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11 12:10:00]
[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의 다짐이다.
환희는 없었다. 진한 아쉬움만 남았다. 우상혁이 끝내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인근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4년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7을 기록하며 7위에 머물렀다. 개인 최고 2m36의 기록을 보유한 우상혁은 이날 2m31에 벽에 막혔다.
한국 육상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황영조가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서 이봉주가 은메달을 획득했다. 모두 도로종목인 마라톤이었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그는 2m35를 넘어 4위에 오르며 세계적인 점퍼로 도약했다. 2022 세계실내선수권 우승(2m34), 실외 세계선수권 2위(2m35), 2023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우승(2m35) 등이 우상혁이 걸어온 길이다.
그래서 더 아쉽다. 도쿄 대회 때처럼 2m35를 넘었다면 동메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상혁에게 밀렸던 해미시 커(뉴질랜드)가 2m36으로 우승했고, 우상혁이 맞대결에서 9승6패로 앞섰던 셸비 매큐언(미국)도 2m36을 넘으며 2위를 차지했다. 커와 매큐언은 연장전 격인 점프 오프로 1, 2위를 갈랐다. '역대 최고 점퍼'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은 2m34로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우상혁은 “오늘 같은 날은 안 좋아도 최대한 좋게 만들고, 좋아도 더 좋게 만들도록 침착하게 가야되는데 그러지 못했다. 마인드컨트롤에서 내가 아직 부족하지 않나 싶은 경기가 됐다“고 아쉬웠다.
우상혁은 7일 열린 예선전에서 2m27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결선행을 확정지었다. 2m27를 넘은 선수가 우상혁을 포함 5명 밖에 되지 않았다. 우상혁은 이날 “올 시즌 들어 최고의 점프“라고 스스로 이야기할 정도로 절정의 컨디션이었다. 우상혁은 올림픽 2회 연속 결선행에 성공한 최초의 한국인 트랙&필드 선수가 됐다. 출사표는 “이왕 뛰는거 가장 높은 곳에 서겠다. 애국가 한번 울려보겠다“였다.
경기 시작 전 강력한 '메달 라이벌'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가 응급실에 실려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탬베리는 지난 도쿄 대회에서 바르심과 공동 금메달을 차지했고, 지난 유럽선수권대회서 올 시즌 최고 기록인 2m37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탬베리는 경기에 나섰지만, 워밍업 도중 얼굴을 찡그리는 장면을 여러차례 보였다.
2m27이 첫 고비였다. 우상혁은 1차 시기에서 처음으로 바를 건드렸다. 우상혁은 예선 때도 2m27 첫 시기에 실패를 한 바 있다. 두 번 실패는 없었다. 예선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2차 시도에서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탬베리는 예선과 마찬가지로 이 높이를 넘는데 실패하며 탈락했다. 얀 스테펠라(체코), 로메인 벡포드(자메이카)도 2m27에서 짐을 쌌다.
이제부터 진검승부였다. 우상혁이 가장 먼저 2m31에 도전했다. 아쉽게 1차 시기는 실패였다. 2차 시기 역시 넘지 못했다. 바르심과 매큐언, 로이치 아카마츠를 제외하고 다른 선수들도 이 높이에서 고전했다. 운명의 마지막 시기, 우상혁은 끝내 실패했다. 그래도 활짝 웃었다.
우상혁은 “그냥 홀가분했다. 되돌릴 수 없지 않나. 아쉬운 감정이 들다가도, 감독님하고 지난 3년간 울고 웃으면서 도전했던 것에 대해 고생했다는 마음으로 웃음이 났던 것 같다“고 했다.
씩씩하게 말을 이어가던 우상혁은 김도균 코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우상혁은 “감독님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3년 동안 나도 힘들었지만, 감독님이 더욱 힘드셨을거다. 오늘 같은 날 더 기쁘게 못해드린게 제일 아쉽다. 감독님은 계속 괜찮다고만 말씀해주셨다. 나를 안타까워하실거라는 걸 알기에 더 안아드리고 싶다“며 “나는 그냥 뛰기만 하면 되는데 감독님은 여러가지를 다 챙기셔야 했다. 너무 죄송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고 했다.
우상혁은 올 시즌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매 시즌은 다 잘 치러왔다. 선수마다 다 잘할 수는 없다. 올 시즌은 올림픽을 겨냥한 시즌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아쉽게 됐다“고 했다.
바르심과 템베리가 올림픽 무대와 작별했다. 우상혁은 “오늘 바르심, 탬베리가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치렀다. 둘에게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대단했다'고 말했다“며 “나도 그렇게 마지막까지 불태우고 싶다“고 밝혔다. 바르심은 우상혁보다 다섯 살 많다.
끝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은 또 다른 자극이다. 우상혁은 “자극이 되는 시합이 있고, 희망을 얻는 시합이 있다. 내가 도쿄에서는 다음 파리올림픽의 희망을 봤고, 파리에서는 다음 올림픽을 위한 불꽃을 올릴 수 있는 시합이 된 것 같다“며 “LA 올림픽까지 도전한다고 계속 말씀 말씀드렸지만 더 해야겠다. 매 시즌 매 시즌 꾸역꾸역 또 다시 한 번 준비하면서 LA까지 나가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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