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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팬들과의 약속, 현장의 고충...어디에 더 중점을 둬야하는 것일까.

울산에서 열려야 할 야구 잔치, 문제는 폭염이 이를 시샘했다는 것이다.

울산은 롯데 자이언츠 제2의 홈구장인 문수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6~9경기를 개최한다. 롯데와 울산의 인연은 단단하다.

올해도 6경기를 하기로 했다. 이미 지난달 16일부터 18일까지 두산 베어스와 3경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2일부터 4일까지 LG 트윈스와의 일정이었다. 주말 일정이라 울산 야구팬들이 더더욱 기다렸을 경기.

그런데 더위가 문제였다. 폭염이라는 단어로도 설명이 안될, 숨막히는 더위였다. 더군다나 문수구장은 인조잔디라, 잔디가 그 열을 고스란히 머금었다. 지열이 엄청났다. 결국 2일 첫 번째 경기는 KBO리그 출범 후 최초(1군 경기 기준)로 '폭염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롯데 김태형 감독, LG 염경엽 감독 모두 “취소가 맞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 관중 모두의 안전이 우선에서라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3일도 뜨거웠다. 그런데 허삼영 경기감독관은 경기 개최 강행 의지를 드러냈다. 전날보다 체감 온도가 조금 더 낮고, 바람이 분다는 이유에서였다. 김 감독은 “강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의견을 냈다. 염 감독은 그라운드에 나와 허 경기감독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염 감독은 “슬라이딩 하면 화상을 입을 정도다. 선수들에게 슬라이딩을 하지 말라고 해야 할 판이다. 100%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데 왜 경기를 강행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경기는 예정대로 시작됐다. 그리고 아무 사고 없이 무사히 잘 끝났다. 해가 져도 덥긴 더웠지만, 한낮의 그건 아니었다. 관중석에 나가보니, 더워도 야구 관람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선수들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롯데 손호영은 “훈련 때는 정말 겁이 날 정도였는데, 막상 뛸 때는 걱정보다 괜찮았다. 단, 날이 습해서 땀이 많이 나 힘들었다“고 했다. 롯데 고승민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너무 습해서 주루를 할 때는 숨이 막혔지만, 다른 건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은 걱정이 컸는데, 베테랑 김현수는 외야 직선타를 잡기 위해 슬라이딩 캐치도 시도했다. 다행히 부상은 없었다.

정말 애매한 문제다. 프로야구는 월요일을 제외, 매일 한다는 게 매력이다. 경기는 팬들과의 약속이다. 정말 경기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웬만하면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게 맞다. 훈련 시간에는 야외 활동이 불가할만큼 뜨거웠지만, 경기 시간인 저녁에는 그나마 온도가 내려가는 상황을 고려한 측면도 이해는 간다.

양팀 감독, 선수단 얘기도 일리가 있다. 사실 2일과 3일 날씨는 극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기 개최는 3일이 토요일이라 30분 앞당겨졌다. 전날은 비슷한 조건에서 취소를 했는데, 3일은 왜 다른 기준으로 경기를 진행하느냐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낮보다는 나아도, 인조잔디가 뿜어내는 열기는 쉽게 꺼지지 않았다.

염 감독은 “현장에서 도저히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호소를 하는데, 왜 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느냐“며 격노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프로야구는 팬들과의 약속이다. 현장 선수단의 의견도 존중받아야 하는 건 맞지만, 그들의 의견대로 경기 개최 등이 좌지우지 되면 무수한 뒷말이 나올 수 있다. 결국 중심은 KBO가 잡아야 하고, 일단 선수단은 그 결정을 따라야 한다는 게 대원칙이다.

염 감독은 “왜 이런 폭염 시기 인조잔디 구장 일정을 잡았느냐“고도 지적했다. 이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비판이다. 이에 롯데측 관계자는 “보통 봄-가을로 일정을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문수구장에 ABS를 설치하느라 일정을 뒤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8월 이후에는 추가 일정 편성 탓에 경기를 잡을 수 없었고, 울산시의 니즈와 구단 마케팅 등 여러 부분을 고려하다보니 이와 같은 일정이 짜여졌다“고 설명했다.

울산=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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