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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파리올림픽에 대한 기대치가 엄청났다. 그 기대치를 뛰어넘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2024년 파리올림픽이 반환점을 넘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시점,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핵심 브레인' 크리스토프 두비 수석국장을 만났다. 두비 국장은 1972년 삿포로올림픽에 출전한 '스위스 아이스하키 레전드' 제라르 두비의 아들이자 경제학도 출신. 스위스 로잔 공공행정 고등교육기관에서 스포츠 행정학 석사를 받은 후 1996년부터 30년 가까이 IOC에서 대회 관리 및 전략 기획, 조직위 지원을 이끌어온 IOC의 실무 책임자다. 후안 사마란치, 자크 로게, 토마스 바흐의 시대를 함께하며 '아젠다2020+5' 등 올림픽 운동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2007년 스포츠국장이 된 이후 평창2018, 강원2024까지 30번도 넘게 한국을 찾은 두비 국장이 파리 중심에 마련된 IOC 전용 인터뷰실에서 파리와 한국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건넸다.





▶바흐 위원장이 대통령에 직접 사과한 건 한국민에 대한 존중

파리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국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된 사건은 '장내아나운서의 국호 호명 오류'였다. 사상 최초의 야외 개막식, 파리 센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아름다웠던 그밤, 대한민국의 이름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으로 호명되는 황당한 사건이 터졌다. 국민적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는 IOC, 외교부와 적극 소통했고 사건 하룻만에 바흐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와 관련 두비 국장은 “IOC에서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사과였다“고 의미를 전했다. “어떤 면에선 시스템이 실패했고 이를 바로 인지했어야 한다. 나로선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최고위급과 IOC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바흐 위원장이 한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를 해 사과한 것은 한국에 대한 강력한 리스펙트(존중)일 뿐 아니라 우리가 그날 밤 일어난 일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강력한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유승민 IOC위원, 올림픽 운동의 공헌자… 다시 만날 것“

두비 국장은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8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유승민 IOC선수위원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유 위원을 IOC멤버로 보유할 수 있었던 건 IOC로서는 무한한 특권이었다“며 애정을 표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현장에서 동료 올림피언들의 절대적 지지로 당선된 '올림픽 탁구 챔피언', 젊고 적극적이고 친화력 넘치는 유 위원은 임기 동안 평창2018, 강원2024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며 IOC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는 청년 리더다.

두비 국장은 “유 위원은 IOC와 일련의 올림픽 운동에 있어서 분명한 공헌자다. IOC선수위원회와 평창기념재단을 통해 해온 일들을 발판으로 앞으로도 올림픽운동과 한국 스포츠계에서 더 큰 공헌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 그의 미션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임기 이후 IOC와의 인연에 대한 질문엔 “IOC위원 선임은 내 소관이 아니지만“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한국이 국가올림픽위원회, 평창재단 차원에서 야심찬 프로그램을 갖고 있고 올림픽 레거시가 한국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미래에 함께 무엇을 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유 위원은 그 미래를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올림픽운동에 계속 기여할 것이고, IOC가 피드백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선수위원 출신 안젤라 로게리오는 수년동안 위원회 의장을 했다. 임기 후 파리에서 그녀를 봤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IOC위원 임기가 끝났다고 해서 참여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유 위원의 IOC에 대한 긍정적인 기여를 볼 때 우리는 다시 그를 만날 것이라 확신한다. 계속 연락을 취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두비 국장은 유 위원을 “훌륭한 올림픽 챔피언“이라고 인정했다. “스포츠를 통해 최고의 성취를 이뤘을 뿐 아니라 가치에 입각해 인생을 살고 올림픽 운동에 기여하는 좋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그랑팔레 한국 사브르 금메달 2개' 한국은 진정한 스포츠 강국

파리 문화의 성지 그랑팔레는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펜싱과 태권도의 성지가 됐다. 오상욱과 남자사브르 대표팀이 이곳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태권도 신성' 박태준이 '뉴 어펜져스'의 기운을 이어받아 7일 태권도 첫 경기에서 또 하나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와 문화유산이 하나되는 혁신적인 파리올림픽의 현장에서 일궈낸 한국 펜싱의 쾌거에 대해 두비 국장도 “알고 있다“고 했다.

'IOC 수장' 바흐 원장이 1972년 뮌헨올림픽 플뢰레 금메달리스트다. 연일 구름관중이 운집한 그랑팔레 펜싱은 IOC 내에서도 뜨거운 화두였다. 두비 국장은 “바흐 위원장이 밤늦게 돌아와 '그랑팔레에서 펜싱을 봤다'면서 '그렇게 멋진 경기는 처음'이라고 하시더니 다음날 아침 미팅에선 심지어 '그랑팔레에서 펜싱을 안본 사람은 펜싱을 봤다고 할 수 없다'고까지 하시더라“며 미소 지었다.

개막 12일 만에 금메달 12개를 따낸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향해 축하인사를 건넸다. “한국은 진정한 스포츠 강국이다. 파리올림픽이 파리라는 장소, 합당한 사람들의 엄청난 노력으로 보상받았듯 한국 스포츠 역시 장기간에 걸친 투자와 합당한 노력이 보상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메달순위표에서 10위 안에 드는 것도 대단하지만 매 대회, 매 경기에서 꾸준함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한국의 스포츠 무브번트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함께해온 과거도 있지만 함께 할 미래가 더욱 소중하다. 한국이 스포츠에서 강세를 유지하는 한 IOC와 계속 함께 할 일이 있다는 의미에서도 한국의 좋은 성적이 아주 기쁘다“고 말했다. 12일 폐막이 다가오는 시점, 두비 국장은 “한국 팬들에게 계속해서 한국선수들을 더 응원해달라는 말씀을 드린다. 또 한국뿐 아니라 다른나라 선수들의 위대한 업적도 즐기시고 함께 축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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