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뉴스
[24-08-17 15:21:48]
지난해부터 농구 팬들 사이에서 멈추지않고 계속되는 논쟁이 있으니 다름아닌 ‘만약 커리가 KBL에서 1옵션 외국인선수로 뛴다면 우승 가능할까?’이다. 모 해설위원의 발언에서부터 불씨가 붙은 것으로 알려진 커리 논쟁은 한동안 각종 농구관련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궜다가 잠시 주춤한 분위기였으나 최근들어 다시금 달아오르고 있다.
KBL에서 각팀 전력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요소는 단연 외국인선수다. ‘해당 시즌 성적 여부는 외국인선수 농사에 달려있다’는 말이 있을만큼 비중이 높다. 실제로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KBL 역대 우승팀을 보면 외국인선수가 약했던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어떤 유형의 외국인선수가 가장 잘먹힐까? 적어도 KBL에서는 단순하다. 몇몇 예외도 있기는하지만 대부분은 골밑 장악력이 좋거나 혹은 겸비한 선수가 높은 영향력을 가져갔다.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수비 특히 포스트에서의 존재감이 약하면 환영받지 못했다. 외국인선수를 뽑을 때 1순위로 고려하는 것이 빅맨 유형인 이유다.
스테판 커리(36‧188cm) 1옵션 논쟁이 후끈해지는 것도 그래서다. 적어도 농구 팬들 사이에서의 커리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만큼 대단한 선수다. 커리어, 이름 값만 놓고봤을 때 KBL에서 뛰었던 어떤 선수와도 비교가 안된다. 문제는 포지션이다. 그는 전형적인 가드다. 사이즈, 피지컬 등에서 골밑싸움이 힘든 스타일이다.
특히 과거 외국인선수 2인 동시 출전제 시절 같으면 몰라도 현재와 같은 1인 출전제에서 1옵션으로 뛸 경우 수비적인 부분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 대해 ‘포스트 싸움에서의 열세를 앞선 공격력, 수비로 커버할 것이다’는 의견과 ‘골밑에서 밀리면 경기 자체가 풀리지않는다. 몇몇 경기라면 몰라도 시즌내내 그렇게 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며 무한 반복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해 의견이 궁금한 인물이 있었다. 아르헨티나 혼혈선수로 유명했던 전 프로농구 선수 출신 김민수(42‧200cm) 계성중 코치다. 외국과 국내에서 농구를 배워온 것을 비롯 3~5번까지 소화했던만큼 어떤 생각을 하고있을지 듣고싶었다. 질문을 하기 무섭게 김코치는 재미있다는 말과 함께 입을 열었다.
“저도 가끔 커뮤니티 등을 들여다보면 자주 보이는 소재더라고요. 일단 서로 인신공격만 오가지않으면 괜찮은 논쟁같아요. 비시즌에 심심하기도하고, 이렇게 다양한 얘기가 오고감으로서 농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그러잖아요. 개인적으로 저역시 커리가 현재 상황에서 1옵션으로 팀을 우승까지 이끈다는 것은 쉽지않다고 생각합니다”
김코치의 생각 역시 처음 해당 발언을 했던 모 해설위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리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는 제가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알 것입니다. 팬 뿐만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스타로 불리잖아요. 저도 커리 좋아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농구는 포지션이라는게 있어요. 특히 림에서 가까울수록 유리한 스포츠인지라 빅맨의 영향력이 무엇보다도 크죠. 특히 KBL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앞선에서 커리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 이상으로 골밑싸움에서 밀리면서 까먹게되는 부분이 더 클 것 같아요.”
어느 팀에서 뛰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커리의 약점을 얼마나 커버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차이는 생기겠죠. 국내 빅맨진이 약한 팀같으면 매경기 폭죽쇼가 벌어질 수도 있을 듯 해요. 커리가 50~60득점씩 올려도 골밑에서 그 이상의 마이너스가 발생하며 굉장한 다득점 경기가 만들어지는 가운데 이기고 지고가 반복될 수 있겠죠. 이러면 경기력이 굉장히 불안해져요. 100득점 이상을 올려도 팀이 이긴다는 보장이 확 줄어드니까요. 하지만 높이와 기량을 갖춘 국내 선수들이 많이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이라면 널뛰는 기복을 최대한 진정시킬 수 있겠죠. 조직력도 시즌을 치를수록 더 좋아질테고요. 우승을 장담하기는 어렵겠으나 확률은 분명 올라갈 것이다고 생각합니다”
김코치는 오히려 다른 유형의 가드들이 더 경쟁력이 높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꼭 빅맨이 아니라고해도 기본적으로 KBL에서 통하려면 탄탄한 피지컬과 파워는 필수일 듯 해요. 르브론 제임스같은 선수는 말할 필요도 없고 가드로 영역을 제한해도 커리보다는 러셀 웨스트브룩(35‧191cm)의 영향력이 더 클 듯 싶어요. 신장은 비슷해도 몸이 다르잖아요. 어지간한 빅맨과도 어느 정도 몸싸움이 가능한 웨스트브룩이라면 언더사이즈 빅맨 역할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함께 뛰는 선수들의 역량, 리그 특성을 고르게 감안해야 된다는 뜻인 것이다.
“최근 장신가드 벤 시몬스(27‧211cm)가 외곽슛에서 문제를 보이며 고전하고 있잖아요. 이런선수가 KBL에 오면 말 그대로 재앙이 되지않을까 싶어요. 슛만 없지 나머지 능력치는 NBA 전체에서도 수준급이잖아요. 아…, 얘기하다보니까 사이즈도 그렇고 이 선수를 가드로 봐야되나 싶네요. 운동능력, 패싱센스 등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자밀 왓킨스가 될 수도 있겠네요.(웃음)”
물론 말을 하는 와중에도 김코치는 몇 번씩 ‘개인 의견’임을 밝혔다. 자신도 농구 팬으로서 재미있는 논쟁에 참여해보는 의미지 농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답을 내리자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솔직히 커리가 어떤 선수입니까. 그런 선수에 대해 왈가불가한다는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냥 농구 팬으로서의 사적인 의견이라고만 생각해주세요. 앞서도 말했다시피 서로 감정이 격해져서 주제와 상관없는 인신공격 등만 오가지않는다면 이런 논쟁도 충분히 재미있지않나 싶어요. KBL의 위상이 점점 높아져서 언젠가는 이런 논쟁을 현실화 시킬 수 있는 상황도 나오면 재미있을 듯 싶습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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