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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위기를 딛도 일군 반등, V12의 밑거름이었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32)의 2024시즌, 파란만장 했다.

5월까지 타율이 2할 중반대에 머물렀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찬스 해결 능력과 타점 등 소위 '영양가' 면에선 떨어진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좌투수 상대 약점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부분도 문제였다. KIA가 선두 수성을 넘어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한국시리즈 제패를 이루기 위해선 중량감 있는 외국인 타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KIA는 소크라테스와 동행을 택했다. 소크라테스는 6월 월간 타율 3할2푼9리로 반등 토대를 마무리 했고, 7월에도 3할 중반의 월간 타율 속에 시즌 타율도 3할대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시즌 최종 성적은 140경기 타율 3할1푼(552타수 171안타0 26홈런 9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76의 커리어 하이 성적. 한국시리즈에서도 5경기 타율 3할, 1홈런 5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모습을 선보였다.

KIA도 한때 고심했던 적이 있다.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 2위와의 격차를 타개하기 위해선 타선의 무게감이 필요하다는 시선이었다. 좌투수 상대 약점을 좀처럼 극복하지 못했던 소크라테스가 가을야구에서 팀이 기대하는 폭발력, 해결사 능력을 보여줄지에 대한 확신과 우려가 반반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소크라테스와의 동행이었다. 미국 현지에서 리스트업한 타자들이 있었지만, 소크라테스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을 때 적응 기간 등을 고려하면 그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한 확신을 갖기 쉽지 않았다. 여름부터 반등을 시작하는 소크라테스의 슬로스타터 기질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 선택은 결국 소크라테스의 반등과 한국시리즈 활약, V12라는 성공으로 귀결됐다.

소크라테스는 올해 KBO리그 진출 후 최다 안타 및 타점, 홈런, OPS를 기록했다. 타율도 가장 높았던 2022시즌(3할1푼1리)에 1리 차이. '커리어 하이' 타이틀을 붙이기엔 충분한 활약상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KIA는 내년에도 소크라테스와 동행을 이어갈 수 있을까.

30대 중반을 향하는 소크라테스가 미국에 재진출할 가능성은 냉정히 보면 낮은 게 사실. KBO리그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고 보기엔 애매하기에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 무대 진출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대만 진출을 고려할 수도 있으나,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현실적 장벽이 있다. 익숙한 KBO리그, KIA에서 활약을 이어가는 건 최선의 선택지가 될 만하다.

KIA 입장에서도 KBO리그에 익숙한 소크라테스와 동행하는 게 가장 편안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소크라테스가 KBO리그에서 이미 3시즌을 활약하면서 상대 마운드에 약점을 간파당했다는 게 아무래도 걸린다. '초반 부진과 여름 반등' 공식이 3시즌째 이어져 온 점도 피로감을 높일 만한 부분.

소크라테스는 올 시즌을 앞두고 KIA와 총액 120만달러 계약했다. 올해 활약, 우승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본다면 KIA가 소크라테스를 붙잡았을 때 올해 조건 이상의 계약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제임스 네일 잔류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KIA의 새 시즌 외국인 구성 기조, 400만달러의 외국인 샐러리캡 등을 고려해본다면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결국 시장 상황이 소크라테스의 거취에 영향을 끼칠 전망. 미국 현지 리스트업 된 타자 중, 소크라테스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타자가 나온다면 변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KBO리그 신규 외국인 선수 총액 제한(100만달러)에 맞춘다면 그럴 만한 타자를 쉽지 않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아름다웠던 동행 끝에 이어진 냉정한 현실이다. 과연 내년에도 챔필(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애칭)에서 '테스형'의 이름이 불릴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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