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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손준호(32·수원FC)가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이었다. 수원FC가 원정에서 '대어'인 울산 HD를 낚았다.

수원FC는 18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7라운드에서 울산을 2대1로 제압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연패에 빠진 김은중 수원FC 감독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한때 4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공수의 간판 이승우와 권경원이 떠나면서 6강마저 흔들렸다.

결전을 앞둔 김은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진짜 좋은 모습을 보이며 여기까지 왔는데 보강이 안된 것이 가장 아쉽다. 우리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제 하위권 팀들이 이겼는데 간절함의 차이다. 우리는 한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오늘도 준비한대로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판곤 울산 HD 감독은 데뷔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발걸음이 가벼웠다. 1위 탈환의 기회도 잡았다. 김판곤 감독은 “지난 경기와 비교해 7명이 바뀌었다. 누가 그라운드에 나서든 팬들에게 똑같은 즐거움을 줘야 한다“며 “오늘 경기는 모든 것을 쏟을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다. 우승 자격이 있는 팀이라며 치고 나가야 된다. 최대한 이길 확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반 39분 주민규의 퇴장이 결정적이었다. 주민규는 수원FC의 이재원과 신경전을 벌이다 '보복성 팔꿈치 가격'으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주심은 옐로카드를 꺼내들었지만 VAR(비디오판독) '온필드리뷰' 끝에 색깔이 바뀌었다. 명백한 레드카드였다. 주민규의 프로 첫 다이렉트 퇴장이었다.

수원FC는 10명의 울산을 두드렸고, 손준호가 물꼬를 텄다. 그는 전반 42분 오른발 중거리포로 골네트를 갈랐다. 강상윤이 내준 볼을 오른발 슈팅으로 화답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울산 김민준을 맞고 굴절된 후 조현우의 키를 넘었다.

K리그1에서 1400일 만에 터진 손준호의 복귀골이었다. 수원FC 유니폼을 입은 후 마수걸이 골이었다. 그는 “어제 경기 결과에서 하위팀들이 다 이겼다. 오늘 중요한 경기였고, 승점 3점을 원정에서 가져가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팀이 상위권 자리하는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먼 길을 돌아왔다. 그는 지난해 5월 10일 산둥 타이산-청두전 직후 중국 공안에 구금되는 '사건'을 겪었다. 3월 25일 귀국한 그의 손을 잡은 구단은 수원FC였다. 손준호는 6월 22일, 1년 1개월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K리그1은 전북 현대 시절인 2020년 11월 1일 대구전 이후 3년7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다.

손준호는 복귀 후 10경기 만인 이날 마침내 골 맛을 봤다. 손준호가 K리그에서 마지막으로 골망을 흔든 것은 2020년 10월 18일 광주전이었다. 정확히 1400일 만에 터진 눈물의 감격포였다.

손준호는 “흘러나왔을 때 무조건 슈팅을 때리자는 생각이었다. 감독님께서 슈팅을 아꼈던 모습을 지적했다. 감독님이 강하게 주문한 것이 골을 넣는데 도움이 됐다“며 “볼의 궤적 봤을 때 골을 직감했다. 신인 때 데뷔골을 넣었을 때처럼 기분이 좋았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2020년 전북 시절, 울산에 1대0으로 이긴 것을 반복해서 봤다.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강조했다.

특별한 골이었다. 그는 재차 소회를 묻자 “정말 지나간 일은 말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날이 오구나 생각을 했다. 좋은 날이 올거라고 생각은 했다. 조금씩 하나하나를 찾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경기장 안에서 보여줘아 지난간 세월의 공백기를 메울 수 있어 준비를 잘하고 있다. 가장 큰 것은 가족들에게 축구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 딸, 아들이 자랑스런 아빠, 남편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의 감회도 남달랐다. 그는 “준호가 합류했을 때 워낙 경험이 많아 어색함이 전혀없었다. 본인이 준비를 많이 했다. 개인 훈련은 물론 선배 역할을 잘해 줘 고마운 부분이 있었다. 그동안 경기를 못 뛰었다. 경기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했다. 긍정적인 효과로 발휘됐다“며 “중요할 때 준호가 골을 넣어줘 고맙다. 우리는 전통 스트라이커가 없다. 미드필더들이 골을 넣어줘야 하는데 이 부분도 이어나가도록 하겠다“고 기뻐했다.

손준호는 “(강)상윤이와는 열살 차 룸메이트다. 조금이마나 어린 선수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이승우 권경원)핵심 선수 나갔지만 K리그 이름있는 선수들이 골고루 포지션에 있다. 멤버만 따지면 어느 팀에도 지고 싶지 않다. 경기장에서 충분히 보여주면 떠나간 선수들의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손준호의 꿈은 이제 A대표팀 복귀를 향하고 있다. 그는 “사실 오늘 경기 목표 중 하나였다. 강팀이랑 하는데 지켜보는 코치님이 있을 것이다. 경쟁력 있는 모습 보여야 명단이 발표됐을 때 아쉬움도, 후회도 없을 것 같았다“며 “준비됐다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바람이 있었다. 90분은 안되더라도 80분 체력은 된다. 80분간 장점을 보여주고자 했다. 남은 제주와의 홈경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다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2연패에서 탈출한 수원FC는 승점 44점을 기록, 5위를 탈환했다. 울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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