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때가 됐다. 태극기를 올릴 차례다." 김장빈 한국 20세 이하 남자 대표팀 감독의 말이다.

그야말로 혈투였다. 한국은 29일 인도네시아 수라바야에서 펼쳐진 2024 아시아배구연맹(AVC)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 준결승전에서 일본을 풀세트 접전 끝에 3-2(25-20, 25-19, 21-25, 21-25, 15-11)로 물리치고 6년 만에 대회 결승에 안착했다. 이제는 '20년 만의 금메달'을 바라본다. 한국이 이 대회 정상에 선 건 2004년이 마지막이다. 오는 30일 이란과 결승전으로 우승컵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먼저 승기를 잡은 건 한국이었다. 1~2세트를 먼저 따내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탄탄한 리시브를 바탕으로 일본의 공격을 잘 틀어막음과 동시에 강한 서브로 상대를 흔들었다. 그러나 일본도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 거센 반격으로 기어이 승부를 풀세트까지 끌고갔다. 5세트 절체절명의 상황. 윤경(남성고)이 해결사로 나섰다. 마지막 사력을 쏟아내며 한국을 위기에서 구했다.

이날 한국은 세터 김관우(천안고), 아포짓 윤경, 아웃사이드 히터 이우진(베로 발리 몬차)과 윤서진(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 임인규(수성고)와 장은석(속초고), 리베로 강승일(대한항공)을 선발로 기용했다. 이우진-윤경-윤서진 삼각편대 화력이 불을 뿜었다. 각 21점, 20점, 16점을 터뜨리며 일본을 격침시켰다. 아울러 강승일도 양팀 최다인 51개 리시브를 받아내면서 리시브 효율 69%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경기 후 통화에서 김장빈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사실은 정말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다. 대회 개막 직전 가진 연습경기 때만 해도 우리가 일본에 1-3으로 크게 졌었다. 그러나 선수들이 경기를 치를수록 실력이 늘더니, 결국 오늘 기분 좋은 사고를 쳤다. 감독인 나는 보는 것밖에 한 게 없다. 승리의 공을 모두 선수들에게 돌리고 싶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잘해줬지만, 오늘만큼은 특별히 이우진 선수를 칭찬해주고 싶다. 사실 이우진 선수가 부상 때문에 최근 몸이 안 올라와 스스로 마음고생이 있었다. 그런 걸 모두 이겨내고 일본을 상대로 아주 좋은 활약을 보여줘 대견하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리시브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고 치켜세웠다.

김 감독은 대회 내내 선수들에게 강한 서브를 주문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거듭 강조했지만, 강팀을 흔들려면 결국 강한 서브가 필수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과감하게 서브를 때리라는 주문을 넣었다. 특히 오늘 경기 초반에 일본 측 7번 선수의 리시브가 약하단 걸 눈치챘고, 목적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이게 잘 통하면서 끝내 승리까지 가져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은 염원의 금메달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승으로 향하는 마지막 길목에는 '디펜딩 챔피언' 이란이 서 있다. 앞서 한국은 이란과 8강라운드에서 이미 맞붙은 전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이란에 2-3으로 졌다. 설욕의 기회가 찾아왔다. 

김 감독은 "8강 당시 결과를 떠나 이란의 매너에 치가 떨렸다. 오늘 일본도 일본이지만, 일본을 이겨 이란에 꼭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끝내 우리의 바람대로 이란을 다시 만나게 됐다. 8강 때와 마찬가지로 화력 싸움이 될 거다. 냉정하게 말해서 이란의 높이를 우리가 감당하긴 어렵다. 반대로 이란도 한국의 조직력과 강한 서브에 크게 애를 먹었다. 충분히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대다. 응원해주시면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김 감독은 "어느새부턴가 한국은 일본, 중국, 이란에 밀려 아시아 무대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이제는 때가 됐다. 태극기를 올릴 차례다. 중국과 일본은 이미 이겼다. 이란만 남았다"고 목소리 높였다.

김장빈호가 '20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한다.

사진_AV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