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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요즘 올림픽의 꽃은 마라톤이 아닌 구기 종목이다. 프로 선수들의 출전 길이 열리며, 올림픽은 슈퍼스타들의 경연장이 됐다. 이번 파리대회 최고 인기 종목은 NBA 스타들이 총출동한 남자 농구였다. 스테판 커리,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등이 나선 미국 농구 대표팀, 이른바 '드림팀'은 대회 내내 화제의 중심에 섰다. 개최국 프랑스을 대표하는 최고 스타도 NBA 신인상 주인공 빅터 웸반야마였다. 테니스의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라파엘 나달(스페인),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골프의 스코티 셰플러, 넬리 코다(이상 미국) 등 자국 국기를 가슴에 단 스타들의 활약에 많은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프로리그가 활성화된 배구, 핸드볼 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한국 선수단과는 너무 동떨어진 저 세상 이야기였다. 한국은 이번 대회 14개의 구기 종목 중 여자 핸드볼만 파리땅을 밟았다. 이번에 정식 종목에서 제외된 야구를 포함, '빅4'로 불리는 축구, 농구, 배구 4대 프로스포츠는 전멸했다. '터줏 대감' 남자 축구의 본선 진출 실패는 충격이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파리올림픽 최종예선을 겸한 U-23 아시안컵 8강에서 '복병' 인도네시아에 패했다. 1988년 서울대회부터 세계 최초로 9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았던 한국 축구는 40년 만에 올림픽과의 인연이 끊겼다. 구기 종목의 부진 속, 한국 선수단은 1976년 몬트리올대회 이후 최소인 144명을 보내는데 그쳤다. 한국 선수단은 전통의 효자종목인 양궁, 사격, 펜싱, 태권도 등에서 무더기 금메달이 쏟아지며, 13개의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선수들의 맹활약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지만 흥행에서는 분명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이 예년에 비해 주목도가 떨어진 것도 역시 구기종목 탈락의 원인이 컸다.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며 흥행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축구의 탈락으로 방송사들은 울상을 지었다. '올림픽 특수'는 없었다.

제는 구기종목의 부진이 이번 파리에서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는 국제경쟁력을 계속 잃고 있다. 도쿄올림픽까지만 하더라도 4강까지 올랐던 여자 배구는 김연경 국대 은퇴 이후 이제 아시아에서도 강호 반열에서 내려왔고, 남자 배구는 아예 아시아 중위권이 나서는 챌린지컵서도 우승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남녀 농구도 마찬가지다. 배구와 농구의 문제는 궤를 같이 한다. 우수한 자질을 갖춘 어린 유망주들이 배구 농구 보다 축구 야구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괴물' 급 신인들을 배구와 농구 판에서 더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유소년, 학교 팀 등 저변까지 줄고 있어 선수 발굴에 대한 어려움이 점점 더해지고 있다. 대신 기존 프로 수준에 도달한 선수들은 치열한 경쟁 없이 오랜 시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배구와 농구 대표팀에서 세대교체가 매끄럽지 않아 늘 보던 얼굴들이 태극마크를 단다. 야구는 WBC 등 국제대회에서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고, 축구는 이제 올림픽 본선 진출을 장담하기 어려운 처지다. 특히 이제 다수의 구기 종목에 걸쳐 상향 평준화가 이어지며, 한국은 더이상 아시아의 맹주가 아니다.

우리 구기 종목에 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4년 뒤 LA올림픽에서도 같은 참사가 재연될 수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몇몇 종목은 이미 움직임을 시작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서는 축구의 경우, 기존의 아시안게임 중심의 방식을 고수하되, 23세 이하와 21세 이하 선수를 관리하는 코치진을 분리하기로 했다. 농구 역시 안준호 감독 선임 후 일본과 평가전을 시행하는 등 과거 보다 좀더 적극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 이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국제 무대가 상향 평준화된만큼, 상대국들에 대한 분석이 중요하다. 기술위원회를 통해 미리미리 이들의 동향과 경기력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종주국' 태권도 조차 이번 올림픽서 굴욕을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 경기에 담당관을 파견했다. 단순히 전임 지도자의 노력에 기대서는 안된다. 미래 자원을 위해 밑바닥을 다지는 작업도 이어가야 한다. 프로선수들은 자신들의 높은 연봉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내에서의 안락함에 빠져 '우물 안 개구리'에 만족해선 안 된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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