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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허상욱 기자] 화를 내도 모자란 상황이었지만 90도 사과를 하는 후배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KT 위즈의 베테랑 잠수함 투수 우규민이 후배의 실수를 감싸주는 선배미를 발휘했다.

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와 롯데의 경기, KT가 10대1로 앞선 7회말 우규민이 원상현에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우규민은 이날 경기 출장으로 통산 800경기 출장 기록(역대 6번째)을 달성했다. 우규민은 선두타자 서동욱에 안타를 허용했고 황성빈에 9구 승부 끝 안타를 내줘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맞은 베테랑은 집중력을 발휘했다. 우규민은 후속타자 고승민에 땅볼을 유도해 순식간에 아웃카운트 두개를 잡아냈다. 무사 1,2루에서 2사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아웃 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무실점으로 이닝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손호영이 친 타구가 우익수 방향으로 날아갔다. 쉽게 잡을 수 있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 타구였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이 펼쳐졌다. 우익수로 나선 송민섭이 타구를 잡지 못하고 그냥 지나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라이트에 공이 가린 듯 했다. 이 타구에 3루주자 서동욱이 홈을 밟았고 손호영은 3루까지 진루했다. 우규민은 송민섭의 타구에 아쉬운 듯 얼굴을 찌푸렸다.

위기는 거기까지였다. 우규민은 후속타자 신윤후를 3구 승부 끝 좌익수 플라이로 잡아내 이닝을 끝냈다.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는 우규민을 친구 박경수가 맞이했다. 우규민과 박경수는 2003년 함께 LG에 입단한 친구 사이다.

수비를 마치고 돌아온 송민섭이 우규민의 얼굴을 보고는 모자를 벗어 90도 인사로 미안함을 전했다. 자신의 실수로 내준 실점에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우규민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우규민은 미안해하는 송민섭에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였다.

실수를 범했던 송민섭은 이어진 8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속죄의 안타를 때려냈다. 6회초에도 안타를 때려냈던 송민섭은 이날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송민섭의 멀티히트는 지난 2022년 5월 1일 이후 858일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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