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6 07:47:00]
[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쥔 길영아 삼성생명 감독은 초등학생이던 안세영을 보고 “100년에 한번 나올 선수“라고 느꼈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풍암초 1학년때 복싱 국가대표 출신이자 배드민턴 동호인인 아버지 안정현씨를 따라 처음 라켓을 잡은 안세영은 곧바로 놀라운 재능을 뽐냈다. 적수가 없었다. 2017년 만 15세의 나이로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 안세영은 현역 실업팀 선배들이자 세계랭킹 상위권인 국가대표 선배들을 상대로 전승을 거두는 사고를 쳤다. 이전까지 성인 선수들과 정식 대결을 한 적도 없는 중학생이 주니어 대표팀을 건너 뛰고 곧바로 태극마크를 다는 놀라운 역사를 썼다.
안세영의 힘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었다. 사실 안세영은 배드민턴 선수로서는 스피드와 파워가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어린 시절 놀라운 센스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국제 무대에서는 큰 벽을 느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는 천위페이(중국)를 만나 0대2로 완패하며 32강에서 짐을 샀다. 스스로 어떤 식으로 기량을 끌어올려야 할지 느낀 안세영은 끝없는 노력을 이어갔다.
안세영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국제대회를 마치고 밤늦게 귀국해도 짐을 풀고 바로 운동을 하러 간다. 주변에서 제발 쉬라고 해도 멈추지 않는다. 엄청난 운동량에 오히려 걱정할 정도. 안세영의 장점인 엄청난 체력을 만든 비결이다. 안세영은 “다짐한 순간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 계속 나를 몰아붙였다. 부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끝까지 바꾸지 않은 것은 새벽, 오전, 오후 하루 세번 달리고 사이클하는 체력 훈련이었다. 어느 순간에도 계속해서 포기 않았던게 나의 올림픽 금메달 키포인트였지 않나 싶다“고 했다.
지난해 부상 후 안세영은 잠시 부진에 빠졌다. 당시 김학균 대표팀 감독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운동 공백기가 많았기에 체력을 올리는 중이다. 최종 목표인 올림픽에 맞추는데 집중할 뿐“이라고 했다. 부상 후유증으로 하체 근력을 살리기 위해 실시한 모래판 라켓 훈련은 단골 메뉴가 됐다. 매일 1~2시간, 500~700개의 공을 받아내며 모래판과 '씨름'을 했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판에서 구슬땀을 흘린 안세영은 날렵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정신력도 남다르다. 그는 지난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결승에서 무릎 통증을 느꼈다. 경기를 치르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놀라운 투혼을 발휘하며, 3세트까지 경기를 끌고 갔고,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정밀 검사 결과는 놀라웠다. 오른 무릎 근처 힘줄이 일부 파열된 상황에서 만든 금메달이었다. 이같은 근성은 복싱 국가대표 출신인 아버지 안정현씨에게 물려받았다. 안 씨는 “학창 시절에 선생님들이 '점심 시간에 세영이가 체육관에 오면 한번도 앉아있지 않는다'고 하셨다. '쉬게 해야 한다'고 감독, 코치님들이 나한테 그렇게 많이 이야기했다. 지금 소속팀 길영아 감독님도 '세영이가 한번도 안 쉬고 참고 견디는게 혹사 같다'고 이야기 하셨다. 그때 내가 '선생님도 현역 시절에 그러시지 않으셨나요' 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운동 선수는 언제나 열심히 해야 한다고 어렸을때부터 이야기해서인지 세영이의 근성이 남다르다. 나보다 낫다. 근성이 오기가 되고, 오기가 사명이 된다“고 했다.
안세영은 뼈를 깎는 노력과 탁월한 근성을 앞세워 세계 정상에 올랐다. 2019년 프랑스 오픈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고, 2023년에는 전영오픈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방수현 이후 27년만의 전영오픈 여자단식 우승이었다. 같은 해에는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처음으로 단식 우승을 차지했다. 2023년 출전한 14번의 대회에서 무려 13번을 결승에 오르는 놀라운 기량을 과시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도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방수현 이후 처음으로 톱랭커가 됐다.
강한 체력과 끈끈한 수비력, 넓은 코트 커버력에 공격력까지 보강한 안세영은 그야말로 무결점 선수가 됐다. 특히 수싸움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뒤집어 버리는 그의 플레이는 경이로울 정도다. 이번 대회서도 1세트를 내주고, 2~3세트를 지배하는 안세영만의 플레이는 여전했다. 안세영은 마지막 퍼즐인 올림픽 금메달까지 거머쥐며,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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