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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그야말로 금의환향이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양궁 5개 전 종목을 석권한 대한민국 양궁 남녀 대표팀이 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 10연패를 비롯, 5개 전종목을 석권했다. 임시현(21·한체대)과 김우진(32·청주시청)은 3관왕에 올랐다.

파리올림픽 주역 남자 대표팀 김우진, 이우석(26·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과 여자 대표팀 임시현(21·한체대) 남수현(19·순천시청) 전훈영(30·인천광역시청)은 이날 오전 9시 10분 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비행 끝에 약간 피곤한 기색이었지만, 잔잔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세계최강 6명의 태극 궁사들은 담담하게 파리올림픽 뒷이야기를 전했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2가지였다. 김우진의 심박수의 비밀과 임시현의 진화였다.

▶김우진, 심박수의 비밀

3년 전인 2021년. 도쿄올림픽에서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절체절명의 순간, 그것도 올림픽 무대.

떨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80대 BPM을 유지하던 김우진의 심박수는 승부처 70대 BPM으로 떨어졌다. 오히려 더 평온해진 것이다.

파리올림픽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단체전 금메달이 걸린 단 1발의 슛오프. 김우진의 심박수는 여전히 80대 BPM으로 그대로였다. 남자 단체전, 남자 개인 4강전에서는 70대 BPM으로 오히려 떨어지는 모습도 있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었다.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그의 심박수는 빨라졌다. 국내 팬 사이에서는 “승리를 확신하고, 금메달을 환희를 먼저 느끼고 있는 거 아니냐“고 '정상'을 '비정상'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김우진은 “당시, 무조건 끝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온함을 유지하는 이유에 대해 김우진은 담담하게 정석적 답을 했다. “한국 양궁은 항상 견제 대상이다. 모든 국가들이 우리를 대비해 전략을 짜고, 우리는 그것을 항상 디펜스해야 했다. 그런 경험이 쌓여서 승부처에서 나 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이 전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김우진을 오랫동안 지켜봤던 양궁 관계자들에게 물어봤다. “올림픽과 같은 큰 대회가 아니면 별도로 심박수를 측정하진 않는다. 대표팀에서도 심박수를 통해 평정심을 유지하는 훈련은 하지 않는다. 김우진은 어릴 때부터 평온함을 유지했다. 승부처에서 오히려 더 침착한 모습을 항상 보였다“며 “승부처에서 심박수가 낮은 것은 타고난 강심장에 경험이 쌓이면서 생긴 현상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날 남자 대표팀은 파리올림픽 뒷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했다. 김우진의 '메시와 호날두', 이우석의 음바페 비유가 현지에서 화제를 모았다.

남자 개인 결승 브래디 엘리슨과 명승부를 펼친 김우진이 엘리슨과의 관계를 “메시와 호날두의 관계“라고 얘기하자, 이우석이 “나는 음바페“라고 했다. 입국장에서 “그럼 김제덕은 어떤 선수로 비유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자, 상의 끝에 이우석이 “손흥민을 하겠다고 합니다“라고 했다.

▶진화하는 에이스 임시현

임시현은 에이스의 풍모를 풍겼다.

그는 “3개의 메달을 목에 걸고 있는 무게가 어떠냐“는 질문에 “목 디스크가 걸릴 것 같다. 이번 대회 최종 목표가 여자 단체전 10연패였다. 결승 슛오프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여유와 자신감이 풍기는 말이었다.

그는 “혼성 단체전에서 김우진 선배에게 많이 배웠다. 남자 대표팀 맏형인데다 에이스로서 나보다 부담감은 더욱 많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혼성 단체전에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야 하고,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견디는 지에 대한 모습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정말 많이 배웠다“고 했다.

여자양궁 3관왕. 명실상부한 세계 여자양궁 1인자로 등극한 무대였다. 하지만, 이 무대에서 임시현의 소감은 “많이 배웠다“였다.

1년 전, 그는 대표팀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당시에도 그는 앳된 티를 벗지 못했다.

'괴물 신예'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단, 발전 의지는 대단했다. 그는 당시 “도쿄올림픽 평가전에서 탈락했다. 곱씹어 봤다.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뽑힐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평가전 내내 있었다. 나를 믿지 못하는데,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며 “훈련밖에 답이 없었다. 훈련량을 늘렸다. 그동안 단점을 깊숙히 파고 들면서 스스로 흔들리는 경향이 있었다. 단순하게 쏘고, 툭툭 털어내자는 생각을 했다. 마인드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준비된 1인자였다. 첫 출전한 파리에서 새로운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그러나 여전히 2% 부족하다는 입장. 진화하는 세계 최강자, 그래서 임시현은 무섭다.

남수현도 이번 대회 시뮬레이션 준비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그는 “큰 도움이 됐다. 특히 파리 앵발리드 경기장을 재현한 스페셜 매치는 실전 적응에 큰 도움이 됐다. 많은 관중 앞에서 쏴 본 경험이 부족했는데, 축구 경기장에서 실전훈련을 한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인천공항=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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