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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8위)이 20년 만의 동메달을 아쉽게 놓쳤다.

신유빈은 3일 오후 1시30분(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펼쳐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 톱랭커' 하야타 히나(세계 4위)에게 게임스코어 2대4로 패했다.

4강에서 한일 에이스 모두 만리장성의 철벽에 막혔다. 신유빈은 첸멍에게 0대4, 하야타는 쑨잉샤에게 0대4로 완패했다. 올림픽 동메달이 걸린 한일전은 양보할 수 없는 승부였다.

'왼손 에이스' 하야타는 일본이 자랑하는 비중국 톱랭커다. 신유빈의 하야타와의 역대 전적은 4전패. 2019년 체코오픈 64강에서 2대4, 2021년 도하아시아선수권 결승에서 1대3,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0대3으로 패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마카오월드컵 16강에서 풀게임 듀스 접전 끝에 3대4로 패하며 막상막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특히 이날 결전을 앞두고 일본 언론을 통해 하야타의 부상설이 불거졌다. 쑨잉샤와의 4강에서 손목 부상으로 100%를 보여주지 못한 하아타가 단체전을 위해 기권할 수도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일본탁구주니어대표팀 사령탑 출신 하야타 히나, 히라노 미우의 스승인 '지일파' 오광헌 여자탁구대표팀 감독은 “유빈이는 본인의 플레이에만 집중할 것이다.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했다. 훈련장에서 하야타를 본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포어드라이브는 문제가 없는데 손목을 돌리는 백드라이브에는 살짝 어려움이 있는 것같았다“고 귀띔했다.

1게임 하야타가 내리 2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왼손목과 팔목에 테이핑을 한 채였다. 그러나 2-2부터 6-6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모두 가져가며 8-6으로 역전했다. 이어진 랠리를 이겨내며 9-6, 점수 차를 3점까지 벌렸고 10-7로 게임포인트를 잡았다. 11-9로 첫 게임을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2게임 신유빈이 4-1로 앞서나갔다. 고음의 '삐약소리'가 작렬했다. “신유빈 화이팅“ “히야타 감바레!“ 한일 탁구팬들의 응원전도 뜨거웠다. 하야타의 드라이브가 잇달아 맞아들며 5-5, 5-6, 역전을 허용했고 6-8까지 밀렸지만 신유빈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백핸드 부담감에 범실이 잇달아 나왔다. 9-9, 동점을 이뤘다. 하야타가 포어핸드로 게임포인트를 잡았지만 엣지의 행행운이 따르며 10-10, 듀스게임이 시작됐고 신유빈이 랠리 게임을 이겨내며 11-10, 역전 게임포인트까지 잡았다. 이어진 하야타의 포어드라이브가 성공하고 신유빈이 리시브를 놓치며 11-12, 재역전. 신유빈의 포어드라이브가 테이블 밖으로 벗어나며 11-13으로 2게임을 내줬다.

3게임 하야타의 포어핸드와 신유빈의 백핸드가 뜨겁게 격돌했다. 신유빈이 1-3으로 밀리다 3-3, 4-4, 5-5, 또다시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하야타의 백핸드 리시브가 흔들리며 신유빈이 역전 7-5, 9-6까지 앞서갔다. “대~한민국“ 함성이 터져나왔다. 10-7, 게임포인트를 잡은 후 하야타가 10-9까지 추격하자 오광헌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그러나 하야타가 내리 2득점하며 10-11로 경기를 뒤집었고 고공서브로 신유빈을 흔들며 10-12로 3게임을 가져갔다. 게임스코어 1-2.

4게임 신유빈이 2-4로 밀리던 스코어를 4-4로 원점으로 돌려놨다. 한일전쟁은 이어졌다. 그러나 히야타가 연속득점에 성공하며 9-5끼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신유빈이 내리 2점, 9-7까지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7-11로 패했다. 게임스코어 1-3.

5게임을 앞두고 오광헌 감독이 신유빈의 지친 어깨를 풀어주며 마지막 파이팅을 주문했다. 하야타가 2점을 먼저 따며 앞서갔지만 신유빈이 4-2로 뒤집더니 포어드라이브 랠리에서 승리하며 6-3으로 앞서갔다. 신유빈의 득점 때마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김택수 전무 등 레전드 선배들이 관중석에서 벌떡 일어나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하야타의 부상투혼도 인상적이었다. 6-6까지 다시 따라붙었다. 신유빈이 9- 6까지 앞서갔지만 다시 하야타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며 9-9,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진 신유빈의 날선 코스 공략을 하야타가 받아내지 못했지만 듀스게임까지 경기를 몰아갔다. 그러나 신유빈은 20년 만에 찾아온 한국 여자탁구의 기회 앞에 이대로 물러설 뜻은 없었다. 10-12. 게임스코어 2-3으로 따라붙었다.

6게임 하야타가 기세를 올리며 신유빈이 3-7까지 밀렸다. 그러나 신유빈도 5-7, 6-8, 7-9 끝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메달까지 딱 한끗이 부족했다. 7-11, 게임스코어 2대4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신유빈은 아쉬운 패배 후 자리에 앉아 한동안 얼굴을 파묻고 눈물을 쏟았다. 간절한던 단식 메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기에 아쉬움도 컸다.

대한민국 여자단식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그랜드슬램 레전드' 현정화(1992년 바르셀로나 동), '월드클래스 깎신' 김경아(2004년 아테네 동) 등 단 2명뿐이었다. 20년 만의 4강행 역사를 쓴 신유빈이 대한민국 3번째 단식 메달리스트에 도전했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직 올림픽 단식 메달의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혼합복식 동메달리스트' 신유빈은 이제 마지막 여정이자 가장 절실한 도전, 여자단체전을 준비한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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