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1 07:56:00]
제 손으로 '조기 전역' 일궈…“한국 펜싱의 새 역사, 3연패 이뤄 기뻐“'차세대 기수' 박상원 “오상욱 형 개인전 금메달 부러워…자극받는다“
(파리=연합뉴스) 최송아 이의진 기자 =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올림픽 단체전 3연패 여정에서 '신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해낸 선수가 바로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다.도경동은 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헝가리와 결승전에서 30-29로 쫓긴 7라운드 시작과 함께 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과 교체해 처음으로 피스트를 밟았다.
결승전 전까지 도경동은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답답했는지 프랑스와 준결승전 직후 '뛰지 못해 근질근질하다'고 말하며 공동취재구역을 떠났던 도경동은 한풀이라고 하듯 연속으로 5점을 냈다.팀 내 가장 공격력이 날카롭다는 동료들과 원우영 코치의 평가처럼 한참을 몰아쳐 크리스티안 러브를 그야말로 압도했다.이 '폭풍 5득점' 덕에 한국은 7라운드에서 35-29로 벌리며 승기를 잡았다.지난해 4월 입대한 도경동은 본래 오는 10월 전역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특례 혜택 대상자가 되면서 전역 시점도 두 달가량 당기게 됐다.
헝가리의 끈질긴 추격에 고전하던 대표팀을 위기의 수렁에서 직접 건져낸 도경동은 제 손으로 자신의 '조기 전역'을 일군 셈이 됐다.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도경동은 '군 복무 기간을 다 채울 생각이 없냐'는 짓궂은 농담에 “(군에서) 나와서 펜싱을 더 열심히 하는 걸로 하겠다“라고 웃으며 답했다.도경동은 “선수로서 최종 목표가 금메달이었다. 그걸 바라보고 운동해왔는데 목표를 이룰 수 있어 꿈만 같다“며 “개인적인 기쁨보다 우리 펜싱의 새 역사, (단체전) 3연패를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오)상욱이 형도 2관왕을 이뤄서 내가 정말 축하했다. (우리는) 지금 오상욱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베테랑이자 맏형 구본길은 도경동이 넘치는 활력과 투지로 흔들리던 자신을 잡아줬다고 털어놨다. 구본길은 캐나다와 8강에서 크게 부진했다가 프랑스전에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결승행의 1등 공신이 됐다.구본길은 “8강전이 끝나고 라커룸에서 (도경동에게) 크게 혼났다. '형, 왜 자신이 없냐, 자신 있게 해야 한다'고 화를 내더라“라며 “그때 난 많이 약해져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그래 내가 잘할게, 한 번 자신 있게 해볼게'라고 답했다“고 돌아봤다.
원우영 대표팀 코치도 “훈련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꾸준히 훈련하고, 성실하고, 분위기를 만드는 역할도 잘했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최고“라고 도경동을 칭찬했다.도경동과 함께 남자 사브르의 차세대 기수로 꼽히는 박상원도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주눅 들지 않고 제 몫을 했다.개인전 32강에서 국제펜싱연맹 랭킹 6위의 콜린 히스콕(미국)을 잡는 이변을 썼고, 단체전 결승에서도 선봉으로 나서 1라운드를 가져왔다.피스트에만 서면 격한 제스처로 투지를 표현하던 박상원은 공동취재구역에서는 얌전한 태도로 질문에 답했다. 그는 “너무 이기고 싶으니까 투지가 올라온다“며 “그렇게 안 하면 내가 기세가 밀릴 것 같다. 상대 기를 죽이고 싶어서 그렇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게 꿈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박상원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원조' 어펜져스(어벤져스+펜싱) 김정환, 김준호 등 선배들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박상원은 오상욱의 개인전 금메달을 보고 정말 부러운 감정이 들었다며 “상욱이 형이 '너도 딸 건데 뭐'라고 말했다. 그래서 정말 자극이 됐다“고 돌아봤다.
pual07@yna.co.kr<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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