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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마치 24년 전을 소환하는 듯 했다. 오버랩이 됐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남자수영 100m 자유형 예선.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기록이 나왔다. 1분52초72였다. 하지만, 위대한 레이스였다.

주인공은 적도 기니의 에릭 무삼바니였다. 당시 수영 불모지 적도 기니의 대표로 출전했던 무삼바니는 정규 훈련을 전혀 받지 못했다. 국제 규격의 수영장도 아예 보지 못한 상태에서 올림픽에 출전했다.

레이스 막판 개헤엄 비슷한 영법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하지만, 전 세계 팬들은 비웃지 않았다. 오히려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보여준 그의 역주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2004년 올림픽도 출전을 강행했지만, 적도 기니 담당 공무원이 대회 직전 여권 사진을 분실하는 바람에 출전을 하지 못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그리고 2024년 파리올림픽. '위대한 1점'이 나왔다.

31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 남자양궁 개인전 64강전에서 세계최강 한국의 에이스 김우진(청주시청)과 맞대결을 벌인 이스라엘 마다예(36·차드).

그는 0대6으로 완패했다. 64강에서 탈락했다. 1세트, 분전했다. 26-29, 3점 차로 아깝게 패했다. 반면 2세트에서는 크게 흔들렸다. 2세트 마지막 화살, 과녁의 흰색 부분을 맞쳤다. 1점이었다.

결국 2세트 마다예는 15점에 머물렸다.

겉으로 보면 황당한 1점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양궁 이력을 본 전 세계 팬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다. 세계적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 4년 전부터 시작된 철저한 준비, 그리고 과학적 시스템 속에서 어떤 변수도 용납치 않는 관리 등 삼박자가 녹아들어가 있다.

반면, 마다예는 양궁 불모지 차드 출신이다. 2008년 양궁을 시작한 그는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했다. 철저하게 독학으로 올림픽을 준비했다.

아프리카 최빈국 중 하나인 차드는 이번 올림픽에서 단 3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그 중 한 명이 마다예였고, 그는 차드의 주장이자 기수다.

보통, 아프리카에서는 축구를 많이 한다. 장비가 많이 들어가는 종목은 아무래도 접근하기 불가능하다. 하지만, 19세 때 마다예는 양궁을 시작했다.

장비와 지도자 등 모든 것이 부족한 최악의 환경에서도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활과 화살을 구하기도 어려웠고,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필수 아이템 체스트 가드(가슴 보호 장비)도 아예 착용하지 않고 올림픽에 임했다.

하지만, 그의 불꽃같은 의지로 올림픽 출전을 강행했고, 위대한 1점, 그리고 아름다운 패배를 했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정신, 그 자체였다.

그의 인터뷰도 강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전 세계 사람들이 올림픽 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차드 출신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했다.

또 한국 팬들이 그의 SNS에 꺾이지 않는 의지에 대해 칭찬하자, 그도 SNS에 '고마워요 코리아'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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