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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였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남자농구 금메달은 미국대표팀의 것이었다. '드림팀' 계보를 잇고있는 그들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베르시 아레나서 있었던 남자농구 결승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98-87로 승리했다. 개최국 이점을 살려 '혹시나' 이변을 일으킬까 기대를 모았던 프랑스였지만 결과는 '역시나'로 끝나고 말았다.


미국은 이날 승리로 하계 올림픽 남자농구 5개 대회 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거기에 역대 17번째 우승의 금자탑까지 세웠다. 미국 농구와 세계 농구의 간격이 예전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두터운 선수층에서 나오는 체급차를 감당할 팀은 없어보인다.


매 올림픽때마다 미국 농구 대표팀이 특히 주목을 받는 배경에는 NBA 슈퍼스타들이 뭉쳐서 나온다는 이유가 크다. 이번 대표팀 역시 그랬다. 올스타전이 아니고서야 함께 뛰기 힘든 선수들이 국가대표로 나서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지라 농구에 큰 관심없는 팬들의 시선까지 잡아 끌었다.


특히 어쩌면 마지막이 될 가능성도 높은 르브론 제임스(40‧206cm), 스테판 커리(36‧188cm), 케빈 듀란트(36‧211cm)의 동반출격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언제적 릅커듀(국내 팬들 사이에서 르브론+커리+듀란트를 한꺼번에 부르는 말)냐?'고 할 수도 있겠다. 이들이 엄청난 이름 값을 가지고있는 선수들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지만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중인 노장들인지라 보다 더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는 얘기도 적지않았다.


'인기에 편승한 구성이다'는 말도 있었다.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수 있겠으나 설사 그렇다하더라도 그 부분이 첫번째 이유는 되지못한다. 이들 베테랑 셋이 대표팀에 뽑힌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잘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미국과 타 농구 강국과의 격차는 예전에 비해 많이 좁혀졌다.


원조 드림팀처럼 관광온 기분으로 몸풀듯 시합을 치르면서 매경기 가비지타임을 만들어내던 시대는 지났다. 여전히 최강 전력임은 분명하지만 간혹 일격을 얻어맞았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심하다가는 크게 망신을 당한다는 것을 미국도 잘 알고 있다. 르브론, 커리, 듀란트를 이번 대표팀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은 그들이 있어야 금메달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결승전까지 오는 동안 셋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만약 이들이 없었다면 금메달은 쉽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커리에 대해서는 준결승 이전까지만해도 말이 많았다. 장기인 슛이 말을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부분에서 어느 정도 해주기는 했지만 슛을 통해서 경기를 지배하는 선수가 최고의 무기를 가동시키지 못한다면 출전가치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노쇠화가 시작됐다. 다음 NBA 시즌이 걱정된다’는 의견까지 적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커리는 가장 중요할 때 빛났다. 특히 세르비아와의 준결승에서 36득점(3점슛 9개), 8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제대로 폭발했다. 이날 승부는 커리가 없었다면 패했을 가능성도 높았다.


사실상 현재 기준 전세계 농구 1인자 니콜라 요키치를 중심으로 보그단 보그다노비치와 알렉사 아브라모비치의 외곽슛이 거침없이 터졌기 떄문이다. 커리는 그런 상황에서 3점슛으로 맞불을 놓으며 일찍 넘어갈 수도 있었던 흐름의 균형을 맞춰준 것을 비롯 막판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한번 손끝이 뜨거워진 커리는 거칠 것이 없었다.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도 폭격기 모드를 그대로 가져갔다. 24득점(3점슛 8개), 5어시스트, 2스틸로 프랑스가 외곽에 세운 목책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예상치못한 상황과 타이밍에서 3점슛을 꽂아넣는 모습에 동료들까지 헛웃음을 지을 정도였다.


르브론은 그냥 꾸준했다. 불혹의 노장이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유의 전천후 플레이를 토너먼트 내내 보여줬다. 득점, 패싱게임, 수비 등에 고르게 가담했다. 준결승전에서도 16득점, 12리바운드, 10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달성하며 특유의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2012 런던올림픽 호주전에서 자신의 올림픽 첫 트리플더블을 달성한 이래 12년만에 다시 한번 대기록을 써냈다.


최근 소속팀 LA 레이커스에서의 르브론은 적지않은 나이로 말미암아 예전처럼 공수에서 두루 몬스터 모드를 발휘해주고 있지는 못한다. 주로 공격 쪽에 힘을 쏟는 편이다. 워낙 관여하는 영역이 많은지라 한창 때 수준으로 뛰고 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표팀에서 그런 부담이 사라진 르브론은 수비 존재감도 상당했다.


특히 준결승전 후반에 요키치를 나름 잘 수비하던 장면은 그야말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체력적 분배를 신경쓰지 않은 채 각잡고 수비에 신경쓰는 르브론은 여전히 무서운 디펜더였다. 결승전에서도 14득점, 6리바운드, 10어시스트, 2스틸로 끝까지 상승그래프를 유지하며 금강불괴의 위용을 과시했다.


듀란트는 사실 올림픽 무대 기준으로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선수다. 이미 2012 런던 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무려 3개의 올림픽 본선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순히 뛰기만 한 것이 아닌 금메달을 딴 대회에서 모두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림픽 최다득점 및 평균득점 1위, 미국국가대표 평균득점 1위 등 올림픽에서 거둔 업적은 르브론, 커리를 아득히 상회했다. 이번 올림픽 본선을 코앞에 두고 부상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결국 무사히 금메달까지 완주해내며 올림픽 남자농구 역사에서 GOAT급 위상을 갖추게 됐다.


르브론, 커리, 듀란트…, 노장들은 단순히 전장에서 젊은 장수들에게 경험을 물려주고 함께 싸워주는데 만족하지 않았다. 그냥 자신들이 선봉장이 되어 직접 적진을 때려부쉈다. 마치 ‘우리들의 전성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포하는 듯 했다. 다음 시즌 NBA에서의 활약상도 더불어 기대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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