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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이거 꿈 아니죠?“

'태권도 신성' 박태준(20·경희대)의 미소였다. '세계랭킹 5위' 박태준은 7일(한국시간)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아제르바이잔의 가심 마고메도프를 2대0(9-0 13-1)으로 제압했다. 박태준은 이날 승리로 생애 첫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태권도의 남자 58㎏급 한도 풀었다. 한국은 이 체급에 꾸준히 슈퍼스타들을 배출했지만,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2년 런던 대회에선 이대훈이 은메달, 2016년 리우 대회에선 김태훈이 동메달, 직전 도쿄 대회에선 장 준이 동메달에 머물렀다.

박태준은 지난 도쿄 대회 노골드의 부진을 씻으려는 한국 태권도의 선봉장이었다. 한국 태권도는 이번 올림픽서 금메달 1개 이상을 목표로 잡았다. 가장 기대를 거는 후보가 박태준이었다. 한성고 재학 중인 2022년 첫 태극마크를 단 박태준은 생애 첫 국제대회인 맨체스터 월드그랑프리와 이어진 세계선수권대회를 연이어 제패하며 한국 태권도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지난 2월 올림픽 선발전에서는 세계 랭킹 3위의 장 준을 제치고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기대했던 박태준이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태권도는 한결 편안하게 남은 일정을 소화할 수 있게 됐다. 기대 이상의 성적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태준은 16강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요한드리 그라나도(세계 29위)에 2대0 압승을 거뒀다. 1라운드 12-0, 2라운드 12-0, 단 1점도 주지 않은 완벽한 승리였다. 고비는 8강이었다. 개최국인 프랑스의 시리앙 라베(세계 11위)를 상대로 2대1(8-5 3-4 5-4) 신승을 거뒀다. 1라운드를 8-5로 가져간 박태준은 2라운드에서 상대의 거센 추격에 3-4로 패했다. 운명의 3라운드, 박태준은 끌려다니다 몸통 발차기를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승부를 뒤집었다. 어려운 승리에, 박태준은 “금메달을 위해서는 고비를 넘겨야 하는데 잘 넘겼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4강 상대는 '세계랭킹 1위' 튀니지의 모하메드 칼릴 젠두비였다. 젠두비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젠두비는 8강전에서 베일리 루이스(호주·14위)를 라운드 점수 2대0(7-4 6-3)으로 완파했다. 젠두비는 직전 열린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다. 당시 준결승에서 한국 겨루기 간판 장준(한국가스공사)을 제압했던 강호다.

박태준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였다. 머리 공격을 연이어 성공시키는 등 기대 했던 것보다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다. 2대0(6-2 13-6) 완승. 박태준은 “모두가 예상했던 선수가 올라와서 공격적으로 하는 작전으로 나섰다. 잘 먹혔다“고 웃었다. 이어 “이 체급에서 12년만에 결승전에 올라간 것은 영광스럽지만, 내 목표는 금메달!“이라고 방심하지 않았다.

결승전 상대는세계 26위 마고메도프. 마고메도프는 16강에서 아일랜드의 잭 울리, 8강에서 스페인의 아드리안 비센테 윤타를 제압한데 이어 4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이탈리아의 비토 델라킬라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라운드. 박태준이 6초만에 몸통 차기를 성공시키며 리드를 잡았다. 1분 정도 지났을 무렵 발끼리 부딪혔다. 마고메도프가 발에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마고메도프가 감점을 받으며 3-0으로 스코어를 벌렸다. 박태준이 연이은 몸통 차기로 7-0까지 앞서나갔다. 마고메도프가 1라운드를 14초 남기고 다시 쓰러졌다. 추가 감점까지 나오며 9-0까지 벌어졌다. 1라운드를 잡았다.

2라운드, 마고메도프는 절뚝 거리며 매트 중앙으로 왔다. 마고메도프가 투혼을 발휘했다. 양 선수는 감점을 주고 받았다. 마고메도프가 한번 더 감점을 받으며 박태준이 2-1로 앞서 나갔다. 마고메도프가 머리 공격에 대한 비디오판독을 신청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태준의 회전 머리 차기가 성공되며 7-1로 벌어졌다. 연속 몸통 발차기가 성공하며 13-1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승부는 끝이었다. 마고메도프는 끝내 부상으로 쓰러졌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태준은 “이거 꿈 아니죠?“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항상 올림픽 가기 전에 각오로 파리 포디움 꼭대기에서 애국가를 울리는게 목표라고 했다. 내가 계속 말했던게 현실이 돼서 이게 꿈이 아닌가 싶어서 한 말“이라고 했다. “21년을 금메달을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마지막 상황에 대해 박태준은 “상대는 왼발, 나는 오른발이 부딪혔다. 몸통이 비어 있는 것 같아서 찼는데, 정강이끼리 부딪혔다. 상대가 원래 아프던 곳인지 모르겠는데 많이 아파하더라“며 “심판이 선언하기 전까지 발이 나가는게 규칙이다. 분명 호구를 찼는데 넘어지면서 부딪힌건지, 왜 허벅지를 잡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태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올림픽 금메달을 따지 못하고 은퇴한) 이대훈 코치의 한을 풀겠다“고 다짐했다. 알려진대로 이대훈은 박태준의 고교 선배이자 롤모델이다. 초등학교 4학년때 찍었던 사진을 여전히 갖고 있고, 그를 따라 한성고로 진학했을 정도다. 박태준은 “올림픽 금메달이 모든 스포츠인의 꿈이다. 그런 금메달을 내가 딸 수 있어서 더 영광“이라며 “한성고에 금메달을 추가하게 됐다“고 웃었다.

박태준은 매 경기를 앞두고 이어폰을 꽂고 매트 위에 올랐다. 그는 “항상 시합 들어가기 전에 음악을 들었다. 그 전에는 빠른 템포의 음악을 들었다. 결승전 전에는 한 페이지를 만들어 보고 싶어서 '한 페이가 될 수 있게'를 들었다“고 했다.

박태준에게는 함께 태권도를 하는 동생이 있다. 매 경기마다 카톡을 주고 받았다. 그는 “동생이 자기 언급해 달라고 하더라. 동생이 금메달을 목에 걸어달라는데 이건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고 웃었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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