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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타자는 인필드 플라이 선언으로 아웃처리 됐다. 그런데 3루로 뛴 주자가 세이프 됐다. 19일 잠실 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전에서 나온 희한한 상황이다.

상황은 이렇다.

NC가 4-3으로 리드하던 6회초. NC 박건우의 볼넷과 맷 데이비슨의 중전 안타로 만들어진 1사 1, 2루 상황에서 권희동이 두산 이영하를 상대로 친 타구가 높게 떴다. 2루 베이스 뒤로 향한 타구를 잡기 위해 두산 유격수 박준영이 달려갔고, '내가 잡겠다'는 수신호를 하며 정상적인 포구 위치를 잡았다. 그러자 심판진은 일제히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다.

인필드 플라이는 1, 2루가 모두 채워진 가운데 정상적인 배팅을 거친 타구가 내야에서 야수가 정상적인 포구를 할 수 있는 위치로 향해야 한다. 심판이 선언을 해야 발동된다. 권희동이 친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 선언된 건 위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기 때문.

그런데 묘한 상황이 펼쳐졌다.

박준영이 타구를 잡지 못했다. 뜬공을 잡기 위해 손을 벌린 순간, 타구가 생각보다 일찍 떨어졌다. 박준영이 급히 글러브를 갖다댔으나 공은 그의 몸에 맞고 떨어졌다.

2루 주자 박건우가 뒤늦게 3루로 뛰었으나 박준영의 3루 송구가 빨랐다. 두산 3루수 전민재가 베이스를 밟고 포구 후 앞으로 나오자, 3루로 뛰던 박건우가 거리를 두고 멈췄다. 3루심은 오른손을 치켜들고 있는 상황.

잠시 전민재를 바라보던 박건우와 그런 박건우를 쳐다보던 전민재. 3루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듯 했던 박건우가 순간적으로 오른발을 3루에 댔다. 전민재가 그 자리에 서서 어리둥절한 사이, 3루심은 박건우의 세이프를 선언했다. 전민재는 '이미 베이스를 밟고 포구했다'며 아웃을 주장했다. 그러나 3루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3루심이 박건우의 세이프를 선언한 것은 인필드 플라이 상황에서의 플레이였기 때문. 타자 권희동은 인필드 플라이 선언으로 자동 아웃됐지만, 전민재가 3루 앞에 온 박건우를 아웃시키기 위해선 박준영의 송구를 받은 채 주자 태그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전민재는 3루심의 인필드 플라이 선언 과정에서 베이스만 밟는 선택을 했고, 3루로 뛴 박건우는 이를 노려 재치 있게 베이스를 밟아 횡사를 면했다.

이 플레이 뒤 이영하는 폭투를 범했고, 박건우가 홈을 여유롭게 밟으면서 NC는 추가 득점에 성공했다. 두산 벤치 입장에선 아쉬움이 한가득 남을 수밖에 없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잠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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