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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척=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최초 판정은 세이프였다. 느린 그림상으로도 세이프처럼 보였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는 '아웃'이 선언됐다. 관중석이 크게 술렁였다. 경기 흐름이 뒤바뀐 순간이었다.

23일 고척 스카이돔.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주중시리즈 1차전.

키움이 3-0으로 리드한 5회말. 2사 후 키움 베테랑 이형종이 볼넷을 골라나갔다.

다음 타자 김건희는 좌중간 펜스 상단을 때리는 큼직한 타구를 때렸다. 1루주자 이형종은 단숨에 홈까지 달려들었다.

하지만 좌익수 김현수-유격수 구본혁으로 이어지는 중계 플레이가 환상적이었다. 공이 홈에 도달하는 속도가 빨랐다. LG 포수 박동원은 공을 잡고 여유있게 주자를 기다렸다.

이때 이형종의 슬라이딩이 절묘했다. 미끄러지는 도중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거의 멈추다시피하며 허리를 세웠다. 부상이 우려될 만한 동작이었다. 순간 당황한 박동원이 글러브를 쥔 왼팔을 휘저었고, 이형종은 절묘하게 태그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짚었다

판정은 세이프. 이형종은 환호했고, 박동원은 펄쩍 뛰며 벤치에 비디오판독을 요청했다. 느린 그림을 지켜본 박용택 해설위원은 “이형종 선수가 거의 그 자리에 서다시피하며 태그를 피했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심판 판정은 뜻밖에도 아웃. 해설진이 “어? 아웃을 선언하네요“라며 깜짝 놀랄 정도였다. 관중석은 LG 팬들의 환호와 키움 팬들의 아우성이 뒤엉켰다. 냉장고에서 음료를 꺼내 들이키는 모습에서 이형종의 답답함이 엿보였다.

해설진은 이닝이 넘어간 뒤 “우리는 몸 태그 여부만 봤는데, 영상을 다시 보니 박동원 선수의 글러브가 이형종 선수의 몸에 먼저 닿았다“고 정정했다.

이형종으로선 7월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한달만의 복귀전이었다. 지난시즌 전 키움에 4년 20억원에 퓨처스 FA로 합류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2년간 사실상 낙제점을 받은 그다. 2년간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올해는 발등 골절 부상까지 겹쳤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이날 이형종의 1군 등록 사실을 알리며 “겨울내내 누구보다 열심히 간절하게 준비한 선수다. 팀과 동료들에게 미안해하고 있다. 내가 따로 메시지를 전하기보단, 본인 스스로가 이번 콜업의 중요성을 가장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령탑의 말대로 이형종의 간절함이 그대로 드러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야속한 판정이 내려지며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LG는 6회초 3점을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고척=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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