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10 18:09:0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엄마 총잡이'가 월드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은메달리스트인 '샤프슈터' 김예지(32·임실군청)가 미국 NBC가 선정한 '2024 파리올림픽 10대 바이럴스타'로 뽑혔다. 김예지는 올림픽 기간에 특유의 시크한 표정과 냉정한 집중력을 앞세워 큰 주목을 받았다. 특히 공기권총 10m 은메달 수상 이후 한 엑스(X, 구 트위터) 이용자가 지난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월드컵 대회 당시 김예지의 권총 25m 세계신기록 달성 영상을 올리면서 단숨에 파리 올림픽 최고의 '바이럴 스타'로 등극했다.
영상 속의 김예지는 '세상에 없는 쿨함'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태극기가 박힌 캡 모자를 거꾸로 돌려 쓴 채 사격용 특수 조준경과 눈가리개를 착용하고 마치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총을 쐈다.
결과는 '세계신기록' 그러나 총을 내리고 탄창을 분리한 채 왼쪽 눈가리개를 '틱' 올려 점수를 확인한 김예지는 웃지 않았다. 표정변화 없이 총을 정리한 뒤 오히려 깊은 한숨을 내쉰 뒤 미련없이 돌아섰다. 마치 암살 임무를 마친 킬러의 냉정한 뒷모습을 연상케 했다.
이 모습에 세계인의 감성이 제대로 저격당했다. 영상을 올린 이용자는 '내 인생에서 본 것 중 가장 주인공다움 모습이다. 그녀는 세계 최고기록에도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왜냐면 그녀는 너무 무심하고 신비스럽기 때문이다'라고 적었다. 모두의 공감대를 이끌어낸 코멘트였다. 영상 조회수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동영상 조회수가 수천만 뷰를 넘어가자 엑스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관심을 보였다. 그는 영상에 직접 '액션영화에 사격 세계 챔피언이 나온다면 멋질 것 같다.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따윈 필요치 않다'고 감탄어린 코멘트를 남기며 김예지를 '샤라웃'했다.
머스크의 코멘트는 마치 불에 휘발유를 끼얹는 효과를 발휘했다. 김예지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이 폭발했다. 특히 '킬러'를 연상케 하는 냉철한 모습과 대비되는 귀여운 코끼리 인형과 인터뷰 때의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이 반전 매력을 주며 김예지 신드롬이 생겼다. 미국 타임지와 영국 데일리메일, 글래머, GQ 등 세계 유수 언론이 김예지 신드롬과 그의 독특한 스타일에 대해 앞다퉈 소개했다.
이런 신드롬 현상을 포착한 NBC는 김예지를 '파리올림픽 화제 스타'의 선두주자로 뽑았다. 이 매체는 김예지를 두 번째로 소개하며 '온라인상에서 팬들로부터 사격 실력과 스타일로 화제가 됐다. 007도 넘어설 기세'라고 언급했다.
한편, 김예지는 파리에서 귀국 후 지난 9일 오전 전북 임실군 전북특별자치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경련과 함께 쓰러졌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체력 소진에 따른 쇼크였다. 다행히 큰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김예지는 회복 중이다.
임실군은 곧바로 119에 신고했다. 김예지는 10분 만에 의식을 회복했지만 곧바로 전주 대자인병원으로 이송됐다. 다행히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예지 외에도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큰 화제를 불러모은 선수들은 많다. 선수촌에서 제공되는 초콜릿 머핀으로 다양한 틱톡 영상을 찍어 올린 노르웨이 수영선수 헨리크 크리스티안센, 일명 '머핀 맨'이 가장 유명하다.
이어 '슈퍼맨' 스티븐 네도로시크(체조·미국)도 큰 화제를 모았다. 기계체조에서 동메달 2개를 따낸 네도로시크는 마치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락 켄트'처럼 평소에는 안경을 쓰고 있다가 자기 차례가 되면 안경을 벗고 출전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치즈 러버' 조르지아 빌라(체조·이탈리아)와 대회 직전 결별했지만, 테니스 혼합 복식 우승 후 서로에게 키스한 토마시 마하치-카테리나 시니아코바(이상 체코) 조도 역시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브레이킹 여자부 레이철 건(비걸 레이건)과 개회식에 참석한 래퍼 스눕 독, 미국 럭비 선수 일료나 마허, 서핑 경기장에서 NBC 리포터로 활약한 코미디언 콜린 조스트, 육상 장대높이뛰기 우승자 아먼드 듀플랜티스(스웨덴) 등도 이번 대회 화제가 된 인물들로 지목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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