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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길영아의 아들이 아닌 김원호의 엄마로!“

'모자 메달리스트'가 탄생했다. 김원호(삼성생명)-정나은(화순군청)이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8위 김원호-정나은은 2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4강전에서 세계랭킹 2위 서승재(삼성생명)-채유정(인천국제공항)에 2대1(21-16 20-22 23-21)로 승리했다. 김원호-정나은은 결승에 오르며 은메달을 확보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올림픽 무대에서 결승에 오른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승행으로 김원호는 어머니와 함께 나란히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레전드'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길 감독은 1995년 세계선수권 여자복식 금메달, 1993∼1995년 전영오픈 여자복식 3연패 등을 이룬 설명이 필요없는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이다. 길 감독은 1996년 애틀랜타 대회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원호가 금메달을 차지할 경우, 혼합복식에서 대를 잇는 셈이다.

사실 길 감독은 김원호를 운동선수로 키울 생각이 전혀 없었다. 누구보다 힘든 길이란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는 속이지 못했다. 김원호는 남다른 운동신경을 보였다. 엄마 따라 배드민턴장에서 놀던 김원호는 자연스럽게 선수의 길을 걸었다.

쉽지 않았다. '길영아'라는 이름은 김원호에게 큰 벽이었다. 성적이 좋으면 '엄마빨이네'라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엄마만 못하네'라고 했다. 김원호는 주변의 보이지 않는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엄마에게 반항도 했지만, 그럴수록 운동에 집중했다. 201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가 된 김원호는 엄마가 감독으로 있는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꾸준히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남자복식에 나섰지만, 메달을 따지 못했고, 2022년 항저우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패했다.

절치부심한 김원호는 파리올림픽에서 결승에 오르며 마침내 엄마와 어깨를 나란히 할 기회를 얻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김원호는 “이제 제가 길영아의 아들로 사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로 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올림픽 무대는 하늘에서 내려주시는 것이다. 그동안 최선을 다했다면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면 된다'는 말을 해줬다“고 전했다. 김원호는 엄마의 말을 따라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

파리=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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