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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의 쇼타임이 시작된다.

우상혁은 7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리는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예선전을 치른다. 총 31명이 출전하는 이번 예선전에는 상위 12명이 결선 진출권을 얻는다. 공동 12위가 나오면 결선 진출자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처음 올림픽에 나섰던 우상혁은 2m26에 머물며 예선 탈락했다. 직전 도쿄 대회에서 새 역사를 썼다. 2m28를 뛰며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남자 높이뛰기 이진택 이후 트랙&필드 선수로는 25년만에 올림픽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결선에서 2m35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올림픽 한국 트랙&필드 역사상 최고 순위인 4위에 올랐다.

세번째 올림픽, 또 한번 도약에 성공한 우상혁은 메달을 꿈꾼다. 예선 통과는 기정 사실이다. 개인 최고 기록이 2m36인 우상혁은 올해 벌써 2m33을 넘었다. 장마르코 탬베리(2m37·이탈리아), 해미시 커(2m36·뉴질랜드), 저번 해리슨(2m34·미국)만이 우상혁보다 높은 시즌 기록을 갖고 있다. 셸비 매큐언(미국)이 우상혁과 같은 2m33을 넘었고, '현역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의 올 시즌 최고 기록은 2m31이다.

우상혁은 올림픽 메달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했다. 도쿄 대회 후 2022년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 한국 육상 최초의 이정표를 연속해서 세운 우상혁의 시선은 오로지 파리올림픽만을 향했다. 우상혁은 “지난 3년 동안의 훈련과 경기 출전은 모두 파리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준비“라고 했다. “높이뛰기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다“라는 각오와 “1㎝라도 더 높이 뛰고 싶다“는 열망으로 삭발도 했다. 우상혁은 군인 신분으로 출전했던 도쿄 올림픽 때보다 더 짧은 머리카락으로 파리올림픽에 나선다.

우상혁은 파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3월부터 4월까지 홍콩에서 훈련을 한 우상혁은 5~6월 실전에 주력했다. 경북 예천에서 제52회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카타르 도하에서 왓 그래비티 챌린지, 일본 도쿄에서 세이코 골든 그랑프리, 대만 타이베이에서 대만 국제육상선수권대회를 치렀다. 부침이 있는 성적이었지만 과정이었던만큼, 개의치 않았다. 모든 대회를 마친 후 국내에서 자신의 페이스대로 스피드를 올리고, 웨이트를 하는데 주력했다. 6월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던 기분 좋은 장소, 체코에서 마무리 훈련을 한 후, 결전지인 파리로 입성했다. 그는 난달 14일에 파리 외곽 퐁텐블로의 프랑스국가방위스포츠센터(CNSD)에 차려진 대한민국 선수단 사전 캠프 '팀코리아 파리 플랫폼'으로 들어가 3주 동안 훈련에 매진한 후 4일 선수촌에 합류했다. “빨리 경기가 시작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할 만큼 준비도 철저히 했다.

우상혁은 2m37을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 가능한 높이'로 보고, 끊임없이 이 높이에 도전하고 있다. 우상혁은 “올해 실내경기에서 두 차례 2m37에 도전했다. 아쉽게 실패했지만 '넘을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파리올림픽에서는 꼭 2m37을 넘고 싶다. 목표는 높게 잡아야 하지 않나. 내 목표는 파리올림픽 금메달“이라고 밝혔다. 세계육상연맹도 우상혁을 파리올림픽에서 주목할 선수 중 하나로 꼽았다. “남자 높이뛰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운을 뗀 세계육상연맹은 우상혁을 저본 해리슨, 셸비 매큐언과 함께 '관중을 즐겁게 할 쇼맨'으로 묶었다.

주변 분위기는 괜찮다. 우상혁의 가장 큰 금메달 라이벌로 꼽히는 탐베리의 몸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지난 도쿄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탬베리는 6월 로마 유럽선수권에서 올 시즌 1위 기록인 2m37을 넘고 우승한 실력자다. 탐베리는 5일 자신의 SNS에 응급실 침대에 누워 치료를 받는 자기 사진과 함께 “옆구리에 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응급처치, CT 촬영, 초음파 검사, 혈액 검사 등을 했다. 아마도 신장 결석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날 프랑스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지만 의료진의 '안정' 권고에 따라 탬베리의 일정은 꼬였다. 탬베리는 “큰 꿈을 향한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오늘 파리로 떠날 예정이었는데, 비행기 편을 내일로 연기하라는 조언을 받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고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38.8도의 고열에 시달린다는 탬베리는 “올림픽을 위해 모든 걸 했다“며 “내 상태가 어떻든, 마지막 점프까지 영혼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탐베리는 이번 대회서 연일 악재를 맞고 있다. 탬베리는 올림픽 개회식에서 이탈리아 선수단을 태운 보트 위에서 국기를 힘차게 흔들다가 그만 결혼반지를 센강에 빠뜨리고 말았다.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서 기분 좋은 행보를 했던 우상혁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예선전에서 한국 트랜&필드 첫 메달의 역사를 타진하는 우상혁은 11일 오전 2시 10분에 메달 색을 가리는 결선을 치를 전망이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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