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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차분하다. 조용하다. 그리고 강력하다.

두산 베어스 19세 고졸 신인 마무리 투수 김택연의 활약이 흔들림 없이 이어지고 있다. 김택연은 지난 9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구원승을 챙겼다. 이승엽 감독은 8-11로 지고있던 두산이 8회초 3점을 내며 11-11 동점을 만들자, 마무리 김택연을 한박자 빠르게 투입했다. 8회말부터 올렸다. 김택연으로 8-9회를 끝내고 9회초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였다. 두산도 불펜 인력난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멀티 이닝을 맡게된 김택연은 활발하던 SSG 타선을 잠재웠다. 기예르모 에레디아-한유섬-이지영을 공 13개로 삼자범퇴 처리했고, 두산이 9회초 13-11로 역전하자 9회말도 깔끔하게 틀어막았다.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김성현을 삼진 처리했고, 오태곤, 하재훈을 3루 땅볼과 낫아웃 삼진으로 잡아내며 흔들림 없이 경기를 끝냈다.

2005년생,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라는게 믿기지 않는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이어간다. 10일까지 김택연은 올 시즌 48경기에 등판해 3승1패 4홀드 13세이브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주춤한 모습도 있었지만, 오히려 등판 경험이 쌓일 수록 안정적이다. 6월 0.84, 7월 0.90, 8월 3경기 0.00. 6월 이후로는 0점대 평균자책점을 한번도 깨지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6월 이후 자책 실점이 나온 경기도 딱 두번 뿐이었다.

신인왕 레이스에서도 마땅한 경쟁자가 없다. 시즌 초반 여러 후보들이 오히려 김택연보다 앞서있었지만, 후반기에 접어선 지금 시점에서는 김택연이 압도적이다. 사실상 신인왕 1순위를 넘어 0순위에 가깝다. 이변만 없다면 충분히 가능할만 하다. 특히 고졸 순수 신인이라는 타이틀, 그리고 베테랑 투수들도 버거워하는 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았다는 사실이 김택연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안정적인 활약을 하다보니 시즌 초반부터 마무리를 맡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뒤늦은 아쉬움도 든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마무리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김택연이 신인인데도 불구하고 대표팀 평가전 등에서 워낙 강력한 공을 보여주기도 했고, 홍건희와 정철원 등 기존 마무리 후보들에 대한 물음표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최종 선택은 정철원이었고, 김택연 또한 개막 초반에는 1군 등판 기회에서 완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다 마무리 난조가 이어지는 반면, 김택연은 초반 부침을 겪은 이후 확실히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6월 중순부터 고정 마무리를 맡게 됐다.

일단 올 시즌 끝까지 부상 없이 완주를 하게 된다면, 김택연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리빙 레전드' 마무리 투수 오승환의 신인 시절 세이브 기록인 16세이브는 무조건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도 프로 첫해에 마무리를 맡게 되면서 2005시즌 10승1패 11홀드 16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김택연이 3세이브를 추가하면 타이, 4세이브를 추가하면 데뷔 시즌 오승환을 뛰어 넘는다. 물론 당시 팀 상황이나 등판 상황 등에 분명한 차이는 있지만, 오승환은 대졸 신인으로 입단했었고 김택연은 고졸 신인이다. 오히려 김택연이 더 대단한 출발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신인 데뷔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 보유자인 2002시즌 조용준(현대)의 28세이브는 남은 경기수 계산상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두산은 시즌 종료까지 약 30경기를 남겨뒀다.

만약 김택연이 마무리 보직을 조금 더 빨리 맡았다면 조용준을 단숨에 넘어 신기록 달성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만큼 19세 투수의 활약이 대단하고 또 놀랍다는 뜻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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