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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7:59:30]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2024년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은 올해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아시아배구연맹(AVC) 챌린지컵, 코리아컵, 유럽 전지훈련까지 마쳤다. 라미레스 감독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꾸렸다. 맏형 차영석(현대캐피탈), 주장 황택의(국군체육부대)가 팀 중심을 잡았고, 1998년생의 허수봉(현대캐피탈), 1999년생의 ‘99즈’ 김지한과 이상현(우리카드)과 박경민(현대캐피탈), 임성진(한국전력) 등이 팀 주축이 됐다.
뿐만 아니다. 2000년대생 선수들도 즐비했다. AVC 챌린지컵 명단에도 14명 중 7명이 2000년대생이었다. 2000년생 미들블로커 김준우(삼성화재)와 리베로 김영준(우리카드), 2001년생 아웃사이드 히터 정한용(대한항공)과 아포짓 신호진(OK금융그룹), 2004년생 세터 한태준(우리카드)과 유일한 대학생이었던 205cm 미들블로커 최준혁(인하대), 유일한 해외파였던 2005년생 이우진(몬차) 등이 성인 대표팀에 승선해 이목이 집중됐다.
AVC 챌린지컵에서는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안방에서 열린 코리아컵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는 AVC 챌린지컵이 열린 바레인으로 가기 전 중국과 전지훈련을 실시했고, 코리아컵 이후에는 크로아티아와 스페인 대표팀을 만나 전지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표팀과 일정을 마친 라미레스 감독은 <더스파이크>와 인터뷰에서 “이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기 전부터 한국 대표팀이 직면한 어려움들을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세계적인 수준에 비견될 수 있는 키와 수준을 가진 미들블로커를 발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이볼 공격 시스템과 A패스 상황에서의 공격 시스템 향상을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또한 미들블로커와 파이프 공격수들을 더 활용하고, 좀 더 빠른 배구를 해야 했다. 서브 캐치 상황에서는 두 명의 리시버 사이로 들어오는 서브에 대해 적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결정력이 필요한 순간에 좀 더 자신있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함께 호흡한 대표팀을 분석했다.
이어 “이렇게 말한 이유는 유럽에서의 모든 경기에서 우리가 훈련한 것들을 적용할 수 있었다. 좋은 기회였다. 우리의 경기력을 재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서 다음 경기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기회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5월 대표팀 소집 이후부터 꾸준히 호흡을 맞추면서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라미레스 감독은 “대표팀 시즌이 시작되고 AVC챌린지컵에 참가하기 전에 중국과 친선전에서 비록 한 세트밖에 이기지 못했지만, 매 경기를 치르면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회에서 중국과 비슷한 특성을 가진 카타르를 만나 승리를 거뒀다.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준 셈이다”면서 “점프 및 플로터 서브 캐치 시스템, 리시브 후 A패스와 C패스 상황 커버 시스템, 공격 시 미들블로커와 파이프 사용 증가 등 전술적으로 우리 대표팀은 많은 부분에서 성장했다. 특히, 코리아컵에서는 하이볼, A패스 시 블로킹, 서브 범실 관리와 서브 에이스, C패스와 오버 패스 등의 상황에서 많이 좋아졌다. 유럽 전지훈련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을 계속해서 유지시키고 발전시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장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평을 내렸다.
라미레스 감독은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그는 “내게 경기에서 이기려는 욕망보다는 준비를 더 철저히 하려는 욕망이 더 크다. 왜냐하면 준비된 팀은 항상 더 여유롭게 승리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며 힘줘 말했다.
대표팀에 발탁됐던 선수들은 지난 7일 한국에 입국해 소속팀에 합류했다. 라미레스 감독의 계획은 무엇일까. 그는 “이제 나는 V-리그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다. 구단의 지도자들과 가까워져 선수들이 어떻게 훈련하고 경기를 하는지, 각자 시즌을 잘 보내고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시즌에 우리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대표팀에 도움이 될 선수들을 평가할 예정이다. 더불어 올해 우리 대표팀의 경기들을 재분석하고, 다음 시즌 훈련을 위한 전술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이다”면서 “개인적으로는 브라질과 유럽에 있는 지도자들과 교류하며 코칭 능력을 키우려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필요한 내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것이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남자배구대표팀의 올림픽 2연패 달성으로 막을 내린 2024 파리올림픽을 통해 세계 배구 트렌드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현재 세계 배구팀들의 수준은 역사상 가장 비등하다. 대회 초반에는 프랑스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우승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초반 경기력이 가장 좋았던 슬로베니아가 준결승에 진출하지 못했고, VNL에서 부진했던 미국이 동메달을 땄다. 메달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일본도 이탈리아를 3-0으로 이길 수 있었지만 2-3으로 지면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프랑스는 키가 가장 크거나 힘이 가장 센 팀이 아니다. 그럼에도 가장 균형 잡힌 경기력을 보여준 팀이었다. 철저한 준비와 팬들의 응원에 힘입어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각 팀의 감독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한 팀에 부임했는지 보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표팀에 투자하는 나라들을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세계 배구 트렌드의 관점에서는 공격적인 서브와 C패스, B패스 상황에서 득점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경기의 결정적인 순간에 많이 나타난다. 흥미로운 사실은 우리 팀 또한 내가 언급한 부분들을 잘 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팀은 젊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고 기술적, 전술적 향상을 끊임없이 도모해야 한다. 또한, 선수들의 피지컬을 향상하고 국제대회 경험을 쌓아서 세계적인 강팀들의 수준에 가까워질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한국의 발전 방향도 확인했다. 라미레스 감독은 “우리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경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세계랭킹 상위권 팀들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열정을 갖고 임해야 한다. 또한 신체적, 기술적, 전술적 그리고 정신적인 레벨까지 국제 레벨로 끌어 올려야 한다. 이를 인지하고 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실행 중이고, 선수들도 이해하고 있다”며 “다음 단계는 세계적인 레벨의 압박이 강한 경기에서 자신감을 갖고 편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강팀과의 평가전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전략적으로는 상대팀들을 분석하고, 세계랭킹 포인트와 순위를 분석하는 것도 동반돼야 세계선수권, VNL, 올림픽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고 역설했다.
한국 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라미레스 감독도 인내심을 언급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모두가 함께 하는 것이다. 아시아에서도 참고할만한 좋은 예가 있다. 필립 블랑 감독은 2017년 일본 대표팀에 합류해 작년과 올해 아시아에서 최고 성적을 냈다. 카타르 대표팀의 카밀로 소토 감독 또한 2017년에 부임해 2022년 세계선수권 출전, 2023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사상 최고 성적인 3위를 기록했다. 이와 반대로 이란은 시즌이 지날수록 계속 경로를 바꾸면서 과거의 성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지난 몇 달간 봤듯이 우리 대표팀은 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그의 바람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 배구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2024년 라미레스 감독과 손을 잡고 그 시작을 알렸다.
사진_더스파이크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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