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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파리올림픽이 열전의 막을 내렸다. 대한민국은 13개의 금메달과 함께 종합 8위에 오르며 도쿄올림픽 금 6개, 16위의 아픔을 딛고 다시 톱10에 복귀했다. 믿었던 양궁, 펜싱이 제 역할을 해냈고, 다크호스였던 사격이 급부상했으며, 태권도, 배드민턴도 몫을 했다. 역대 최다 금메달(5개) 보유자가 된 '양궁 3관왕' 김우진은 “은퇴 생각은 없다. 4년 뒤 2028년 LA올림픽도 출전하고 싶다“면서 “메달 땄다고 젖어 있지 말라. 해 뜨면 마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이미 양궁, 펜싱 등 우리나라 효자 종목들은 4년 앞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양궁은 남녀개인, 단체, 혼성 5개 전종목을 싹쓸이했다.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조차 예상 못했다는 금메달 5개 후 협회는 바로 다음 4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첫 올림픽 우려를 딛고 '3관왕'에 오른 임시현(21) 등 어린 선수들의 경험은 희망이다. 정 회장은 파리 앵발리드 현장 인터뷰에서 LA올림픽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전략회의를 하고 여러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회장님께서 항상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바로 4년 준비를 하라고 하셔서 우리는 늘 그렇게 해왔다. 이번에도 이미 회장님께서 다음 LA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할 건지 지시해 놓으신 게 있다“고 했다.

펜싱은 이번 대회 사브르 남자 단체전에서 전무후무한 3연패 위업을 썼다. 구본길 오상욱 기존 멤버에 박상원 도경동이 가세한 '뉴 어펜져스'가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세계무대에서 입증했다. 오상욱은 남자 사브르 사상 첫 개인전 금메달과 함께 2관왕에 오르며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이제부터 '오상욱의 시대'다. 여자 사브르에선 도쿄 단체전 동메달 윤지수와 함께 전하영 최세빈 전은혜가 거침없이 피스트를 누볐다. 역대 최고 성적인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도쿄올림픽을 위해 한국 코치를 영입하고, 한국 전훈을 하며 한국 모델을 따라온 일본이 파리에선 '금 2, 은 1, 동 2'로 종목 1위와 함께 한국(금2, 은1)을 넘어섰다. 남자 플뢰레 단체전과 남자 에페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펜싱코리아도 이미 앞을 보고 있다. 안주하면 세계 정상권에서 금방 멀어진다. 회장사 SK텔레콤의 '비전2020'을 통해 세계 최강으로 거듭난 한국 펜싱은 다음 LA올림픽을 앞두고 꿈나무, 청소년, 대표팀 운영 전반을 제도적으로 점검하고 리빌딩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파리에서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잘 된 남녀 사브르가 메달을 땄다. 새로운 어린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남녀 플뢰레, 남녀 에페도 세대교체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다음 올림픽을 위한 발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일단 평균 연령 24세로 세대교체가 진행된 여자 플뢰레는 국제펜싱연맹(FIE)와 협의해 12월 부산에서 열릴 월드컵 대회를 유치했다. SK그랑프리(사브르)처럼 국내 대회 유치는 어린 선수들에게는 경험의 무대가 되고 유소년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상위 랭커들이 줄줄이 떨어지는 이변이 많았다. 과거의 영광에 젖어 있으면 바로 따라잡힌다. 세계 펜싱계의 빠른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펜싱협회는 “17일 영광에서 열릴 대통령기대회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 이사회를 통해 올림픽에 대한 1차 리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길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예진 반효진 양지인 등 '영건 삼총사'가 깜짝 금메달 3개를 쏘아올린 사격은 대표선발 방식을 실전 위주로 바꾼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합계 점수 순위로 대표를 선발하던 방식에서 올림픽 결선처럼 맞대결 성적 비중을 높이고 상호 경쟁을 강화하면서 흔들림 없는 '강심장'을 지닌 실전형 선수가 대표로 발탁됐고 이들이 파리에서 '사고'를 쳤다. 대한사격연맹은 향후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 이런 선발 방식을 정착시키고 과학적인 지원을 강화해 어린 선수들이 '반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롱런'할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사격연맹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이 가장 높은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바로 따서 향후 동기부여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는데 이 선수들은 이미 그랜드슬램, 다음 대회 우승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수영 '황금세대'는 이번 올림픽에서 고전했다. 첫 도쿄올림픽 이후 주종목 자유형 200m 메이저대회에서 단 한번도 포디움을 놓치지 않았던 황선우가 준결선에서 탈락하는 시련을 맛봤다. 자유형 400m에서 김우민이 '1번 레인'의 기적 끝에 2012년 런던 박태환의 은메달 이후 12년 만에 한국에 수영 메달을 찾아왔다. 중국, 호주와 동메달 경쟁을 펼칠 것으로 봤던 남자 계영 800m는 예상을 빗나갔다. 100%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며 6위에 머물렀다. 장재근 진천선수촌장은 “수영은 올림픽 전 도하세계수영선수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는데 파리에선 어떤 연유인지 목표한 메달을 따지 못했다. 과학적 데이터, 영상을 분석해 원인을 찾고 선수, 지도자와 함께 체계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겠다. 비록 파리올림픽은 아쉬웠지만 황선우의 말대로 수영이 끝난 건 아니다. '스무살 영건' 김영현, 작년 주니어세계수영선수권 남자 자유형 1500m에서 은메달을 딴 김준우 같은 어린 선수들도 성장중이다. 김우민은 “잘 하는 후배 선수들이 많다. 이번 대회는 아쉽게 메달을 놓쳤지만 선후배들과 함께 열심히 준비하면 4년 후 LA올림픽에서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은 12일 브리핑을 통해 엘리트 선수들을 더 잘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혁신을 말했다. 파리 현장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으로 인해 촉발된 협회의 지원 시스템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유 장관은 “파리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자신들의 몫을 초과해 좋은 성과를 냈다. 체육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개혁할 적기“라고 했다. “꼭 배드민턴협회 하나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학교체육, 생활체육, 엘리트체육을 확실하게 정리하겠다. 내년 예산이 반영된 뒤 체육 정책 개혁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문체부는 8월말 발표될 정부 예산안에서 엘리트, 유소년 선수 지원 예산을 대폭 늘렸다. 문체부는 “유소년, 꿈나무 예산은 2배 이상, 체중 체고 지원 및 학교 운동부 예산은 3배 정도 늘려 엘리트체육을 적극 지원하고 학교스포츠클럽 전문반 등 학교체육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리(프랑스)=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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