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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기자]지난 7월 막을 내린 2K25 NBA 라스베이거스 서머리그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년간 전 세계 프로농구 관계자들의 스카우트 장이 된 동시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장 큰 이벤트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했다. 매년 외국선수 스카우트에 나서는 KBL 10개 구단 역시 단골 손님이다. 오랜기간 서머리그를 관전해 온 KBL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참여
김승기(소노 감독/서머리그 16회 관전)
손창환(소노 코치/서머리그 15회 관전)
박도경(LG 운영담당/서머리그 12회 관전)
변영재(한국가스공사 국제업무/서머리그 12회 관전)
전희철(SK 감독/서머리그 10회 관전)
김태형(DB 국제업무/서머리그 10회 관전)
조동현(현대모비스 감독/서머리그 9회 관전)
조상현(LG 감독/서머리그 8회 관전)
류진우(삼성 국제업무/서머리그 8회 관전)

Q. 그동안 서머리그를 관전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가 있다면?
김승기 키퍼 사익스가 기억에 남는다. 그때는 서머리그가 끝난 직후 용병 트라이아웃을 했었다. 서머리그에서 하는거 보자마자 얘(사익스)를 뽑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포인트가드면서 원드리블 스톱 슛이 됐다. 투맨게임을 하면서 원드리블 슈팅까지 하는 포인트가드가 많지 않다. 사익스는 왼쪽 원드리블 슈팅이 좋았다. 지금 우리 팀 간판인 이정현이 그런 부분에서 사익스와 비슷하다. 이정현은 양쪽 슈팅을 다한다. 사익스가 더 좋았던건 수비까지 됐다는 건데 1대1 수비에 로테이션 도는 수비 센스까지 좋아서 스틸까지 하는 선수였다. 내 성향에 딱 맞는 가드였다.

박도경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웸반야마의 첫 경기 때 경기장(토마스&맥 센터)이 난리 났었다. 단테 커닝햄을 보러 프랑스리그를 갔다가 웸반야마를 본적이 있었다. 그때 토니 파커가 구단주인 팀에서 뛰고 있었는데 너무 마른 체형이었다. 근데 NBA 1순위 후보라길래 ‘저 몸으로 NBA에서 뛸 수 있나’ 하는 생각이었는데 잘하고 있더라. 제레미 린과 지미 버틀러는 서머리그 때 드래프트 순위에 비해 굉장히 잘해서 눈에 확들어오던 선수들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NBA에 가더라. 한 때 KBL에서 외국선수를 대학 졸업한 루키로 뽑는게 유행일 때가 있었다. 그래서 봤던 선수는 말콤 토마스였다. 말콤(토마스)은 서머리그 나오기 전부터 KBL 여러 구단이 눈독을 들이는 선수였다. 우리가 작년에 대체로 데려왔던 레지 페리도 서머리그에서 상당히 괜찮은 활약을 했던 선수였다. 다만 게으르다는 평이 자자했다. 지난해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아셈 마레이가 다쳤을 때 대체로 영입을 시도한 선수가 페리와 쿡이었는데 쿡은 일주일 만 기다려달라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는 당장 플레이오프를 준비 해야했기 때문에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페리를 데려왔었다.

전희철 웸반야마가 가장 임팩트가 컸다. 작년에 우리는 매 경기 표를 사서 체육관에 들어갔는데 표가 없어서 첫 경기를 못들어왔다. 흡입력이 진짜 대단했다. 모든 관심이 웸반야마를 향해 있었으니까. 기량 자체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그런지 슈퍼스타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단한 느낌은 아니어서 기량 자체는 기대 이하였다고 해야하나. 다만 그렇게 큰데 빠르기도 하고 유니크한 선수였으니 신기하기는 했다.

손창환 자이언 윌리엄슨(뉴올리언스 펠리컨스)이 생각난다. 자이언의 첫 경기 때 르브론 제임스까지 경기장에 왔었다. 그때 진짜 난리났었다. 자이언이 첫 경기부터 덩크슛 3개씩 꽂으면서 임팩트 있는 활약을 했다. 그걸 보면서 ‘이 정도 해야 이렇게 주목을 받는 NO.1픽이 되는구나’ 느꼈다. 진짜 급이 다른 느낌이었다. 그런데 자이언은 그때가 정점이었나보다. 서머리그 이후 부상으로 1년을 쉬었는데 그 이후로 계속 다치고 살찌고 그러는 것 같더라. 마침 당시에 파퀴아오와 메이웨더 간의 복싱 경기까지 맞물려서 라스베이거스에 인파가 엄청났었다.

김태형 자이언 윌리엄슨이 기억난다. 자이언을 보기 위해 NBA 선수들까지 잔뜩 경기장에 왔었다. 그 때는 매일 티켓을 구매해서 경기장을 들어갈 때였는데 자이언 때문에 관중이 몰려서 티켓을 구하지를 못하는 일도 생겼다. 이전까지는 인당 400달러 씩하는 ID카드(에이전트/스카우트)를 굳이 사야하나하는 생각이었는데 그때 이후로 꼭 구매한다. 그래서 작년에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 때문에 티켓이 매진되었을 때에는 지장없이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 팀(DB)에서 뛴 디온테 버튼도 기억에 남는다. 버튼이 서머리그를 뛰고 바로 KBL 드래프트에 나왔는데 서머리그에서도 임팩트 있는 장면을 꽤 보여줬었다.

조상현 일단 NBA 드래프트 때 주목받았던 선수들이 기억난다. 작년에 웸반야마가 뛸 때는 관심이 어마어마했다. 샌안토니오 경기는 전부 매진이 될 정도였으니까. 2022년 파올로 밴케로(올랜도 매직)나 골든스테이트의 조나단 쿠밍가도 서머리그에서 기량이 돋보였던 기억이 난다. 브라질 국가대표인 브루노 카보클로도 진짜 괜찮았다.

변영재 자이언이 기억난다. 첫 경기는 티켓을 못 구해서 아예 보질 못했으니까. ‘NBA에서 주목하는 1순위면 이 정도로 주목받는구나’라고 실감을 했다. 그 기억이 너무 강렬해서 이후부터는 ID를 따로 구입해서 오고 있다. 그래서 웸반야마가 등장했을 때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자이언 때 경험을 해서 웸반야마도 그 정도 인파가 몰리겠구나 싶었다.

류진우 자이언이나 웸반야마의 인기가 대단했지만 그 전에 론조 볼이 있었다. 기량 자체는 그렇게 주목받을 수준은 아니었는데 스타성이 있어서 관중이 엄청 몰렸다. 그 때는 서머리그에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몰릴 시기가 아니었다.  


Q. 올해 서머리그에서 눈여겨 본 선수가 있다면?
전희철 휴스턴에 3순위로 뽑힌 리드 셰퍼드. 공격에 있어서 만큼은 농구를 정말 잘 알고 하더라. 갓 스무살 된 어린 나이인데…수비는 단점이 보이기는 하는데 조직적인 농구를 할 때 반드시 필요한 선수겠더라. 동료들을 다 먹여 살린다. NBA에서 신인 시즌에 곧바로 어떻게 할지 기대가 된다. 빅맨 중에서는 케베 알루마가 제일 좋았다. 지난시즌 현대모비스에서 뛰지 않았다면 다들 1옵션으로 무조건 영입하려고 했을 것 같다.

조상현 KBL에 올만한 빅맨, 포워드 위주로 보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NBA 선수들도 보게 된다. 이번에 NBA 드래프트 3순위로 뽑힌 리드 셰퍼드가 너무 잘하더라. 우리 가드들에게 보고 배우라고 영상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다. 농구를 알고 하는 선수 같았다.

김승기 미네소타 12번(다이션 닉스). 키가 191cm 인데 몸이 두꺼워서 포스트 수비까지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선수다. 너무 탐나더라. 팀에 토종 빅민 진영이 튼튼하면 고민 없이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다. 너무 탐나더라.

박도경 제이 허프, 네이던 나이트, 타일러 쿡은 원래부터 눈여겨 봐왔던 선수들이다. 허프는 점점 더 나이지더라. 내가 백인 백맨을 선호하지 않는데 허프는 여기서는 통하겠다 싶은 생각이다. 스피드 때문에 NBA레벨까지는 안될 거 같고 일단 G리그나 유럽으로 가겠지만 KBL에도 올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싶다.

손창환 누구 하나를 꼽는다기보다 NBA 투웨이 계약이 걸린 선수 중 그래도 여기 올만한 선수들을 전체적으로 봤다.

김태형 아다마 사노고와 네이던 나이트는 몇 년 전부터 계속 계속 봐왔던 선수다. 질런 치덤과 오스카 트쉐부웨의 에이전트도 만나면서 일단 체크를 해뒀다. 트쉐부웨는 실제로 보니 더 괜찮더라. KBL 모든 팀에서 눈여겨 보는 케네스 로프튼도 일단 보기는 했다.

변영재 로프튼은 아마 나말고 다른 팀도 전부 눈여겨 봤을 것이다. 누가봐도 KBL에 오면 성공할만한 선수니까. 질런 치덤도 여기서 볼 것을 염두하고 왔다. 근데 역할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1대1을 볼만한 상황이 없더라. 일단 1대1은 NBA드래프트 상위 순번 선수들의 몫이다. KBL에 올만한 선수들은 롤플레이어 역할을 하니까 1옵션 역할을 하는 영상을 다시 체크해야만 한다.

류진우 다들 관심을 두고 본 선수는 비슷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팀들이 외국선수 선발을 마무리 짓고 온 상태니까 다들 2, 3년 뒤를 보고 선수를 체크했을거다. 네이던 나이트를 다들 관심있게 본 것 같은데 오히려 많이들 실망한 것 같다.


Q. 과거에 비해 서머리그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전희철 과거보다 NBA 주축으로 뛴 선수들이 올해 특히 더 많이 나온 것 같다. 그러다보니 KBL에 올만한 경력, 기량의 선수들이 뛸 기회가 줄었다. NBA선수들이 뛰니까 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다. 농구 트렌드 변화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빅맨 활용이 이제는 스크린, 속공으로 딱 맞춰졌다. 백투더 바스켓은 아예 없다. 빠른 공수 전환을 해야하니 빅맨들의 체격도 전부 날렵해졌다. KBL에서 선호하는 덩어리 체형은 정말 손에 꼽아야 할 정도다. 서머리그에서는 거의 스크린만 거는걸 봐야하니까. 마음에 드는 선수가 한국에서 어떻게 할지 머리에 딱히 그려지지 않으니까 따로 G리그나 대학시절 뛰었던 영상을 찾아서 추가적으로 더 봐야한다.

김승기 관중이 점점 늘었다. 경기로 보면 예전에 비해 가드들이 슛을 막 던진다. 나는 이런게 재밌다. 내가 선수시절에는 가드가 슛을 던지면 안되는 시절이었다. 나는 그게 너무 하고 싶은데 감독님들은 패스를 먼저 하라고만 했다. 농구에 뭐가 정답이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드가 주도하는 농구가 되니까 나는 너무 재밌게 봤다. 이런걸 보면 내가 모험적인 농구를 좋아하는 성향이라는 게 나오는 것 같다.

박도경 불과 10년 전만해도 빅맨 위주의 농구였다. 지금은 완전히 가드와 외곽슛 위주의 경기가 됐다. 경기 템포가 빨라지면서 빅맨들도 덩치가 큰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이 마른 체형이다. 해외리그 스카우트나 에이전트들도 많이 늘었다. 예전에는 대부분이 NBA구단 스카우트 였는데 이제는 해외 스카우트와 에이전트들이 여기저기 고개 돌리면 보일 정도로 많다. 그만큼 NBA의 글로벌 정책이 잘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손창환 NBA에서 주축으로 선수들이 뛰는 선수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KBL 외국선수로 올만한 레벨의 선수들이 뛸 기회가 줄어들었다. 선수 수준은 과거에 비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대부분 가드들이 주도를 하고 빅맨들이 스크린이나 보조를 서는 건데, KBL 구단들이 필요한 선수는 빅맨이니까… 1대1 기량을 확인하기가 쉽지가 않다.

김태형 서머리그에서 얀테 메이튼(2018년)을 봤을 때가 빅맨이나 포워드 위주의 경기는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이후로 가드 중심의 농구로 완전히 바뀌었다. 관중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매진까지 되지 않는다 해도 주말에는 그래도 예전보다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걸 느낄 수 있다.

조상현 완전히 가드 놀음이 됐다. 농구가 포스트 업도 있고 빅맨 위주 게임도 있고 다양성이 있어야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가드가 다 풀어가고 빅맨들은 거기에 끼워 맞춰가는 스타일도 다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KBL에 맞는 선수 찾기는 좀 어려워졌다.

변영재 서머리그는 NBA에서 가장 성공한 마케팅 중 하나가 아닐까. 초창기에는 참가 팀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30개 팀이 다나온다. 티켓 가격도 3배 가량 올랐디. 물가가 상승하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진짜 많이 올랐다. NBA의 인기가 올라가기도 했거니와 이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주요 이벤트로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류진우 예전 서머리그는 진짜 NBA만을 위한 무대였던 느낌이라면 지금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고려했다는 느낌이 든다. 에이전트, 스카우트 ID패스를 해외 팀에게까지 열어서 이제는 400달러를 내고 구입하면 사용할 수가 있다. 20년이 되면서 이제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가장 오래되고 확고하게 자리 잡은 이벤트가 됐다. NBA스타들 뿐 아니라 셀러브레이티들도 찾고 있으며 팬들도 각자 응원하는 팀의 루키를 보기 위해 여름 휴가를 내서 온다. 올스타 위켄드와 같이 NBA를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다.

 

#사진=정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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