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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마치 약속이나 한듯 가을야구가 거듭될 수록 이탈자가 속출하고 있다.

프리미어12를 앞둔 대표팀. 플레이오프에서 좌완 에이스 손주영(LG 트윈스)을 잃었다. 한국시리즈에서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을 잃었다. 각각 팔꿈치, 어깨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곽빈(두산 베어스), 준플레이오프에서 고영표(KT 위즈)를 잃지 않은 점이 다행으로 느껴질 정도.

가을야구 전 대표팀은 이미 두 핵심 우완 선발을 두명을 잃었다.

문동주(한화 이글스)와 박세웅(롯데 자이언츠)다. 문동주는 부상, 박세웅은 기초군사훈련 시기와 대회가 겹쳤다.

사실 선발 투수 뿐 아니다. 중심 타선 문제도 심각하다.

강백호(KT)와 노시환(한화)도 기초군사훈련으로 대회 참가가 어렵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리그 최고 좌타자 구자욱 역시 플레이오프 때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승선이 사실상 무산됐다.

대표팀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선발 투수와 중심 타선을 두고 특별히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나마 야수는 대안이 있지만, 대회 명운을 가를 선발 투수는 사실상 대안이 없다. 더 이상 대표팀 세대 교체를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가급적 25세 이하로 구성하고자 하는 플랜은 나쁠게 없다. 어차피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10년 미래를 이끌어가야 할 선수들이 지난해 굵직한 두 대회에 이어 프리미어12까지 경험하면 베스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상론은 의미가 없다. 베테랑이 없는 대표팀 선발진은 당장 경기를 이끌어줄 믿을 만한 선발투수가 절대 부족해졌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된 난처한 상황.

사실 대표팀 선발진 붕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올시즌 전반적인 토종 선발 마운드 붕괴와 연관지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나마 외인투수가 단단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준 팀은 사정이 나았지만, 대부분 팀들은 그렇지 못했다. 외인 선발 문제가 없었던 팀은 KT 롯데 키움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

당장 정규시즌 우승팀 KIA는 새 외인 투수 크로우와 네일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크로우의 부상 이탈로 알드레드를 거쳐 라우어까지 부침을 겪었다.

정규시즌 준우승팀 삼성 역시 시즌 막판 외인 1선발 코너의 부상 이탈로 인해 한국시리즈 1승3패로 벼랑 끝에 섰다.

3위 LG 역시 장수 외인 켈리를 에르난데스로 교체했다. 두산은 한 시즌 내내 알칸타라와 브랜든 두 외인 선발 투수의 부진과 부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토종 선발의 부담이 커졌다.

포스트시즌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전천후 등판한 손주영의 부상 이탈은 에르난데스를 불펜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던 팀 사정의 여파가 있었다.

원태인 역시 코너가 레예스와 함께 버티고 있었다면 훨씬 더 여유로운 휴식 속에 완전한 몸 상태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눈부셨지만 아쉬운 호투를 한 원태인은 “언제든 팀이 필요로 할 때 등판할 수 있다. 몸 여기 저기 안 아픈 데가 없지만 언제 또 올지 모르는 기회인 만큼 놓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등판한 4차전. 그는 단 2⅓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한 채 어깨 통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최후의 보루가 내려가자 삼성은 와르르 무너졌다. 2대9로 완패하며 1승3패 벼랑 끝에 섰다.

경기 후 삼성 구단은 “원태인이 경기 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오른쪽 어깨 관절 와순 손상이 관찰됐다. 관절 안에 약간의 출혈과 붓기가 있는 상태“라며 “어깨 회전근개 힘줄염도 동반하고 있다“고 밝혔다.

4~6주간 재활이 필요한 상황. 가을야구 조차 치르기 힘들 정도로 선수 풀이 부족한 한국 프로야구 현 주소를 보여주는 참담한 현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연말 대표팀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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