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2 07:40:00]
[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삐약이' 신유빈(20)은 대한민국 탁구의 샛별이었다.
2004년생 신유빈은 어린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받았다. 201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시 만 14세 11개월 16일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이다.
신유빈은 기대만큼 쑥쑥 성장했다. 2020년 1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도쿄 올림픽 세계 단체예선전 패자부활 결승전에 나섰다. 1복식과 4단식에서 승리를 챙겼다. 프랑스를 게임스코어 3대1로 꺾고 극적으로 도쿄올림픽 단체전 본선 티켓을 확보했다.
눈물도 있었다. 2021년 11월 처음 출전한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오른손목 피로골절 부상으로 기권했다. 2022년 5월 복귀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피로골절이 재발했다. 결국 손목뼈에 핀을 박는 수술을 했다. 사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2022년 열렸다면 신유빈은 참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손목 부상으로 선발전은 이미 끝났었다. 기회는 없었다. 내가 아시안게임에 나갈 확률은 0%라고 말하는 분도 계셨었다.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메달을 따니까 신기하고 좋다“며 웃었다.
신유빈에게 안주는 없었다. 그는 올림픽을 향해 다시 달렸다. 신유빈은 3년 전 출전했던 생애 첫 올림픽에선 눈물을 펑펑흘렸다. '도쿄의 악몽'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신유빈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임종훈(한국거래소)과의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합작했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건 것은 지난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신유빈은 '어제의 영광'은 잊었다. 실제로 신유빈은 “(메달을) 그냥 가방에 넣어뒀다“고 했다. 그는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메달 케이스를 주기 전까지는 그냥 가방에 넣고 다닐 예정이다. 그는 “혼합복식이 마지막 경기였다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아직 단식과 단체전이 너무나 많이 남아 있어서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여자 단식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했다. 신유빈은 64강전에서 멀리사 테퍼(250위·호주)를 4대0(14-12, 11-4, 11-3, 11-6)으로 잡았다. 32강전에서는 게오르기나 포타(71위·헝가리)를 4대1(9-11, 11-9, 11-4, 11-1, 11-9)로 돌려세웠다. 미국의 릴리 장(29위)과 격돌한 16강전에선 4대0(11-2, 11-8, 11-4, 15-13)으로 완승했다. 경기를 37분 만에 끝냈다.
이번 상대는 일본의 히라노였다. 세계랭킹으로 따지면 신유빈이 우위에 있다. 상대 전적에선 1승1패로 팽팽했다. 히라노는 64강에서 조르자 피콜린(이탈리아·4대1)-32강에서 주청주(홍콩·4대0)-16강에서 마니카 바트라(인도·4대1)를 제압하고 8강에 올랐다.
시작은 신유빈이 좋았다. 신유빈은 1~3게임을 내리 챙기며 리드를 잡았다. 다급해진 일본은 '유니폼 환복'을 요청했다. 그 사이 신유빈은 바나나, 비타민 물, 에너지젤을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일본의 작전이 성공하는 듯 보였다. 히라노는 4~6게임을 가지고 갔다. 승패는 7게임에서 갈렸다. 두 선수는 듀스를 거듭했다. 신유빈이 더 강했다. 11-11 상황에서 2연속 득점하며 13-11으로 승리를 챙겼다. 신유빈은 두 주먹을 불끈쥐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신유빈은 이제 '디펜딩 챔피언' 천멍(중국)과 격돌한다. 신유빈은 20년 만의 한국 역사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가 올림픽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수확한 건 지난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낸 김경아가 마지막이다. 한국 여자 선수가 단식에서 결승에 오른 적은 없다. 신유빈은 새 역사를 정조준한다.
그는 4강 진출 확정 뒤 “일단 4강 올라간 것도 정말 영광이다. 이렇게 올라온 만큼 더 후회없는 경기, 이기는 경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유빈은 이번 대회에서 오른팔목에 테이핑을 두른 채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날 경기엔 팔목은 물론이고 어깨에도 테이핑을 둘둘 두른 채 코트에 섰다. 부상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삐약이' 신유빈의 진격,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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