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10-31 13:32:00]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레알 마드리드가 발롱도르를 인정하지 않는 초유의 시상식 보이콧을 해 뜨거운 논란을 낳은 가운데, 레알 소속 베테랑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은 수상자에게 축하를 건네는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보여줘 훈훈한 감동을 남겼다.
2024년 발롱도르로 선정된 스페인 출신 미드필더 로드리(맨시티)는 지난 28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시상식을 마치고 스페인 대표팀 동료인 카르바할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로드리는 현지매체와 인터뷰에서 “내가 시상식을 마치고 처음으로 받은 전화는 카르바할에게 걸려온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축하한다고 말해줬다“고 뒷얘기를 전했다.
레알은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등 레알 선수가 발롱도르로 선정되지 않았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 수뇌부, 감독, 선수 등 참석 예정자 전원이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해 파리행 비행기를 취소했다.
실제로 2023~2024시즌 맨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스페인의 유로2024 우승을 이끈 로드리가 수상자로 선정되었고, 2023~2024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더블 우승을 이끈 '레알 트리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주드 벨링엄, 카르바할은 2~4위를 기록했다.
전현 레알 멤버들과 팬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비니시우스가 수상하지 못했다', '발롱도르는 이미 신뢰를 잃었다', 로드리가 수상을 한 기준이면 유로 트로피를 거머 쥔 카르바할이 수상 자격이 있다',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반대 목소리가 수상 불발의 원인인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감독은 “내 가족, 나의 회장, 나의 구단, 나의 선수 특히 비니(비니시우스)와 다니(카르바할)에게 감사를 전한다“며 일생일대의 기회인 발롱도르를 수상하지 못한 제자들을 위로했다.
비니시우스는 “필요하다면 10배 더 잘하겠다. 그들은 아직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르바할은 동료의 수상을 축하했고, 로드리도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로드리는 “카르바할도 발롱도르를 수상할 자격이 충분했다. 그는 나처럼 팀을 위해 헌신했고, 구단을 사랑했으며, 경기장에서 모든 걸 쏟아부었다. 우리는 많은 걸 공유하고 있고, 똑같은 부상을 당하며 더욱 하나가 되었다“고 말했다. 로드리와 카르바할은 시즌 초 나란히 십자인대 부상을 당했다.
한편, 1956년 프랑스 축구 잡지 '프랑스풋볼'이 창설한 발롱도르(황금공)는 한 시즌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이번엔 2023~2024시즌 활약상을 기준으로 전 세계 100명의 기자단 투표로 선정됐다.
로드리는 맨시티 유니폼을 입고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이끌었고, 클럽월드컵과 유럽슈퍼컵에서 우승했다. 지난여름 스페인 대표팀 일원으로 유로2024 우승을 차지했다. 소속팀과 국가대표팀에서 모두 괄목한 성과를 냈을 뿐 아니라 64경기에 나서 12골14도움을 폭발하는 '탈미드필더급'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유로2024 최고의 선수, 유로2024 올해의 팀, 클럽월드컵 최고의 선수, EPL 올해의 팀에 선정됐다. 시즌 중 직접 출전한 경기에서 52경기 무패를 질주하는 등 '승리요정'의 역할도 톡톡히했다. 64경기를 통틀어 단 1번 패했다.
브라질 공격수 비니시우스는 포지션 특성상 로드리보다 더 많은 득점(26골)을 넣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국제대회 성과가 부족했다. 지난여름 2024년 코파아메리카에서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진 브라질의 우승을 이끌지 못했다.
로드리는 맨시티 역사상 최초의 발롱도르 수상자이자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당시 맨유) 이후 16년만에 배출한 EPL 수상자다. EPL 선수가 발롱도르를 탄 건 이번이 7번째. 2009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10년간 리오넬 메시, 호날두, 루카 모드리치 등 라리가 선수들이 발롱도르를 독차지했다. 지난해엔 메시가 '팔롱도르'(8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했다.
나아가 최초의 수비형 미드필더 수상자라는 역사를 새로 썼다. 1990년 로타어 마테우스(당시 인터밀란)가 수상했지만, 마테우스는 정통 수비형 미드필더는 아니었다. 수비적인 역할에만 치중하던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서 수비 임무와 동시에 공격을 전개하고, 빅매치에서 결정적인 골을 터뜨린 로드리는 '육각형 미드필더'로써 '수미'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번 수상은 바야흐로 수비형 미드필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이다.
발롱도르는 무적함대 역대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한 대선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미처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스페인 선수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건 1960년 루이스 수아레스(당시 바르셀로나) 이후 무려 64년만이다. 로드리는 “국가대표팀과 루이스 델 라 푸엔테 감독이 오랜기간 나를 믿어줬기 때문에 유로를 함께 우승한 동료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나만의 상이 아니라 스페인 축구를 위한 것“이라고 소감을 남겼다. 맨시티를 향해서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팀 동료 미드필더 일카이 귄도간은 “오늘부로 로드리는 더 이상 '과소평가'되지 않을 것이다. 로드리의 발롱도르 수상은 나에겐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수비 포지션에 있는 선수가 이 타이틀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다“라고 말했다. 펩 과르디올라 맨시티 감독은 “로드리가 전 세계에 맨시티의 영향력을 완벽하게 대표한다고 생각한다. 트로피뿐 아니라 플레이 방식도 중요하다“며 로드리가 응당 받아야 할 상을 받았다고 평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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