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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등판 사이 마다 비가 온다.

그 덕분에 하루씩 더 쉴 수 있었다. 힘을 많이 쏟아 던져야 하는 포스트시즌 선발투수에게는 꿀맛 같은 하루 더 휴식이다.

삼성 라이온즈의 2024 한국시리즈 운명을 쥔 3차전 선발 데니 레예스.

이번에도 비 덕을 제대로 볼까.

국내 무대 데뷔 시즌 첫해 진출한 가을야구.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2승, 0.66의 평균자책점의 눈부신 활약으로 시리즈 MVP에 선정되며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았다.

우승을 향한 최고 무대. 팀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광주에서 두번 내리 지고 대구로 왔다.

앞서고 있던 1차전을 석연치 않은 2박3일 서스펜디드 끝에 역전패 한 여파로 2차전도 완패를 당했다.

상승세던 팀 분위기가 푹 가라앉았다. 이제 팬들은 3,4차전 선발 레예스와 원태인만 바라보고 있다.

어깨가 무겁다. 특히 3차전에 나서는 레예스의 책임감이 커졌다. 연패를 막지 못하면 역전 우승의 꿈은 접어야 할 지 모른다. 42년의 역사가 증명한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3연패 한 팀이 4연승으로 판을 뒤집고 우승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확률 0%.

12차례 모두 먼저 3번 이긴 팀이 어김없이 우승을 차지했다. 그중 무려 9번은 4전 전승 우승이었다. 3번을 먼저 지면 전패 굴욕을 당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3차전부터는 체력과의 전쟁이 현실화 된다.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에너지는 승리, 적은 패배다.

힘들어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다 의지를 탁 놓게 되는 순간이 바로 먼저 3연패를 하는 경우다. 선수단에 '더 이상 힘들겠다'는 무언의 절망감이 공유되는 순간 시리즈 승부는 끝이다.

그래서 3차전이 중요하다. 삼성으로서는 대구로 돌아와 치르는 3차전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운명을 쥐고 선발 마운드에 오르는 레예스.

희망과 우려가 공존한다.

희망은 비로 인한 하루 더 휴식이다. 이번에도 어김 없이 비로 하루를 더 쉬었다.

레예스는 19일 LG와의 플레이오프 때 7이닝 110구 혼신의 역투를 했다. 6이닝을 97구 만에 무실점으로 막았는데 투수코치가 오스틴 김현수 오지환 3,4,5번 클린업트리오가 등장하는 7회 등판을 부탁했다. 되는 데까지 던져보자 하고 흔쾌히 나갔는데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1대0 승리에 있어 결정적인 장면 중 하나였다.

레예스는 “내가 등판하기 전마다 비가 오는데 지난번에는 5일을 쉬고 나온 덕분에 두번째 경기에서 100구 이상 던질 수 있었다. 이번에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우천 순연으로 레예스는 이번에도 5일 휴식 후 25일 대구 3차전에 선발 출격한다. 레예스는 “쉬는 날이 하루 더 생긴 건 기분이 좋은 일이다. 루틴에 맞춰 계속 잘 준비하고 있다. 컨디션은 좋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불펜진 뎁스에서 삼성은 KIA에 비해 상대적 열세다. 레예스가 플레이오프 4차전 때 처럼 최대한 긴 이닝을 리드 상황으로 이끌어줘야 승리 확률이 높아진다.

우려는 올시즌 KIA전 상대 전적이다.

KIA전 3경기 2패, 평균자책점 8.31로 좋지 않았다. 13이닝 동안 4개의 홈런 포함, 19안타로 12실점 한 부분은 타자친화적 라이온즈파크 경기를 꼭 이겨야 하는 삼성에 불안요소다.

김도영 최형우 나성범 최원준 등 KIA 중심 타자들에게 각각 홈런을 허용했다.

최형우가 4타수3안타, 나성범이 3타수2안타, 소크라테스는 7타수3안타인데 2루타 2개에 3루타 1개로 3안타가 모두 장타였다.

리드오프 박찬호도 7타수3안타, 김선빈도 4타수2안타로 상위타자들 모두 레예스에 자신감을 가지고 타석에 설 전망.

퀵 모션이 빠른 편이 아니기 때문에 김도영, 박찬호 등 빠른 주자들이 흔들기에 나설 수 있다. 플레이오프 때 보여준 주자 묶는 다채로운 템포 피칭과 강민호의 저격이 절실하다.

살짝 불안감이 있지만 시즌 때 KIA에 약했던 기록은 가을야구에서는 참고자료일 뿐이다.

기세와 현재 컨디션이 더 중요하다.

레예스는 가을야구에서 오히려 경기 운영 능력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두 반대 궤적의 변화구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타이밍 싸움에 능숙해졌다. 탈삼진 욕심을 버리고 쉽게 맞혀 잡으면서 긴 이닝 동안 구위 저하 없이 끌고가는 지구력이 좋아졌다.

'70구 이후 구위저하가 줄었다'는 언급에 레예스는 “의식하지 못했지만 그랬다면 좋은 일“이라며 “강민호 포수와 이닝이 거듭될 수록 약한 타구를 이끌어내기 위한 플랜과 노력을 많이 하는 덕분이다. 그리고 지금은 100% 힘을 쏟는 한국시리즈가 아닌가“라고 듬직하게 말했다.

'천적' KIA를 상대로 비로 충전된 레예스가 또 한번 강민호와의 격한 포옹으로 삼성에 희망을 안길 수 있을까. 시리즈 분수령에서 1m98 리그 최장신 투수가 라이온즈파크 마운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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