내려앉는 기분“이라면서 “이게 좋은 자극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두번째 경기에서 제 기량을 발휘했다. 1세트 선취점을 내준 안세영은 이후 곧바로 4-1 경기를 뒤집었다. 5-2 상황에서는 절묘한 헤어핀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첫 경기서 아쉬웠던 인, 아웃 판단도 정확했다. 상대를 압박하며 계속 몰아붙이며 점수차를 벌렸다. 15-4까지 앞서나갔다. 홈팀 팬들이 응원을 보냈지만, 안세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기량차를 보여주며 21-5, 14분만에 1세트를 가져갔다.

2세트 들어 안세영의 스트로크는 더욱 날카로와졌다. 선취점을 딴 이후 내리 5점을 따내며 5-0 리드를 잡았다. 7-4, 상대의 추격이 거세지던 상황에서 멋진 대각선샷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왔다. 11-4로 앞섰다. 파죽지세였다. 계속 점수를 추가했다. 안세영이 16점을 올릴때까지 상대는 4점에서 묶였다. 상대가 조금씩 점수를 더했지만, 안세영은 더 빠르게 점수를 쌓았다. 결국 21-7로 2세트 마저 가져오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안세영은 이날 승리로 조 1위를 확정하며 8강행을 확정했다. 이번 대회 여자 단식은 총 39명의 선수들이 출전, 각조 3명씩 13개조로 나뉘어 펼쳐진다. 각조 1위가 16강에 진출한다. 1번 시드를 받은 안세영은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곧바로 8강 토너먼트에 오르는 혜택 속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8강 상대는 야마구치였다. 야마구치는 2일 16강전에서 수파니다 카테통(태국)을 2대0(21-6, 21-13)으로 꺾었다. 야마구치는 만민치 않은 상대다. 야마구치는 안세영이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 전까지 정상을 지켰던 선수다. 하지만 지난해 발 부상으로 기량이 크게 떨어졌고,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부활을 꿈꿨다.

1세트 초반, 선취점을 준데 이어 리드를 내줬다. 두점차로 끌려갔다. 여러차례 네트에 걸리며 샷 감각이 올라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3-7까지 점수차가 벌어졌다. 4점차에서 점수를 주고 받았다. 안세영이 쫓아가면 야마구치가 도망갔다. 안세영이 중반 힘을 내기 시작했다. 9-10까지 쫓아갔다. 하지만 엔드라인 쪽으로 보낸 스트로크가 계속 아웃되며 다시 점수를 내줬다. 상대 범실에 힘입어 13-14까지 추격. 하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공격이 계속 실패하며 14-19까지 벌어졌다. 결국 15-21로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2세트도 상황은 비슷했다. 실수와 인, 아웃 판단 미스 등이 겹치며 초반 리드를 내줬다. 절묘한 대각선샷으로 3-4-까지 추격했다. 공격이 살아났다. 호쾌한 스매시로 동점. 6-5로 승부를 뒤집었다. 앞서나간 안세영은 연속 득점으로 8-5까지 앞서나갔다. 날카로운 공격이 이어지며 분위기를 제대로 잡았다. 12-7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13-8에서 멋진 대각선 공격이 챌린지 끝 나갔다고 판단된게 좀 아쉬웠다. 야마구치가 추격하는 듯 했지만 안세영이 다시 연속 득점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종반 야마구치가 좋은 네트플레이를 보이며 추격했다. 17-16까지 쫓아왔다. 하지만 안세영이 이내 세계 1위다운 플레이를 선보이며 흐름을 끊었다. 20-17, 세트포인트에서 멋진 드롭샷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마지막 3세트, 안세영이 선취점을 올렸다. 안세영은 2-1, 랠리 상황서 멋진 대각선 공격을 성공시키며 기세를 탔다. 5-1까지 앞서나갔다. 계속 스코어를 벌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안세영의 플레이가 살아났다. 7-3에서 아쉽게 챌린지가 실패했지만 이내 멋진 공격으로 다시 점수를 땄다. 결국 11점 고지를 먼저 밟았다. 상대는 지친 기섹이 역력했다. 안세영은 거침없는 플레이를 이어갔다. 15-6까지 스코어를 벌렸다. 상대가 쫓아왔지만 긴 랠리 끝 16점에 성공하며 16-8 더블스코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19-8에서 매치포인트에 도달한 안세영은 결국 승리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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