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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무빈은 지난해 가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현대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박무빈은 대학 무대에서부터 이미 큰 관심을 받은 스타 유망주였다.


문정현, 유기상과 함께 소위 '빅3'로 꼽혔다. 2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현대모비스는 쾌재를 부르며 가드 박무빈을 지명했다. 박무빈의 붉은 유니폼 커리어(홍대부고-고려대-현대모비스)가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루키 시즌은 성과와 아쉬움이 모두 있었다.


험난한 대학리그 일정과 정기전,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곧바로 프로로 왔다.


가뜩이나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시즌 개막을 아푸고 불운한 발목 부상까지 당했다. 한 달 이상 뛸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박무빈의 정규리그 데뷔는 2라운드 막바지였던 12월 7일이었다.


2라운드 마지막 2경기에서 예열을 마친 박무빈은 3라운드 8경기에서 12.3점 3.8리바운드 5.5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박무빈의 플레이는 현대모비스의 새로운 엔진이 됐다. 조동현 감독과 선배 선수들이 칭찬도 이어졌다. 신인왕 후보라는 이야기도 쏟아졌다. 박무빈이 프로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확실히 드러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신인 시즌은 결코 순탄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체력 고갈이라는 벽을 만났다.


모든 에너지를 코트에서 다 쏟아버리는 듯한 저돌적인 플레이스타일 때문일까. 박무빈은 시즌 후반기부터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겪었다. 코칭스태프와의 미팅에서 “몸에 힘이 안 들어간다“며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였다.


시즌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무빈과 현대모비스 트레이닝 파트는 머리를 맞댔다. 최종 결론은 고강도 체력 훈련을 통한 몸 만들기였다.


시즌 종료 후 박무빈은 '리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6월 중순 비시즌 훈련 소집을 한 달 앞둔 시점부터 독하게 몸을 만들었다. 크로스핏과 육상 훈련을 병행하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31일 연습경기가 끝나고 만난 박무빈이 비시즌 훈련을 돌아보며 웃어보였다.


“비시즌 휴가가 주어지고 한 달은 푹 쉬었어요. 그리고 이후 한 달은 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어요. 감사하게도 구단에서 크로스핏이나 육상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셨어요.“


“작년엔 대학리그를 모두 소화하고 곧바로 프로에서 한 시즌을 다 소화하니까 지치는 감도 있었어요. 그리고 사실 부상이라는 게 운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지난 시즌에 당한 자잘한 부상은 몸이 잘 만들어져 있었으면 아예 당하지 않았거나 더 잘 극복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몸을 잘 만들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이번엔 비시즌 준비를 꼭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정말 힘들긴 했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저희 팀이 훈련이 힘든 구단으로 유명하잖아요.(웃음) 그게 실제로 맞는 것 같고 사실 많이 긴장도 하고 두렵기도 했는데 그래도 낙오되거나 훈련에 빠지는 것 없이 끝까지 다 해내고 있어서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박무빈의 설명이다.











사실 프로 데뷔 이전에 박무빈에겐 예기치 못한 분기점이 한 번 있었다. 대학교 1학년 시즌에 당한 정강이 피로골절 부상이었다.


올여름 고강도 체력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로골절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제가 사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체지방도 없고 근육량도 적은 완전히 마른 체질이었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벌크업을 하다가 정강이 피로골절 부상을 입었고 병원에 입원한 기간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때 이후로 체질이 아예 180도 달라졌어요. 체지방도 어느 정도 생기고 웨이트를 조금만 해도 근육이 붙는 체질로 바뀌더라고요.“


“체력 훈련을 할 때는 진짜 숨이 넘어갈 것 같았어요. 다리가 아프고 후들거려서 또 피로골절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래도 계속 참고 해봤는데 확실히 몸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시즌 때도 몸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기초 체력 운동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현대모비스가 일명 '박무빈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이유는 그의 성장이 곧 현대모비스의 미래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당장 오는 시즌부터 박무빈을 서명진, 옥존과 함께 가드진의 주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그리고 박무빈은 더 장기적으로는 팀을 이끄는 주전 가드가 돼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공수에서 모두 충분히 에너지를 쏟으며 30분을 뛸 수 있는 강한 몸을 갖추는 것이 필수다. 박무빈과 현대모비스가 함께 하는 첫 비시즌 훈련에 더 많은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그래서다.


현대모비스 정태중 트레이너는 “박무빈은 젊고 지금보다도 더 해낼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사실 체력운동이라는 건 어떻게 해도 무조건 힘들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쉬울 수가 없는 게 체력운동이다. 아직 워낙 젊기 때문에 지금 마음을 잡고 잘하면 몸이 더 강하고 단단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몸을 만다는다는 것은 결국 칼을 가는 작업과 비슷하다. 칼을 더 날카롭게 갈기 위해서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면서 단단하게 만들지 않나. 박무빈도 지금 칼을 더 날카롭게 갈고 강철을 만드는 것처럼 몸을 연마시키고 있다. 그런 과정에 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박무빈에게 지난 7월에 치른 한일평가전은 좋은 자극제였다. 이정현, 변준형 같은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이었지만, 프로 데뷔 1년도 되지 않은 만 23살의 가드가 벌써 두 번이나 성인 대표팀에 차출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특히 올림픽을 앞둔 일본 대표팀을 적지에서 만나 농구 열기를 경험한 것도 그에게 좋은 경험이 됐다. 최근 NBA 진출이 확정된 동갑내기 카와무라 유키의 성장을 목격한 것 역시 박무빈에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솔직히 많이 뛰지 못해도 같은 포지션의 선배 형들이나 친구들을 질투하거나 기분 나빠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어요. 오히려 (이)정현이 형, (변)준형이 형이 잘해줬을 때 한 팀으로서 너무 즐겁더라고요. 선수 입장에서 경기에 못 뛴다는 건 정말 어떻게 보면 창피한 일인 건 맞아요. 하지만 오히려 저는 그런 상황이 더 자극이 되기도 했어요. 대표팀도 결국엔 주축이 되는 멤버가 있고 그 선수들을 받쳐주는 멤버가 있잖아요. 어떤 팀이든 여러가지 역할이 있는 법이고 저는 그런 팀에서 12명 안에 들어갔다는 게 좋았어요. 이제 프로 팀에서 다시 잘 준비하고 대표팀에 만약 다시 뽑힌다면 저보다 잘하는 형들과 더 부딪히고 도움이 되고 싶어요. 좋은 자극이 됐던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대표팀은 정말 '원 팀(one team)'이었던 것 같아요.“


“카와무라 유키와는 친구여서 16세, 18세 대표팀에서 상대로 플레이를 해봤었거든요. 같은 호텔을 쓰면서 유니폼도 교환하고 친분도 쌓고 얘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그 후에 그 친구는 바로 프로에 가고 저는 대학에 갔었죠. 그런데 이번에 보니 그때와는 정말 또 다른 선수가 돼 있더라고요. 올림픽에서 프랑스와 경기하는 것도 봤는데 너무 잘해요. 현대농구에 정말 맞게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와 붙었을 때는 두 번째 경기 때 사실 우리 수비를 가지고 논다는 생각이 들어서 좀 충격도 받았어요. 이 친구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다음에 붙으면 준비 더 잘해서 만나보고 싶습니다.“


새 시즌 박무빈은 부상 없는 시즌을 꿈꾸고 있다.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러보고 싶어요. 이제 프로에서 계속 생활하려면 그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부상 없이 건강하게 뛰는 걸 첫 번째 목표로 삼았어요.“


“두 번째 목표는 우리 팀의 가드 형들과 경쟁하면서 팀을 더 높은 곳에 올려놓는 거예요. 냉정하게 경쟁자가 많다고 해서 거기에 밀리면 핑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서로 이기적이지 않게 농구를 하면서 좋은 경쟁을 하고 그 경쟁을 이겨내고 싶어요. 그래서 팀이 지난 시즌보다는 더 높은 곳에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사진 =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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