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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과 선수가 우선이다. 나는 그저 선수들을 끝까지 돕고 싶다.“

최태호 연세대학교 감독은 '자타공인' 대학무대 스페셜리스트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05년 연세대 코치를 시작으로 감독대행을 거쳐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무려 20년 동안 연세대에서 '한 우물'만 팠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정승현(알 와슬) 등 국가대표를 비롯해 김동준(제주 유나이티드) 최준(FC서울) 등 수 많은 프로 선수를 키워냈다. 축구계 관계자들이 “선수들을 정말 잘 가르치는 지도자“라고 말하는 이유다.

최 감독은 현역 시절 정통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학창 시절엔 '랭킹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연세대를 거쳐 실업 무대로 진출할 땐 그를 잡기 위해 '스카우팅 전쟁'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는 지난 1991년 셰필드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홍명보 대한민국 A대표팀 감독 등과 에이스로 활약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한국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최 감독을 향한 프로의 관심이 이어진 이유다. 그는 연세대 코치 시절에도 프로에서 여러차례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대학무대를 선택했다.

최 감독은 “'프로 무대로 갈까' 생각한 적도 있다. 하지만 모교에서 지도자를 한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연세대가 꾸준히 상위권에 있었으면 좋겠다. 정기전은 매년 이겼으면 좋겠다(웃음). 팀이 성적을 내고 선수들이 프로에서 활약하는 것은 다 선수들이 잘 한 덕분이다. 나는 그저 선수들이 물가로 빠지지 않도록 뒤에서 끝까지 돕고 싶다. 학생들이 인성적으로나 실력적으로 선배들의 뒤를 잘 이을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세대는 고려대와의 올해 정기전에서 역대급 명승부를 연출했다. 연세대는 1-0으로 리드하다 후반 추가시간인 48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고려대는 축구에서 비기기만해도 종합우승이 가능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날 것 같았다. 그 순간 드라마가 연출됐다. 경기 종료 직전인 후반 52분 연세대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2대1, 연세대의 승리했다. 고려대 입장에선 '충격'이었고, 연세대는 '기적'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학축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선수 스카우팅이 전면 금지돼 있다. 또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 중 일부는 시즌 중 프로 무대로 '콜업'돼 떠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연세대는 매년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최 감독은 “내가 선수를 뽑는 것이 아니다.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나기 전까지 어떤 선수가 들어오는지 알 수 없다. 결국은 새 선수의 장점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동계훈련을 통해 어떤 전술과 포메이션을 활용할지 정한다. 합류하는 선수에 따라 시스템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뗐다.

그는 “한 자리에 최소 2명을 배치하려고 한다. 혹시 생길 부상이나 누수에 대비해 변화를 준비하는 것이다. 또한, 연습경기 때는 무조건 다 로테이션을 한다. 그래야 선수들이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다. 실전에서 버틸 힘이 생기는 것이다. 스쿼드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좋은 축구를 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K리그 경기는 당연히 봐야한다. 선수들이 프로 무대에 갔을 때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선 그 흐름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대학팀 감독의 역할은 선수들의 프로 진출이다. 그들이 프로에 가서 적응할 수 있는 전술이나 포지션 훈련을 놓쳐선 안 된다. 과거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많이 봤다. 현재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를 많이 본다. EPL을 보면 속도감이 있다. 사이드에 있는 선수들은 돌파를 해야 좋은 기회가 나온다. 패스로 박스까지는 갈 수 있다. 하지만 결국은 한 명, 두 명의 선수를 제쳐야 한다. 그렇게 되면 주변에 있는 선수들도 축구를 하는 데 더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7일 인천대와 U리그 왕중왕전을 치른다. 최 감독은 “우리가 최근 세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다. 최근 수중전을 치른적이 있는데, 그 뒤로 컨디션이 떨어진 것 같다. 왕중왕전을 앞두곤 두 가지에 집중하고 있다. 수비 조직력과 정신력이다. 고학년들은 취업 등 피부로 와 닿는 현실이 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몸에 더 힘이 들어가는 것 같다.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세대=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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