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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대한민국 여자탁구 대표팀이 16년 만의 올림픽 단체전 메달을 획득했다.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7위), 전지희(32·미래에셋증권·세계 15위), 이은혜(29·대한항공·세계 44위)로 구성된 여자탁구 대표팀은 10일 오후 5시(한국시각)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펼쳐진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서 '난적' 독일에 3대0으로 완승했다.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도쿄올림픽 8강전에서 만나 한잉, 산샤오나, 페트리사 솔야의 독일에게 2대3으로 역전패했던 한국에겐 3년 만의 리벤지 매치이자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의 동메달 도전, 이겨야 사는 전쟁이었다.

독일은 샨 샤오나(세계 40위), 완 위안(세계 96위), 아네트 카우푸만(세계 100위)으로 구성됐다.





제1복식 샨 샤오나-완 위안조와 격돌했다. 초반 2실점했지만 내라 6득점하며 6-2로 앞서나갔다. 신유빈의 오른손, 전지희의 왼발이 척척 맞아들었다. 8-4, 9-5로 앞서갔다. 신유빈의 포어드라이브가 작렬하며 첫 게임포인트를잡았고 11-6으로 마무리했다. 2게임은 백중세였다. 4-4, 5-5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다. 6-5, 한국이 앞서나가자 독일 벤치가 빠른 타임아웃을 외쳤다. 그러나 흐름을 뒤집기엔 역부족, 11-8로 마무리했다. 3게임, 신유빈의 5-1로 앞서갔다. 그러나 6-5까지 따라붙었다. 오광헌 감독이 타임아웃을 요청했다. 이후 독일 '숏핌플 러버' 완 위안의 서브, 백전노장 샨샤오나의 코스 공략에 흔들리며 7-10까지 밀렸다. 8-11로 3게임을 내줬다. 4게임, 독일조의 빠른 움직임에 리시브가 흔들렸다. 1-4로 밀렸다. 전지희의 포핸드 톱스핀이 잇달아 작렬하며 5-5, 6-5로 경기를 뒤집었다. 오광헌 감독이 주먹을 번쩍 쥐며 포효했다. 8-6으로 앞서나갔다. 내리 2점을 내주며 다시 8-8, 또다시 9-9, 10-10, 듀스게임에 돌입했다. 10-12로 4게임을 내줬다.

5게임 초반 독일조에 1-3으로 밀렸지만 4-4로 균형을 맞췄다. 펜홀더 샨샤오나의 포핸드 득점, 랠리에서 밀리며 또다시 4-7로 밀렸다. 전지희의 짜릿한 플립, 신유빈의 공격이 잇달아 성공하고 상대 범실이 잇달으며 8-7로 승부를 뒤집었다. 완 위완의 리시브가 흔들렸다. 10-8,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11-8로 승리한 후 전지희와 신유빈이 뜨겁게 포옹했다.

제2단식 이은혜가 아네트 카우푸만을 상대했다. 2006년생 카우푸만은 독일 최대 복병으로 꼽혔다. 신유빈보다도 2살 어린 이 선수는 일본과의 준결승(매치스코어 1대3패)에서 최근 급상승세인 '하리모토 토모카즈의 여동생' 하리모토 미와를 3대0으로 돌려세웠다. 그러나 이은혜는 강했다. 1게임 카우프만을 상대로 6-1로 앞서나갔다. 카우프만이 날선 톱스핀 공격으로 6-8, 7-9, 8-9까지 추격했지만 우위를 놓치지 않았다. 11-8로 승리했다. 2게임 일진일퇴의 팽팽한 승부, 이은혜가 10-8, 게임포인트를 먼저 잡았다. 카우푸만이 10-9로 쫓아왔다.오 감독이 타임아웃으로 흐름을 끊었다. 카우푸만의 포어핸드가 네트에 걸리며 11-9로 승리했다. 3게임, 이은혜는 카우푸만을 완전히 압도했다. 5-1, 8-2… '한솥밥 언니' 이은혜의 활약에 벤치의 신유빈이 두팔을 번쩍 들어 뜨겁게 환호했다. 11-2로 마무리했다. 게임스코어 3-0. 이은혜가 무릎을 꿇고 감사기도를 올렸다.

제3단식 '왼손 에이스' 전지희가 유럽선수권 5회 우승에 빛나는 '83년생' 샨샤오나와 격돌했다. 베테랑 에이스간 첫 맞대결이었다. 1게임 탐색전 후 4-4에서 전지희가 내리 4득점하며 8-4로 앞서나갔다. 서브에 이은 전광석화같은 3구 공격이 압권이었다. 11-6으로 마무리했다. 2게임 전지희의 몸놀림이 가벼웠다. 4-1로 기선을 제압했고, 강력한 포핸드 톱스핀으로 상대를 돌려세웠다. 11-6으로 마무리했다. 3게임 벼랑끝에 몰린 샨샤오나가 3-1까지 앞서갔지만 전지희가 영리한 코스 공략으로 4-3, 역전을 이뤄냈다. 독일 벤치가 작전타임을 외쳤다. 그러나 흐름은 이미 대한민국의 것이었다. 11-6, 게임스코어 3대0, 매치스코어 3대0 완승으로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의 여자단체전 동메달은 지난 10여년 여자탁구의 절실함이 통한 결과다. 2008년 이후 2012년 4강, 2016년, 2021년 8강에 머물며 단 한번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던 아쉬움을 기어이 떨쳐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김경아, 박미영, 당예서의 단체전 동메달 이후 16년 만에 '김경아, 당예서 대한항공 코치의 애제자' 신유빈, 이은혜가 16년 만의 메달을 찾아왔다.

'복-단-단' 방식의 올림픽 단체전에서 '세계 2위 최강 복식조' 신유빈-전지희는 필승 공식이었다. 첫 복식에서 기선을 제압한 후 단식에서 자신감 있게 승부했다. 2014년부터 10년간 국가대표로 뛰며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선 '베테랑 에이스' 전지희가 첫 메달을 향한 투혼을 불사르는 가운데 '스무살' 신유빈의 폭풍성장은 천군만마였다. 중국, 일본을 제외한 독일, 싱가포르, 홍콩 등 경쟁국들의 전력이 약화된 가운데 대한민국은 '에이스 신유빈'의 등장으로 전력이 급상승했다. 신유빈의 패기에 전지희의 경험이 녹아들며 대한민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8강전, 결승전에서 봤듯이 '주장' 이은혜가 첫 올림픽 무대에서 자신의 몫을 100% 해낸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대회 '톱랭커' 신유빈의 약진이 빛났다. 12년 만의 혼합복식 동메달에 이어 단체전에도 동메달을 획득하며 멀티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식 4강으로 전종목 4강 이상 성적을 기록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단식과 여자복식에서 2개의 동메달을 획득했던 '탁구여제' 현정화 이후 32년 만에 여자탁구 올림픽 멀티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도쿄에서 '삐약이'로 사랑받으며 가능성을 입증했던 세계 탁구계에 신유빈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렸다. 파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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