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09 11:10:37]
현 NBA를 대표하는 아이콘하면 여전히 르브론 제임스(40‧204.5cm)와 스테판 커리(36‧188cm)를 언급하는 이들이 많다. 빼어난 실력에 더해 경기지배력, 스타성 등 많은 면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GOAT 논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르브론은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아성에 도전하고있는 유일한 선수다.
아직은 조던이 역대 최고평가에서 우위를 점하고있으나 르브론의 추격도 만만치않다. 조던에게 임팩트가 있다면 르브론에게는 롱런이라는 무기가 있다. 그냥 단순한 롱런이 아니다. 불혹의 나이에도 한팀의 간판선수로 활약하며 거기에 걸맞는 경기력을 보여주고있다. 전성기시절이 워낙 엄청났던지라 현재의 모습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리그 상위권 플레이어임은 분명하다.
커리도 마찬가지다. 외모만 동안일뿐 어느덧 그도 30대 후반에 접어들고 있다. 몸싸움을 즐기는 유형은 아니지만 체력과 활동량이 최고의 강점이다는 점을 감안했을때 나이의 영향을 받지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만 놓고보면 커리 또한 여전하다. 당연히 전성기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슈팅 몬스터이며 한팀의 에이스로 손색없는 플레이를 유지하고 있다.
시대의 라이벌이기도한 둘은 이번 파리올림픽에도 나란히 선발됐다. 이견은 없었다. 나이는 많지만 상징성, 리더십에 더해 기량 또한 현재 시점에서도 충분히 훌륭하다. 두루두루 감안했을 때 대체불가자원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커리와 르브론이 세르비아와의 남자농구 4강전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어려운 경기였다. 미국은 한때 세르비아에게 17점 차로 끌려다니며며 고전을 면치못다. 직전시즌 NBA 정규시즌 MVP수상자 니콜라 요키치가 17득점, 5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전방위 활약을 펼친 가운데 보그단 보그다노비치(20득점, 4리바운드)와 알렉사 아브라모비치(15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의 슛이 터졌다. 거침없는 화력에 미국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야구에서 가장 자주 언더독 반란이 일어날 때는 특정 선발 투수가 긁히는 날이다. 농구는 3점슛이다. 이곳저곳에서 3점슛이 미친듯이 펑펑터지면 전력에서 앞서는 팀도 대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이날 전반까지의 세르비아와 미국이 그랬다. 또다시 드림팀의 굴욕이 재현되나 싶었지만 미국에는 커리가 있었다.
그간 슛감이 좋지않았던 커리는 36득점(3점슛 9개), 8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이날 경기에서 제대로 폭발했다. 세르비아와 외곽슛이 거침없이 터지는 상황에서 3점슛으로 맞불을 놓으며 일찍 넘어갈 수도 있었던 흐름의 균형을 맞춰줬다. 커리의 기복없는 3점슛이 있었기에 미국은 후반에 따라갈 원동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커리의 슛감은 경기내내 꾸준했고 거기에 더해 후반들어 케빈 듀란트와 데빈 부커 등이 살아났다. 커리의 손끝이 활활 타오르자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보여주던 세르비아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세르비아는 커리가 공만잡으면 몸을 날리는 수비도 서슴치 않는 등 강한 압박을 거듭했다.
하지만 커리는 아주 작은 빈틈만 보이면 거기에 상관없이 3점슛을 꽂아넣었고 이는 다른 동료들의 오픈찬스도 쉼없이 발생시키며 미국팀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생시켰다. 세르비아는 이시대 최고의 선수 요키치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며 대어 미국을 잡아내나 싶었으나 하필이면 4강전에서 커리가 ‘커친놈(커리+미친놈)’모드로 빙의하면서 95-91로 아쉽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커리가 득점을 이끌었다면 르브론은 1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2012 런던올림픽 호주전에서 자신의 올림픽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이래 12년만에 다시 한번 대기록을 써냈다. 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기간내내 기복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르브론의 가치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났다. 이날 요키치는 앤써니 데이비스, 뱀 아데바요, 조엘 엠비드가 돌아가면서 자신을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제어가 되지않았다. 그 순간 르브론이 나섰다. 후반들어 르브론이 요키치를 막는 장면도 많이 나왔는데 신장차에도 불구하고 꽤 괴롭혀줬다.
일단 힘에서 크게 밀리지않아 서로의 몸이 밀착된 상황에서 가뜩이나 지친 요키치를 힘들게 했다. 여전히 마음먹고 수비에 들어가면 상대를 가리지않고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힘겹게 준결승을 통과한 미국은 오는 11일 오전 4시 30분, 독일(3위)을 73대 69로 꺾은 개최국 프랑스(9위)와 금메달을 놓고 맞대결을 펼친다. 미국은 올림픽 무대에서 프랑스와 3번의 결승을 치렀고 모두 승리한바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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