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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달라진 건 고글 뿐인데….

롯데 자이언츠에 '물건'이 나타났다.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살 떨리는 순간에 씩씩하게 자기 공을 뿌리고 팀 승리를 지켜내니 김태형 감독의 박수가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롯데는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4대2로 신승했다. 전날 충격의 5점차 역전패를 당한 여파가 이어져, 이날 경기까지 패했다면 3연전 스윕을 당하고 꼴찌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뻔 했다.

이겼다. 그것도 천신만고 끝에 이겼다. 2점차 9회말 롯데는 전날 충격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고, 많은 공을 던졌던 김원중을 낼 수 없었다. 김 감독의 선택은 베테랑 구승민. 하지만 구승민이 1사 후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김 감독의 마지막 선택은 '도박'에 가까웠다. 무명의 좌완 송재영. 하루 전 1군에 콜업돼 연장 상황 2K 투구를 하며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는 했지만, 경험 부족한 이 선수가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막아낼 수 있을 지에는 의문 부호가 붙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최상민을 상대로 완벽한 제구와 로케이션을 통해 삼진을 잡아내자, 더그아웃에서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김 감독도 '물개 박수'를 절로 쳤다. 여기에 송재영은 3할타자 박성한을 상대로도 기죽지 않고 슬라이더 2개에 직구 2개로 완벽하게 타이밍을 훔치며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 경기를 끝내버렸다. 김 감독이 경기 후 “너무도 귀중한 세이브를 해줬다“고 했을 정도로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송재영이라는 이름, 야구팬들에게 낯익지는 않다. 라온고를 졸업하고 2021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에 뽑혔다. 신인 시절 서튼 감독의 눈에 들어 19경기를 뛴 걸 발판으로, 2년차 때 상무에 입대해 빨리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 올해 5월31일 NC 다이노스전, 그리고 7월11일 SSG 랜더스전 딱 2경기에 나왔었는데 NC전은 최악의 투구로 아웃카운트 1개 잡지 못하고 3실점 했었고, SSG전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불펜진 소모가 많고, 눈에 띄는 자원도 없는 상황이라 31일 다시 콜업이 됐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준비했는지 180도 다른 선수가 돼 나타났다. 굳이 달라진 걸 꼽자면 그 전까지 착용하지 않던 고글을 쓰고 나왔다는 건데, 그 고글에 비밀이 숨어있는 건가. 여튼, 김 감독과 롯데는 송재영이라는 선수 덕에 발 뻣고 울산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됐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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