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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아무리 1년 전부터 집필을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왜 하필 지금일까', 그 물음이 먼저였다. 2024년 한국 축구는 새해 벽두부터 논란의 종합세트였다. 카타르아시안컵이 시작이었다. 축구 A대표팀은 64년 만의 아시아 정상 탈환에 실패했다. 한국 축구의 '현재' 손흥민(토트넘)과 '미래'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이 충돌했다. 이른바 '탁구게이트'로 초토화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경질됐고, 대한축구협회(KFA)는 새 감독 선임에 들어갔다. 선임 과정에서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올림픽대표팀을 이끌던 황선홍 감독이 A대표팀을 오가며 재앙을 초래했다. KFA는 지난달 울산 HD를 이끌던 홍명보 감독을 새 사령탑에 임명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늘 그랬듯 수장인 정몽규 KFA 회장이 논란의 중심이다. 그는 민심이 가장 사나울 때 30년 '축구 인생'을 되짚는 에세이 '축구의 시대-정몽규 축구 30년'을 세상에 내놓았다.

비난이 또 소나기 퍼붓듯 쏟아졌다. 기자도 솔직히 출간 '타이밍'을 이해할 수 없었다. 편견을 최대한 걷어내고 책을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부터 축구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시작된 첫 장부터 마지막 '감사의 글'까지 575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을 단숨에 읽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사실 정 회장은 책에서도 밝혔듯 말솜씨가 수려하지 않고, 어눌한 편이다. 하지만 글은 또 달랐다. 힘이 있었다. 호불호를 떠난 자기 주장과 철학도 명확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1994년 현대자동차 구단주를 필두로 축구와 연을 맺은 지 30년이 됐다. 망한 대우 로얄즈를 인수해 부산 아이파크로 재탄생시켰고,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거쳐 KFA 회장에 올랐다. 하지만 그 축구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가늠이 되지 않았다. 글을 통해 비로소 그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현실 진단은 현재의 A대표팀 상황이다. 정 회장은 갈등이 내재된 부분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누구도 공론화시키지 않은 점을 끄집어냈다.

한국 축구의 흐름은 유럽파가 쥐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는 '감독과는 자율적 관계를 선호하지만 선수단 안에서는 오히려 선후배간의 전통적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모순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 자율성을 존중하는 '클린스만호' 내에서 발생했던 이러한 갈등은 향후 대표팀 운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화두를 던졌다.

정 회장은 KFA 회장 재임 시절 함께했던 A대표팀 감독들을 빠짐없이 거론했다. 변방을 돌던 한국 축구 외교에 대해선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를 중동과의 역학 관계를 통해 피력했다. '사면 파동', '히딩크 파동' 등 KFA를 둘러싼 논란도 피해가지 않았다. 산업적 관점에서의 축구, 기술, 축구종합센터 건립, 여자 축구 발전 등 한국 축구가 걸어가야 할 미래의 비전에 대해서도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담았다. KFA에서 별명이 정 회장이 아닌 '정 과장'으로 불리는지에 대해 소개한 부분은 양념이었다.

회고록은 주관적인 입장의 총체다. 기자 또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변명', '자화자찬'이라는 단어도 머리 한 켠에서 떠나보낼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양서'였다. 공과를 떠나 30년 축구 인생을 오롯이 글로 남긴 것은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서도 유익한 도전이었다. 정 회장은 '사적인 책이지만 공적인 기록을 남긴다는 사관의 마음으로 최대한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글을 쓰려고 했다. 축구계를 위해 남기는 기록이니 사심을 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이 책이 던진 논쟁적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다'고 마무리했다.

요즘 여론을 들여다보면 '팩트'가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팩트'에는 관심이 없다. 팩트나 이성을 이야기하면 묻힌다. 감정을 자극하는 '마녀사냥'식 왜곡된 주장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한다. 그들에게 과연 한국 축구 미래에 대한 고민은 있을까.

'나는 한국 축구를 사랑한다. 그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시각은 다를 수 있다. 비판도 좋다. 그러나 과거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없는 미래도 없다. 국가대표, 프로선수, 지도자, 행정가 등 한국 축구의 밀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정 회장의 회고록을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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