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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이래서 자식과 손자는 다른 느낌이라고 하나봅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 19일 경기도 이천 LG챔피언스파크에서 열렸다. 현재 고교, 대학 엘리트 선수가 아닌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선수, 고교 및 대학 선수 등록 후 중퇴한 선수들이 드래프트를 앞두고 자신이 가진 걸 어필하는 자리였다.

35도가 넘는 폭염. 가만히 있어더 땀이 줄줄 흐르는 데 관중석에 2명의 노부부가 앉아있었다. 그리고 덩치 큰 한 선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휴대폰으로 동영상 촬영을 하느라 바빴다.

주인공은 양제신(74)씨와 신영숙(72)씨였다. 그냥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니었다. 한국 프로농구의 '레전드' 가드 양동근을 키워낸 장본인들이었다.

양동근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의 부모. 동시에 이날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양제이의 외조부, 외조모였다. 양제이는 양동근 친누나의 아들로, 친누나는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들을 낳았다.

미국 이름 제이 아그냐(Jay Aghanya). 한국 이름 양제이. 혼혈의 야구 선수다. 미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잠시 한국에서 살다,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교까지 다녔다. 야구도, 공부도 잘했다. 그런데 손자는 조지타운 대학원행 대신 한국행을 택했다. KBO리그 프로 선수로 도전하기 위해서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재능을 주변에서 아깝게 여겼고, 본인도 야구에 대한 열의가 컸다.

지난 7월부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생활하며 이날 트라이아웃을 준비했다. 한국에서 쓰는 휴대폰도 없다. 독립야구단 경기를 하든, 뭘 하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챙겨줘야 한다. 이날도 새벽부터 경기도 남양주에서 이천까지 함께 했다.

최고의 농구 선수 아들을 키워낸 위대한 부모가, 이제는 손자 걱정을 해야 한다. 외할머니 신씨는 “날씨가 더운데 손자가 저렇게 땀을 흘리니 안쓰럽기만 하다. 너무 힘들어 보인다“고 걱정했다. 신씨는 “아들이 운동할 때는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때는 우리도 젊었고, 운동을 하면 그런가도 했다. 이러니 아들과 손자는 틀리다고 하나보다. 우리 손주, 덩치만 크지 집에서는 애기“라고 말했다.

신씨는 “동근이가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 참가했을 때는 떨리고 설레기만 했는데, 손자 드래프트는 걱정부터 된다. 지명을 받으면 바로 눈물이 날 것 같다“고하며 “제이가 미국에서는 클럽 야구를 했다. 체계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부족하지면, 연습하고 노력하면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고 손자를 응원했다.

양제이는 미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한국말을 제법 잘한다. 어린 시절 기억도 있고, 미국에서도 할머니와 하루가 멀다하고 통화를 하며 한국말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마인드도 미국 선수 느낌이 전혀 없다. 2군 생활, 군대 생활 등에 대해 전혀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고 부딪혀보고 싶다고 당차게 얘기했다.

양 코치는 현대모비스 해외 전지훈련에 참가하고 있어 조카 응원을 직접 오지 못했다. 이날은 양제이가 주인공이었지만, 그래도 두 노부부에게 아들도 여전히 소중한 보물이다. 부친 양씨 팔목에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자랑하는 팔찌와 함께, 양 코치의 등번호와 현대모비스 구단 로고가 새겨져있는 헌 팔찌가 소중하게 채워져 있었다.

이천=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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