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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온통 눈물바다예요. 우리 선수들 존경스럽네요.“

14년 만의 감격 우승 후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이 벅찬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9일 강원 화천생활체육공원에서 열린 WK리그 2024 챔피언결정 2차전, 수원FC위민이 '리그 우승팀' 화천KSPO를 합산 스코어 3대2로 꺾고 무려 14년 만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안방에서 열린 5일 1차전에서 2대0, 올 시즌 처음으로 승리하며 유리한 고지를 점했지만 화천 원정 2차전은 장담하기 힘든 승부였다. 2일 경주한수원과 플레이오프, 승부차기 혈투끝에 챔프결정전에 오른 수원으로선 일주일에 3경기를 치러내야 하는 강행군이었다. 그러나 수원FC 위민은 더 강해졌다. 1차전 승리 후에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지난해 인천 현대제철과의 챔프결정전, 홈 1차전을 3대1로 이기고도 원정 2차전 2대6으로 대패하며 우승컵을 내준 쓰라린 기억을 곱씹었다. 심서연, 어희진, 박세라 등 국대 출신 베테랑 언니들이 은퇴를 선언한 상황, 모두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결의했다. 박길영 감독 역시 “꼭 별 달고 떠나라!“를 외쳤다.

예상대로 화천 원정 2차전도 혈투였다. 전반 6분 만에 상대 에이스 최유정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흔들렸다. 교체 투입된 전은하가 전반 37분 천금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화천KSPO의 파상 공세 속에 후반 34분 화천 최정민에게 다시 골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1-2. 한 골을 더 내주면 연장, 승부차기까지 가야 하는 절박한 상황, 심서연의 라스트 댄스는 눈부셨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상대 공격수를 막아서고, 골키퍼 김경희가 골문을 비운 새 날아든 볼을 필사적인 헤더로 걷어냈다. 언니의 투혼에 수원은 하나가 됐다. 추가 실점 없이 1대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기어이 꿈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눈물을 펑펑 쏟았다.

박 감독은 “내게도 우리 선수들에게도 '인생경기'였다“고 했다. “후반 중반 이후부터 우리 선수들 다리가 안움직이더라. 연장 승부까지 봐야 해서 교체도 2명 남겨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힘들어하는 걸 보니 감독으로서 너무 미안했다“면서 “벤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응원하고 소리지르는 것뿐이었다“고 돌아봤다. “수원의 첫 우승, 14년 만의 우승 현장에 (심)서연이가 있었다“면서 “2010년 수원시시설관리공단에 입단해 첫 우승을 이끌었고, 선수 생활의 마무리도 우승으로 장식했다“며 각별한 감사를 표했다. “힘들 때마다 감독으로서 고참 선수들을 많이 의지했다. 은퇴 선수 모두 한번씩 챔프전에 뛰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런 상황을 못만들어준 것같아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고맙고 존경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주지하다시피 수원FC는 K리그 구단 중 여성팀을 나란히 보유한 유일한 구단이다. 수원FC 위민은 K리그1 수원FC와 한지붕 아래, 같은 구단, 같은 프런트가 운영하며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 협업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라리가와 같은 구조다. 이날 수원FC 위민이 화천KSPO를 꺾고 14년 만의 우승 소식을 전한 직후 열린 K리그1 36라운드, '샤프'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마지막 홈경기에서 올 시즌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강원FC를 4대0으로 완파했다. 남녀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강원도의 힘'을 꺾고 승리했다. 올 시즌 김은중호는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고, 박길영호는 14년 만에 여자축구 챔피언 위업을 이뤘다.

최순호 수원FC 단장은 WK리그 우승 직후 “정말 말로 다할 수 없을 만큼 좋은 날“이라며 기쁨을 표했다. “이재준 수원 시장님이 현재 해외출장 중이신데 전화를 걸어 축하하면서 기뻐하셨다. 시 차원에서 수원시민들과 함께 하는 뜻깊은 축승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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