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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남자배구 대표팀이 이탈리아를 넘지 못하며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여정을 마쳤다.

일본이 뼈아픈 리버스 스윕 패를 당했다. 일본은 5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이탈리아에 2-3(25-20, 25-23, 25-27, 24-26, 15-17)으로 지며 준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이시카와 유키-니시다 유지 쌍포가 분전했지만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각 32, 22점을 쏘아 올리고도 팀의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본은 1세트를 쉽게 가져오며 일찍이 4강행 청신호를 키는 듯했다. 하지만 2세트를 어렵게 따내더니 결국 뒷심이 달리는 모습으로 3세트를 눈앞에서 놓쳤다. 분위기를 뺏은 이탈리아가 4세트 초반 앞서갔다. 자칫하면 내리 두 세트를 내줄 수도 있던 상황. 1~3세트 맹활약한 이시카와와 니시다를 대신해 란이 4세트 해결사로 나섰다. 일본의 공격을 이끌며 듀스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하지만 후반 집중력 부족으로 일본은 또 한 번 다잡은 승리를 놓쳤다. 끝내 풀세트 접전 끝에 고개를 떨궜다.

앞서 일본은 조별예선 C조 3위를 기록했다. 종합 8위로 간신히 8강행 막차를 탔다. 반면 3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거둔 이탈리아는 종합 1위로 8강 토너먼트 진출. 예선 성적을 놓고 보면 이탈리아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52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향한 일본의 의지도 강했다. 일본은 1972년 뮌헨 대회 우승 이후 이 대회 메달이 없다. 이날 일본은 '일본만의 배구'가 뭔지 확실히 보여줬다. 끈질긴 수비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기회를 창출했고, 이시카와와 니시다가 이를 놓치지 않고 해결했다. 상대 블로킹을 따돌리는 세키타 마사히로의 토스도 일품이었다. 하지만 끝내 높이와 파워를 앞세운 이탈리아에 무너졌다. 일본의 간절함이 이탈리아의 높이를 넘지 못했다.


일본은 최근 2024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준우승으로 충분히 자격을 증명했다. 자신감을 안고 파리로 왔다. 하지만 파리올림픽 본선 조별예선부터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일본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결국 현실이 됐다. 8강전에서 이탈리아에 통한의 역전패로 무릎을 꿇었다.

일본은 세터 세키타 마사히로, 아포짓 니시다 유지, 아웃사이드 히터 다카하시 란과 이시카와 유키, 미들블로커 야마우치 아키히로, 다카하시 켄타로, 리베로 야마모토 토모히로를 선발로 기용했다.

이에 맞선 이탈리아에서는 세터 시몬 지아넬리, 아포짓 로마노 유리, 아웃사이드 히터 라비아 다니엘레와 미켈레토 알레산드로, 미들블로커 갈라시 지안루카와 루소 로베르토, 리베로 발라소 파비오가 먼저 코트를 밟았다.

1세트 초반 팽팽했다. 이탈리아가 미켈레토 백어택으로 포문을 열었다. 갈라시가 중앙에서 속공으로 점수를 쌓았다. 일본도 강하게 나왔다. 특히 주장 이시카와가 조별예선 부진을 완전히 씻어낸 모습. 공수 양면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에 힘입은 일본이 근소 우위를 이어갔다. 여기에 니시다가 강한 백어택과 센스있는 연타를 섞으며 이탈리아를 더욱 몰아붙였다. 접전 흐름을 깨는 니시다 서브에이스까지 터지면서 13-10.

기세가 오른 일본이 맹공을 이어갔다. 탄탄한 리시브를 앞세워 공격 기회를 끊임없이 창출했다. 세키타 토스 경로도 인상적이었다. 이시카와 퀵오픈에 이탈리아가 무방비로 점수를 내줬다. 좌우에서 이시카와와 니시다가 이탈리아를 강하게 흔들자 중앙도 살아났다. 야마우치 속공으로 20-12가 됐다. 이탈리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순식간에 두 점을 좁혔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다카하시 란이 이탈리아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고, 야마우치가 속공으로 또 한 번 재미를 봤다. 니시다가 이탈리아 블로킹을 뛰어넘는 타점 높은 공격으로 세트포인트를 가져왔다. 이탈리아도 힘을 냈다. 시몬 블로킹으로 20-24 맹추격했다. 하지만 이내 아쉬운 서브 범실로 첫 세트를 내줬다. 일본의 압도적 리시브 능력과 이시카와-니시다 쌍포 활약이 빛난 1세트였다. 반면 이탈리아는 범실 관리에서 약점을 보이며 일본을 쫓아가지 못했다.

2세트도 치열했다. 이시카와 서브에이스로 일본이 8-6 달아나는 듯했다. 그러나 곧바로 이탈리아가 한 점 추격, 접전 양상이 이어졌다. 이후 라비아가 서브에이스로 9-9 균형을 맞췄다. 이에 질세라 이시카와가 백어택으로 10-9 다시 한번 점수를 벌렸다. 이탈리아도 맞불을 놨다. 갈라시 서브에이스로 11-10, 켄타로 개인 시간차공격을 돌려세우는 루소의 환상적인 블로킹으로 금세 12-10이 됐다.

이탈리아가 계속해서 높이 싸움에서 웃었다. 갈라시 블로킹으로 이탈리아가 17-13 달아났다. 어느새 일본 패색이 짙은 상황. 이시카와가 제대로 팔을 걷어붙였다. 강한 서브로 이탈리아 리시브를 무너뜨렸다. 이시카와 서브 타임에 연속 득점이 터지면서 일본이 17-17 균형을 맞췄다. 란도 이탈리아 블로킹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영리한 터치아웃 득점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세트 막바지는 한 점씩 주고받는 혈투. 니시다가 상대 블로킹을 교묘하게 피하는 대각 공격으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어 다시 한번 일본에 기회가 찾아왔다. 야마모토가 디그해낸 공을 이시카와가 놓치지 않고 해결했다. 일본이 24-23 세트포인트를 잡았다.

흐름을 탄 일본이 3세트 초반 크게 앞서갔다. 3세트 들어 란 득점포까지 살아나며 이탈리아의 수비 선택지가 늘었다. 이에 이시카와-란-니시다 삼각편대가 이탈리아를 강하게 압박하며 단숨에 13-9를 찍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이탈리아가 놀라운 근성으로 15-16 일본 턱끝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내 미켈레토 서브 범실이 나오며 분위기가 일본에 넘어갔다. 전열을 가다듬은 일본이 다시 맹타를 쏟아냈다. 중요한 순간 로마노마저 서브를 범실하며 일본이 20-18 20점 고지를 선점했다. 이탈리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미켈레토가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며 20-20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일본도 간절했다. 곧바로 이시카와 파이프 공격으로 한 점 도망갔다. 이탈리아도 뒷심을 냈다. 지아넬리 서브에이스로 24-24 추격했다. 서로 한 치 물러섬 없는 듀스 승부. 피 튀기는 접전 끝에 이탈리아가 3세트를 가져오며 한숨을 돌렸다.

3세트 여파로 힘이 빠진 일본이 4세트 초반 이탈리아에 주도권을 내줬다. 일본은 1~3세트 거의 없던 범실까지 쏟아지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하지만 란 연속득점으로 추격 불씨를 살렸고, 니시다 서브에이스까지 터지며 10-12 기세를 올렸다. 이탈리아도 가만있지 않았다. 중앙에서 차이를 벌리며 14-10 다시 크게 도망갔다. 일본도 강하게 반격했다. 란이 퀵오픈과 서브에이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일본 공격을 이끌었다.

란 활약에 이시카와, 니시다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시카와가 직선 공격으로 14-15, 니시다가 백어택으로 15-16을 찍었다. 이후 한 점씩 주고받는 난전이 펼쳐졌다. 20-20까지 줄다리기가 팽팽했다. 란이 흐름을 가져오는 서브에이스로 21-20을 찍었다. 이탈리아가 22-21로 재역전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이어졌다. 미켈레토 대각 공격으로 이탈리아가 24-22 세트포인트를 맞이했다. 일본이 다시 한 점 쫓았다. 이탈리아 공격 범실로 24-24 듀스가 됐다. 후반 집중력을 살린 이탈리아가 4세트도 가져갔다.

최후의 5세트. 이시카와가 오픈 공격으로 먼저 득점을 냈다. 로마노가 바로 한 점 돌려줬다. 루소와 이시카와가 나란히 서브 범실을 기록했다. 양 팀 기싸움이 팽팽했다. 4-4까지 승부의 행방이 묘연했다.

니시다가 강스파이크로 이탈리아 블로킹을 뚫어내며 일본이 6-4 승기를 잡았다. 이탈리아는 갈라시 서브 범실까지 나오며 궁지에 몰렸다. 일본이 8-6에 먼저 도착하며 코트를 바꿨다. 하지만 미켈레토가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해내며 일본이 통한의 역전패를 허용했다.

사진_FIV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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