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7 11:14:00]
[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1950년대 미국에서 태동한 스케이트보드가 일본의 새로운 올림픽 메달밭으로 떠올랐다. 3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스케이트보드는 현재 일본이 초강세다. 일본은 도쿄대회에서 금메달 4개 중 3개를 쓸어담았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일본이 4개 세부 종목 중 3개가 진행된 가운데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를 휩쓸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일본 남자 보더 호리고메 유토에 대해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전설적인 기술을 성공시키며 관중을 놀라게 했다'고 극찬했다.
스케이트보드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이 육지에서도 보딩을 즐기기 위해 고안한 이동 수단이다. 자유와 반항을 상징히며 미국에서 10대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일본에서는 상당히 대중적인 생활체육으로 저변을 넓혀갔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스케이트보드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다. 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는 남녀 '스트리트'와 '파크' 총 금메달 4개를 놓고 경쟁한다. 스트리트는 계단, 핸드레일 등 여러 장애물이 설치된 코스에서 묘기를 선보이며 기술에 대한 점수를 채점한다. 파크는 언덕과 곡면으로 이루어진 그릇 모양의 경기장에서 속도와 공중 트릭을 수행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스케이트보드가 젊은층의 폭발적인 관심과 흥행을 보이자 IOC는 즉각 지원사격에 나섰다. 올림픽이 과거와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하며 위기의식을 느끼던 IOC는 새로운 젊은 세대를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IOC는 올림픽을 보다 저렴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대회로 만드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설정했다. AP통신에 따르면 IOC는 직접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에 스케이트보드를 포함 브레이킹(댄스)과 스포츠클라이밍, 서핑까지 정식 종목으로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 네 가지 종목은 올림픽이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성별 균형이 잘 맞고 더 젊고 더 도시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케이트보드는 2028년 LA올림픽에서도 정식 종목으로 살아남았다. 스케이트보드는 그야말로 10대들의 '즐겁고 짜릿한' 놀이터가 됐다. 여자 스트리트의 경우 결선 진출자 8명이 전부 10대다. 여자 파크에 출전한 중국 장 하오하오는 2012년 8월11일생으로 만 11세, 파리올림픽 참가 최연소 선수다.
일본이 메달을 독식하는 현상은 연구 대상이다. 미국 매체 CNN은 '왜 일본 10대 소녀들이 스케이트보드를 잘 타는가'라며 집중 조명했다. CNN에 따르면 일본 스케이트보드 선구자 요네스카 준노스케는 “과거에는 일본이 기술 면에서 미국에 15년은 뒤처졌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스케이트 파크가 급격히 늘어났다. 많은 스케이터들이 어릴 때부터 고난이도 기술을 정기적으로 연습할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방송 TBS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길거리나 공원에서 스케이트보드를 즐기는 문화가 보편적이다. 일본은 소음과 질서에 엄격하다. 거리가 아닌 전용 시설이나 아카데미에서 기술을 먼저 습득한다'고 진단했다. 서구권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아직 놀이의 연장선상으로 여기고 있지만 일본은 철저하게 '대회'로 인식하고 준비하기도 했다. 일본 하야카와 다이스케 코치는 “우리는 대회에서 이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다른 나라들보다 더 의식했다“고 밝혔다. 파리올림픽 여자 스트리트 금메달리스트 일본의 요시자와 코코(15)는 “파리는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 환상적인 추억이다. 스케이팅은 재미있고 창의력으로 가득 차있다. 압박감 속에서도 해냈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고 기뻐했다. 일본 지지통신은 '두 대회 연속 남녀 모두 금메달을 빛내며 본고장 미국을 능가하는 강호국으로 등극했다. 대표팀이 추진한 강화 노력 때문'이라고 평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도 시작하기 전이다. 일단 전용 경기장 자체가 없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이후 공공 스케이트 파크가 243곳에서 475곳(2024년 기준)으로 3년 만에 약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 스케이트보드 대표팀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와 문화가 다르다. 즐기는 사람 자체가 굉장히 많다. 올림픽에 나갈 수준의 선수들이 탈만한 파크는 국내에는 아예 없다. 선수들이 훈련할 공간도 없어서 다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도 세계 수준을 따라잡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본다. 대한롤러스포츠연맹 고위 관계자는 “지금 일본 미국 등 극소수 잘 타는 나라들을 제외하면 다 비슷하다. 중국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선수가 하나도 없었다. 그때부터 돈을 쓰기 시작해서 도쿄올림픽에 한 명을 보냈고, 파리올림픽에는 네 명이나 진출시켰다“며 격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따라잡을 만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근거 없이 전폭적인 지원을 따내기가 어렵다. 우리나라는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가 없지만 조현주(17·홍대부고)가 예비 2번 자격으로 초대를 받았다. 출전 불가 선수가 나올 경우 뛰게 될 수 있다. 대표팀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상황이다. 제일 좋은 시나리오는 박태환 김연아 같은 슈퍼스타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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