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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눈물의 이별은 안타까웠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었다.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엄청난 데뷔전을 치렀다. 에르난데스는 8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서 선발등판해 5이닝 동안 2안타(1홈런) 1볼넷 7탈삼진 1실점의 호투를 선보였다. 6-1로 앞선 6회말 이지강으로 교체됐고, 팀이 10대3으로 승리하며 데뷔전서 첫 승을 거뒀다.

오스틴의 선제 투런홈런과 문보경의 3루타로 3-0의 리드 속에 1회말 잠실구장 마운드에 처음으로 오른 에르난데스는 초반 긴장한 듯 보였다.

선두 정수빈에게 볼 3개를 연거푸 던졌다. 4구째도 바깥쪽 높은 볼로 보였으나 ABS에서 스트라이크로 판정. 그러나 5구째 다시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을 던져 볼넷을 내줬다. 2번 강승호와 승부하면서부터 조금씩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오기 시작.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5구째 128㎞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해 첫 삼진을 잡았다. 이때 2루 도루를 시도한 정수빈도 태그아웃돼 순식간에 2아웃.

그런데 3번 제러드 영에게 데뷔 첫 안타이자 홈런을 맞았다. 1B에서 2구째 146㎞의 커터가 몸쪽으로 왔고 제러드가 이를 놓치지 않고 홈런으로 만들었다.

양의지와는 긴 승부를 펼쳤다. 2B2S에서 양의지가 5개 연속 파울을 치며 에르난데스를 괴롭혔다. 결국 127㎞의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2회부터 에르난데스는 확실히 자신의 페이스를 찾았다. 피치클락이 10초나 남았는데 공을 뿌리는 등 매우 빠른 인터벌로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5회까지는 거의 완벽한 피칭을 보였다. 4회말 양의지에게 안타를 허용한 것이 유일한 출루 허용. 결국 5회까지 두산에서 2루를 밟은 타자는 홈런을 친 제러드 뿐이었다.

투구 자체에서 자신감이 느껴졌고, 안구 정화가 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시원시원하고 빠른 피칭이었다.

올시즌 케이시 켈리에게서는 자주 볼 수 없었던 피칭이었다. 켈리가 6월 25일 두산전서 8회까지 퍼펙트 피칭을 하는 등 9회까지 1안타 무실점의 완봉을 하기도 했지만 그정도의 완벽한 피칭은 거의 없긴 했다.

LG로선 켈리를 시즌 중에 버리고 새 투수를 데려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었다. 켈리가 LG와 팬들에게 소중한 존재였기 때문.

켈리는 2019년부터 LG에서 뛴 최장수 외국인 선수였다. 실력은 물론 뛰어났고 아들이 태어나도 팀의 우승을 위해 휴가를 가지 않고 공을 던질 정도로 팀에 헌신했던 투수였다. 그런 그를 시즌 중에 교체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켈리가 너무 부진했다면 어쩔 수 없었다지만 켈리는 초반 부진을 씻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거듭했고, 실제로 나아지는 모습도 보였다. 5월말까지 2승6패 평균자책점 5.60을 기록했던 켈리는 6월 이후 8경기서 3승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 중이었다.

교체 시기도 애매했다. 후반기 첫 등판이었던 7월 9일 KIA전서 5이닝 9안타 5실점의 부진으로 패전 투수가 되긴 했지만 14일 한화전에서는 6이닝 8안타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전반기를 마쳤을 때 차명석 단장과 켈리와 끝까지 가기로 얘기를 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 다시 직구 구속이 떨어지면서 다시 고민을 했고 에르난데스가 시장에 나왔다고 해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혔다.

켈리로는 더 위를 바라보기 힘들다고 판단을 내렸고, 팀을 위한 결정을 했다.

7월 20일 마지막 등판에서 모두가 눈물 속에 이별식을 하며 켈리와 감동의 작별을 했다.

그리고 켈리를 보내면서 데려온 에르난데스는 첫 등판부터 기대감을 높이는 시원한 피칭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상대 1선발과 맞대결을 펼쳐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하는 확실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여줬다. LG로선 1선발을 얻음으로써 새롭게 위를 보고 달릴 수 있는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

켈리와 이별한 것은 슬펐지만 에르난데스를 만난 것은 새로운 기쁨이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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