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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셔틀콕의 여왕' 안세영(22·삼성생명)이 침묵을 깼다.

안세영은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5일 2024년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서 중국의 허빙자오를 2대0(21-13, 21-16)으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96년 애틀랜타대회 방수현 이후 28년 만의 여자단식 쾌거다. 2008년 베이징대회 혼합복식(이용대-이효정) 이후 16년 만의 배드민턴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금메달을 확정한 뒤 활짝 웃던 안세영은 믹스트존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그는 “내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대표팀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며 급기야 “이 순간을 끝으로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무릎을 다쳤다. 그는 '부상투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그의 몸상태는 완벽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부상을 겪는 상황에서 대표팀에 대해 너무 크게 실망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처음에 오진이 났던 순간부터 계속 참으면서 경기했는데 작년 말 다시 검진해보니 많이 안 좋더라. 꿋꿋이 참고, 트레이너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파장은 컸다. 팬들은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도 진상 조사에 나섰다. 안세영은 7일 귀국했다.

하지만 말을 아꼈다. 그는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는 정말 싸우려는 의도가 아니다. 저는 정말 운동에만 전념하고 싶은 마음을 호소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이해해 달라는 마음으로 말씀 드린 것이다. 제가 여기서… 이제 막 도착을 했다. 아직 제가 협회와도 얘기한 것이 없다. 팀이랑도 아직 상의한 것이 없다. 더 자세한… 것은 제가 상의한 뒤에 말씀 드리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9일이 흘렀다. 안세영은 감사 인사로 글을 시작했다. 그는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덕분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영광까지 안게 됐다“며 “부모님, 동생 그리고 가족들, 못난 제자지만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저와 인연을 맺은 감사한 동료 선후배들, 선수촌에서 케어해주시고 끼니도 챙겨 주시며 응원해주신 모든 선수촌 식구들, 마지막까지 훈련해준 파트너들, 든든한 소속팀, 그리고 이것을 때나 쫓을 때나 저에게 힘을 주신 국민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의 염원과 응원 덕분“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사과했다.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되었다.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분들께 죄송하다.“

안세영은 이어 현실을 이야기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며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랐다.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러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다“면서 “'너만 그런 게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의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 되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적었다.

대한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문제 해결을 위한 자세를 촉구했다. 안세영은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주셨으면 한다“면서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그는 “배드민턴이 (현재) 비인기 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이라면서 “그것은 모두 다 협회의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세영은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진상조사에 나선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를 향해선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도 꼭 귀 기울여주셨으면 한다“며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이 바뀌며 변화해나간다면 저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받는 환경에서 운동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세영은 마지막으로 “지금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재활을 잘 마무리 하고 저는 다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컴백'을 약속했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안세영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안세영입니다

배드민턴을 시작한 후 많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덕분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영광까지 안게 되었습니다.

부모님, 동생 그리고 가족들, 못난 제자지만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셨던 선생님들, 그리고 저와 인연을 맺은 감사한 동료 선후배들, 선수촌에서 케어해주시고 끼니도 챙겨 주시며 응원해주신 모든 선수촌 식구들, 마지막까지 훈련해준 파트너들, 든든한 소속팀, 그리고 이것을 때나 쫓을 때나 저에게 힘을 주신 국민분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의 염원과 응원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올림픽 우승 후 인터뷰 자리에서 부상에 대한 질문에 지난 7년간의 대표팀 생활이 스쳐가며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말의 파장이 올림픽 기간에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었습니다. 스무살이 넘었지만 그 동안 운동과 훈련만 파고들며 열심히 했지, 지혜롭게 인생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아직 한참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다시 한번 모든 대한민국 올림픽 대표팀 선수와 관계자 분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심려를 끼쳐드린 국민 분들께 죄송합니다.

현재 저에 관한 많은 기사들이 나오고 있지만 제가 공개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꿔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입니다. 특히 부상에 있어서는 모든 선수에게 정말 괴롭고 힘든 일이기에 저 또한 부상으로부터 잘 회복할 수 있는 여건과 지원을 바랍니다. 각 선수가 처한 상황과 구체적인 부상 정도가 모두 다르기에 그에 맞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원했지만 현실에서 맞닿은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해 크게 실망했고 안타까웠습니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넌 특혜를 받고 있잖아'라는 말로 문제를 회피하기보다 '한번 해보자', '그게 안된다면 다른 방법을 함께 생각해보자'라는 말 한마디라도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저는 배드민턴이 비인기종목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더 좋은 쪽으로 변화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될 수 있고, 재능 있는 인재도 많이 유입될 것입니다. 건강한 환경에서 선수들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고 국민 분들의 따뜻한 응원도 받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가 협회의 성과일 것이고, 이런 행복한 일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제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고 조만간 그런 자리를 가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매순간 아니다, 나쁘다, 틀렸다가 아니라 이런 부분들이 바뀌어야 다 함께 더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시스템, 소통, 케어 부분에 대해 서로의 생각 차이를 조금씩 좁히고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에서 운영 되어 주시기를 바라는 것 뿐입니다.

다행히도 체육회와 문체부에서 진상을 파악하실 것이라는 소식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가 관심을 갖고 점차 규정과 시스템이 바뀌며 변화해 나간다면 저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수들도 조금 더 운동에 집중하고 케어 받는 환경에서 운동을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문체부와 체육회에서 한 차례 바라는 것이 있단면 협회와 선수가 원활하게 소통이 되고 있는지 선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지금부터는 협회 관계자 분들이 변화의 키를 쥐고 계신만큼 더 이상 외면하지 마시고 적극적으로 행동해 주셨으면 합니다. 합리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선수가 운동에만 전념하며 좋은 경기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일로 배드민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배드민턴에 대한 변함없는 관심, 격려를 해주실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발목과 무릎 부상 때문에 시합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재활을 잘 마무리 하고 저는 다시 선수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이고 모자란 것이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기에 두렵지만 나서게 됐습니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자칫하면 배드민턴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무섭게 밀려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받은 국민분들의 응원과 관심에 보답하고자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안세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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