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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이례적인 사령탑의 분노. 외인은 읽지 못했을까.

6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5-8로 지고 있던 8회말 삼성 라이온즈팬들은 대타에 환호했다. 1사 1루 김현준 타석에서 루벤 카데나스(27)가 나온 것.

지난달 26일 KT 위즈전 이후 12일 만에 출전이다.

카데나스는 데이비드 맥키넌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삼성과 총액 47만 7000달러(약 6억5000만원)에 계약했다.

첫 경기에서 2루타로 신고식을 한 카데나스는 이후 2경기 연속 홈런을 날리면서 역대급 '효자 외인'으로 등극하는 듯했다.

추락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7월26일 KT전에서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한 타석 소화에 그쳤던 그는 이후 치료 및 재활 과정을 거쳤지만, 좀처럼 경기에 나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많이 하지 않은 박진만 삼성 감독도 카데나스 이야기에 “나에게 묻지 말고 본인에게 물어라. 언제 나갈지 모르겠다. 몸은 괜찮은데 모르겠다“라며 “솔직히 결단이 필요할 거 같다“고 강한 어조로 질책하기도 했다.

삼성은 “태업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카데나스가 대학 시절 척주 전방 전위증을 앓았던 만큼, 허리 통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마냥 휴식을 줄 수 없던 상황.

6일 한화전에 마침내 카데나스가 돌아왔다. 선발 라인업에서는 제외됐지만, 박 감독은 “상황 따라서 내보낼 것“이라고 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8회말 대타로 나왔지만, 결과는 허무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를 지켜본 뒤 2구 째를 파울로 만들었다. 3구 째 볼을 지켜봤고, 4구째에 헛돌아 삼진으로 물러났다.

경기 감각이 떨어져 있을 수 있는 만큼, 삼진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9회초 중견수로 나와 보여준 수비는 기다려준 삼성에 큰 실망을 안겼다.

선두타자 김태연이 타석에서 섰고, 좌중간 방향으로 안타를 쳤다. 김태연은 전력 질주를 했다. 그러나 카데나스는 천천히 뛰어가 공을 잡았고, 송구 역시 느긋했다. 김태연은 안정적으로 2루에 세이프. 이 모습을 본 박진만 삼성 감독은 곧바로 카데나스를 빼고 김헌곤을 중견수로 넣었다.

실점없이 9회초를 막았지만, 9회말 삼성도 점수를 내지 못해 결국 패배했다. 1사 후 구자욱이 좌중간 2루타를 쳤지만, 후속 두 타자가 3루수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다.

삼성은 이날 경기 패배로 56승2무49패로 2위 LG 트윈스(54승2무47패)와 순위를 바꿀 기회를 놓쳤다. 동시에 4위 두산 베어스(55승2무52패)와는 승차가 2경기 차로 줄었다. 바쁜 순위 싸움에 힘이 되어야 할 외국인 선수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삼성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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