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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난 것은 불과 5일 전이었다.

국가대표 주포 주민규(34·울산)는 지난달 2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 마침내 침묵을 깼다. 7월 13일 FC서울전(1대0 승) 이후 106일 만에 골을 터트렸다. 만감이 교차했다. 동료들과 임신한 아내 등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득점포를 통해 우승을 꿈꿨다. “올 한 해 아쉬운 순간들이 참 많았는데, 내가 골을 넣고 우승한다면 그런 힘든 순간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남은 경기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올 골을 넣어서 감독님, 동료들,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겠다.“

주민규의 꿈이 현실이 됐다. 울산 HD가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왕조의 시작'인 3연패를 달성한 세 번째 구단으로 등극했다. 울산은 1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4' 파이널 3라운드에서 루빅손과 주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2대1로 승리했다.

승점 68점을 기록한 울산은 2위 강원(승점 61)과의 승점 차를 7점으로 벌렸고, 남은 두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3년 연속 우승을 확정지었다. 울산은 2022년, 17년 만의 K리그1 정상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창단 후 첫 2연패를 달성했다. 3연패도 최초다. 1996년, 2005년과 더불어 통산 다섯 번째 별을 가슴에 달게 됐다.

주민규의 골은 후반 9분 터졌다. 이청용의 크로스를 왼발로 화답, 골네트를 갈랐다. 그는 2경기 연속골로 울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주민규는 우승을 확정지은 후 “오늘 경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수, 감독님 등 코칭스태프가 하나가 돼 이길 수 있는 경기가 됐다“고 미소지었다.

포항전에 이어 다시 한번 마음고생도 털어놓았다. 그는 “굉장히 힘들었고 '이렇게 길게 침묵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내 자신을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감독님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이 함께 해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분들에게 감사하다. 축구라는 것이 팀스포츠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리고 “주변에서 속이 많이 탔을 것이다. 그래도 신뢰를 해줬다. 믿음을 줘 나 또한 포기하지 않았다. 청용 형이 너무 좋은 어시스트를 해줬다. 누가 있어도 골을 넣었을 것이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2021년과 2023년 K리그1 득점왕인 주민규는 10호골을 기록,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달성했다. 그는 인생 역전의 신화다. 2013년 2부에서 프로에 데뷔한 그는 미드필더에서 스트라이커로 보직을 변경했다. 2019년 울산과 만났다. 하지만 그가 꿈꾸던 세상이 아니었다.

주민규는 또 다시 2부행을 선택했고, 지난 시즌을 앞두고 울산으로 돌아왔다. 2년 연속 정상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울산을 선택한 이유도 우승을 하기위해서다. 이 팀은 당연히 우승해야 된다. 2019년 여기서 뛸 때 우승하지 못하는 아픔이 있었다. 그 두려움과 트라우마가 있었다. 여기서 징크스를 깨면서 우승을 확정해 굉장히 기쁘다. 팀이 강팀이란 것을 또 한번 느꼈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홈인 문수축구경기장은 그라운드 보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울산은 2019년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악몽이 있다. K리그1 최종전에서 비기기만해도 정상에 설 수 있었지만 포항 스틸러스에 1대4로 대패하며, 눈앞에서 우승컵을 라이벌 전북 현대에 선물했다. '만년 2위'의 꼬리표가 붙은 이유다. 공교롭게도 그 날도, 3연패를 확정지은 이날도 비가 내렸다.

그 때와 팀이 달라졌다. 베스트11 가운데 주민규와 이명재만 그 고통을 안다. 주민규는 “명재가 재수없게 그런 소리를 해 트라우마가 떠올라 '그런 말 하지 말라'고 짜증을 냈다“며 웃은 후 “장난스럽게 명재 스타일대로 웃으면서 견뎌낸다면 난 진지한 편이다. 설마하며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다. 그런데 나만 그랬던 것 같다. 다른 선수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감독님도 그랬다. 경기 초반 10분 만에 '오늘 우승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또 “5년 전에는 내 생각에는 중요한 경기 때마다 긴장감이 있었다. '또 지면 어떡하지'가 있었다. 지금의 울산은 우승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우승하고 시즌을 어떻게 끌고 왔는지가 잘 보인다. 우승 DNA가 이런 거라는 걸 느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포항전 후 아내 이야기를 한 후에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주민규는 “이제 어깨 피고 집에 들어갈 것 같다. 당당하게 와이프에게 인사할 것 같다. 감사하다는 말을 항상 하지만 축구선수 아내로 사는 게 쉽지 않다. 늘 희생해야 한다. 좋은 선수로 잘 나아가도록 해줘서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우리가 우승했는데 팀에서 베스트11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김)기희 형이 주장으로 많은 역할과 헌신을 하며 도움을 많이 줬다. 나를 뽑지 않더라도 동료들을 많이 뽑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올 시즌의 대미를 장식할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한 표를 부탁하는 동료애도 과시했다.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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